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을 보면 얼핏 전쟁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건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남는 것은 전쟁영웅에 대한 동경 뿐이다. 왜?
영웅이란 것이다. 영웅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전쟁에 대해 무어니무어니 해도 선과 악을 나누고 주인공과 나머지를 가르고 그렇게 영웅을 강조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영웅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영웅과 함께 전쟁이란 어떤 로망과 판타지가 된다.
당장 우주세기 건담만 하더라도 지구연방과 지온이라는 양자구도가 있다. 지구와 우주, 지구와 콜로니, 콜로니와 콜로니, 그런 진영구도가 있다. 선과 악이 없다지만 그에 가치판단이 개입되며 누가 옳고 그르고에 대한 판단이 나온다. 그리고 영웅과 함께 전쟁은 어떤 당위가 된다. 역습의 샤아에서 지구에 액시즈를 떨구려는 샤아의 야망에 어느새 동조하는 어떤 의견들처럼.
진영논리가 갖는 헛점이다. 진영이란 결국 대립하는 두 가치관이다. 그리고 전쟁이란 그 서로 다른 가치관이 자기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다. 누가 옳은가. 누가 그른가. 그리고 그에 따라 전쟁에는 당위가 부여된다. 어쩔 수 없었다. 건담에서도 흔히 쓰이는 대사다. 어쩔 수 없었다.
왜 이데올로기가 구닥다리인가. 이데올로기란 결국 전쟁물을 진영논리로 몰아가 버린다. 전쟁에 가치판단을 부여한다. 전쟁의 이유에 대해. 전쟁의 진행에 대해. 그리고 진영은 개인을 매몰시켜 버린다. 진영과 진영이 남고 나면 전쟁은 어떤 당위를 부여받는다.
흔히 그러지 않던가?
"정의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전형적인 진영논리다. 예전 멸공통일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을 무찔러 통일을 이룬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는?
선덕여왕에서도 삼한일통이라는 명분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누구인가?
그런데 진영논리에서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누가 옳은가 그른가. 누구에게 더 정당성이 있고 명분이 있는가. 그러면서 죽음마저 미화되어 버린다. 아, 내가 건담시리즈를 무척 싫어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왜 죽음을 그렇게 포장하지 못해 안달인 것일까? 죽음은 죽음이다. 내가 일본문화에 대해 거리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죽음을 너무 감상적으로 다룬다.
최악의 평화도 최선의 전쟁보다는 낫다. 전쟁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하기는 아직까지도 헐리우드 영화를 보더라도 진영논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그래서 여전히 영웅이 팔린다. 영웅이야 말로 전쟁의 명분 그 자체일 터이므로.
왜 반공이데올로기가 시대착오적인가.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 그것은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그러나 큰 외삼촌을 전쟁을 통해 잃고, 큰아버지마저 잃을 뻔 했던 내 입장에서 전쟁이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설사 반공을 위한 것이더라도.
침략자를 막는다는 명분은 얼마나 흔히 자주 쓰여오던 구호였던가. 침략자에 대한 증오와 공포와 그리고 그로 인한 광기와. 80년대 그런 것은 일상이었다. 지금도 그런 것을 보라?
뭐 보지 않고 말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만. 그러나 나는 욕하려고 보는 취미는 없다는 거다. 설사 그것이 예단이고 편견이라 할지라도 사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다. 물론 아닐 거라 믿고 싶기도 하다. 설마 아무리 그렇게까지 할까?
아무튼 쓸데없이 전쟁을 멋지게 그리려는 게 문제다. 입으로는 반전이면서 실제 그리기로는 멋지고 멋진 전쟁영웅 이야기. 과연 반전인가? 권전인가? 일본 넷우익들이 그리 덕후들이더라는 거다. 과연.
전쟁은 그리 멋지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정의로운 전쟁이란 없다. 아름다운 전쟁이라는 것도 없다. 대단한 이야기거리가 될만한 전쟁이란... 굳이 말할 것도 없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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