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보다 더 순진한 인간들이 있었다. 그나마 타블로는 인간의 선의를 믿었지. 이 인간들은 인간과 이성의 엄밀함을 철석같이 믿어 버렸다. 내가 보는 정보에 오류가 없으리라.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 한다. 그러면 바다에서 무얼 할까? 낚시다. 내가 하이텔시절부터 네트워크상을 떠돌며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이다. 바다에서는 낚시를 한다.
인간에게 거짓말이란 본능이다. 인간의 인지와 사고는 구멍투성이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그래서 나머지 부분을 채워야 한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한다. 같은 일을 겪고도 서로 증언하는 바가 다른 것이 단순히 어느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 믿고 싶은 사실이 있으면 믿고 싶은대로 사실을 꾸민다. 그렇다고 여기고 싶다면 그렇게 사실을 재구성한다. 아예 없던 일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 그렇게 만들고 꾸미고 재구성한 이야기를 사실처럼 믿어버리기도 한다. 자기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문제는 그런 거짓말의 경우 그러기를 바라는 어떤 지향성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런 걸 다른 말로 선동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낚시글이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넓게 확산되는 것은 그래서다.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심지어 이미 있던 사실마저 그렇게 꾸며진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에게 속아 그렇게 믿고. 그를 근거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많이 보았다. 나도 많이 낚여봤다. 그래서 이제는 어지간하면 인터넷은 놀이터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내가 남의 블로그 잘 안 가는 이유도 그래서다. 나 스스로가 판단이 안 서니까. 과연 여기 이 내용들을 어디까지 믿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모르면 모르는대로 넘어가는 것도 한 지혜다.
도대체가 인터넷에 올라왔으니 사실일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인터넷이기 때문에 낚시일 것이라는 의심은 들지 않는 것인지.
그러고 보면 타블로를 의심하는 것이 그리 정당하다는 사람들이 왜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에 대해서는 의심 한 번 하지 않은 것일까? 의심을 한다면 먼저 그것을 의심하고 그 다음에 타블로를 의심해야 할 텐데.
바보인가? 아니면 교활한 건가? 어차피 타블로 미우느까 일부러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고 무시한 것일까? 그렇다기엔 하는 짓거리가...
웃을 뿐이다. 인터넷이 근거라. 세상에 근거삼을 것도 그렇게 없다.
인터넷은 분명 정보의 바다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의 바다낚시터가 된다. 잘도 낚인다. 휙 낙싯줄만 스쳐도 줄줄이... 이런 바보 물고기만 산다면 낚시도 할 만 하겠다.
그들의 순진함에 경의를 표하며. 생각없는 순진함이라는 거도 세상에 민폐다. 멍청하면 손발이 피곤하고 어리석으면 주위가 분주해진다. 진리다. 멍청한 것도 때로 죄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얼과 리얼리티... (0) | 2010.06.16 |
---|---|
작곡가 성폭행미수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0) | 2010.06.15 |
타블로와 인간에 대한 기본 - 의심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0) | 2010.06.14 |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월드컵은 축구팬들에게... (0) | 2010.06.13 |
타블로 -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 (0) | 2010.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