문화사회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월드컵은 축구팬들에게...

까칠부 2010. 6. 13. 20:31

솔직히 별 차이는 없다. 워낙 TV를 보지 않아서. 어제도 기껏 뉴스 본다고 DMB실행시켰더니만 월드컵 뉴스만 나오더라. 그러나 그렇더라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동안 그런 선택의 여지란 없었으니.

 

분명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다. 그렇다고 세계 모든 사람의 축제냐면 그것은 아니다. 월드컵은 어디까지나 국제축구대회이고 그 중심은 축구인이고 축구팬이다. 국가대항전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축구를 전제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인 거다. 나머지는 단지 거들 뿐.

 

그런데 그동안은 그게 안 됐다. 월드컵이면 마치 모든 국민이 하나도 빠짐없이 응원에 나서야 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축구경기를 보고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 나도 때로 월드컵을 보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데 스스로 보는 것과 선택의 여지 없이 강요당하는 건 별개라는 거다.

 

어차피 축구를 보는 건 한 개 채널로 충분하다. 굳이 여러 채널 동시에 보여줄 필요가 있겠나? 한 개 채널에서 진정 월드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만 보면 그것으로 좋은 거다. KBS, MBC, SBS 개떼처럼 우우 몰려가 죄다 월드컵만 틀어댈 것이 아니라 말이다.

 

나는 그래서 마음에 든다. 보고 싶으면 보고 보고 싶지 않으면 다른 걸 본다. 그리 많이 TV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으로 인해 보고자 하는 것을 못 보는 것은 얼마나 억울하고 한심한 일인가. 하필 그것이 SBS아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게 또 자본주의라는 것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올림픽이든 뭐든 한 방송사에서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 방송사에서는 열심히 분위기 띄우고, 나머지 방송사에서는 그와는 상관없이 마이페이스로 일상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 충실한 시간을 제공해주고. 너무 하나에만 올인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이게 옳다. 이게 정상이다. 2006년의 그 한심스런 월드컵 띄우기를 생각해 봐도 이게 제대로인 거다. SBS가 옳아서가 아니다. 단지 내가 그 전부에 휩쓸리고 싶지 않을 때 그럴 수 있는 나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다. 일상과 다양성을 위해서. 그래서 단독중계를 지지한다. SBS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