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걸그룹 버라이어티? 미쳤구나!

까칠부 2010. 6. 18. 23:18

요즘 소식이 조금 늦어서 방금 전에야 기사를 봤다. 그리고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친 짓이다. 도대체 지금 활동중인 걸그룹이 몇이나 된다고 걸그룹 버라이어티일까?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티아라, 시크릿, 브아걸, 씨스타, 레인보우, 애프터스쿨... 당장 생각나지 않거나 아니면 내가 모르고 넘어간 팀이 있다 쳐도 기껏해야 열 팀 남짓이다. 그렇다고 개성이 다 다른가. 아이돌 컨셉이라는 게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원래 있는 개인의 개성이라기보다 대중의 욕망에 봉사하기 위해 가공된 개성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컨셉이다. 과연 걸그룹 사이의 개성이란 어느 정도로 변별력 있게 차이가 나는가.

 

그런데 그걸 방송 3사가, 아니 이미 청춘불패가 방송중이니 2사다. MBC와 SBS에서 걸그룹 데려다 버라이어티를 만든다고 한다. 고만고만한 팀에서 고만고만한 개성으로 그것을 무려 세 방송사에서 버라이어티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버라이어티는 예전의 콩트와는 다르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바 개성이나 재주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이야 준비한 개인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고정이라면 그 이상의 다양한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걸그룹이란 기획사가 미리 정한 컨셉에 갇혀 있는 존재다. 도대체 어떻게 차별화된 버라이어티를 만들 것인가? 기획사더러 걸그룹 멤버들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라 말할까?

 

하긴 가능하기는 하다. 청춘불패에서도 그랬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시크릿과 티아라의 두 멤버가 가장 많이 망가졌었다. 청춘불패에 출연하기까지 구하라도 카라와 더불어 대중적인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는 편이었다. 순규가 에이스로 노릇할 수 있었던 것도 소녀시대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멤버였던 탓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순규와 유리, 구하라, 현아는 넘어서서는 안 되는 선이라는 게 있었다. 그것을 지켰기에 유리와 구하라는 한때 병풍으로 전락하기도 했었다.  결국은 무명이고 인지도 떨어지는 걸그룹이 나서서 희생해라...

 

문제는 그렇더라도 청춘불패는 하나였다는 것이다. 유일한 걸그룹 버라이어티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걸그룹버라이어티가 난립하게 되면? 그런 가운데 과연 그런 망가짐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가? 물론 걸그룹 출연시킨다고 모두 같은 포맷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걸그룹이 출연한다고 하는 점을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차별성있게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겠는가?

 

한 마디로 같이 망하자는 소리다. 홍콩영화가 그래서 망했다. 하나 뜨고 나면 죄다 우루루 비슷한 스타일로. 한 두 개는 재미있어도 나중에는 질린다. 언제부터인가 그리 영웅시되던 홍콩의 스타들도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걸그룹이라는 화제성만을 소모하려 할 경우 결국 소모되는 것은 걸그룹이다. 더구나 버라이어티를 통해 알려보겠다고 무리하거나 하면 그것으로 아예 바닥까지 소모되어 버릴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나와 겹치지 않게 활동할 수 있음에도 버라이어티를 통해 그 차별성을 잃고, 서로 내세우고 있는 컨셉의 차이에도 그 변별성마저 사라져 대중들에 그 고유한 상품성마저 잃을 수 있다. 한 마지로 질려버린다는 말이다. 이 팀이 저 팀 같고, 저 팀이 이 팀 같고, 따로따로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한꺼번에 나옴으로써 대중들에 식상함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무리한 망가짐까지 더해져 가볍고 싼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그때부터는 회복불가능이다. 흔히 말하는 이미지소모다. 한꺼번에 다 같이 죽자는.

 

만일 걸그룹버라이어티 3파전이 시작되면 그때는 카라는 한 발 - 아니 서너 발은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괜히 남들 한다고 따라하다가 자신마저 소모시킬 필요는 없다. 이미 카라는 인기걸그룹이다. 국내에서 소녀시대 다음이 지금은 카라다. 원더걸스는 미국에 가 있다. 굳이 버라이어티를 통해 더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심지어 웃기기 위해 멤버들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차라리 그 사이 일본이나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나가서 활동하더라도 굳이 걸그룹버라이어티에 낄 필요는 없다.

 

하여튼 최악이다. 생각이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일까? 얼마 안 되는 걸그룹이다. 그나마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도 많다. 겹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익이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세 방송국에서 걸그룹을 가지고 버라이어티를? 방송국 입장에서는 손해 볼 까닭이 없다는 것일까?

 

생각이라는 게 있었으면... 기획사 입장에서도 생각이 있다면 아끼는 멤버를 이런 서로 죽자는 판에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지켜볼 의미는 있을 것이다. 각 기획사에서 자기네 걸그룹에서 버리는 카드로 여기는 멤버가 과연 누구인가. 아니라면 그건 기획사가 생각이 없는 것.

 

미쳤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누구 생각인지... 날이 더우니 물귀신이 사람으로 둔갑해 돌아다니기도 하는 모양이다. 카라는 휩쓸리지 말았으면. 개인적으로 그렇게 된다면 구하라도 청춘불패를 빠져나오는 게 좋겠다. 결코 좋지 않다. 이런 방식은. 같이 죽자는 소리다.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