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아이돌과 유리꽃 - 태연 논란을 보며...

까칠부 2010. 6. 25. 20:37

예전 체조선수들을 얼음꽃에 비유했었다. 10대 후반만 되어도 너무 나이가 많다고 하는 특히 여자체조선수들에 대해 한 순간에 얼음처럼 녹아버리는 꽃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돌에 대해 어떤 유리로 만든 꽃을 떠올린다. 아름답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당장이라도 깨질 것 같기에 더 아름답다. 그래서 깨뜨리고 싶다.

 

문득 잘 만들어진 와인잔을 보면 느끼는 충동이다. 이걸 확 집어던져서 깨뜨리고 싶다. 산산히 깨어져 부서지는 모습은 더 아름다우리라. 변태일까?

 

그런데 그런 변태들이 많다. 그렇게 현미경들이다. 궁예도 아니고 관심법들이다. 그들이 정해 놓은 선에서 벗어나면 피라니아가 되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아이돌의 예능에 대해 몇 번이나 이야기한 바 있다. 아이돌이란 그렇게 섬세하며 예민한 존재라고.

 

드디어 태연이 또 물어뜯을 거리가 되었구나. 삑사리야 나는 라이브 하다 보면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삑사리 싫으면 음반으로 들으면 된다. 아니면 립싱크로 듣거나.

 

무대나 장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도 티내지 않는 쪽이 더 프로답겠지. 그러나 아직 20대 초반이란 거다. 20대 초반에 그렇게 감정 조절이 되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그것이 불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인지 아직 모르지 않은가.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있는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수상소감은 더욱 그렇다. 열심히 음악 할 수 있는 좋은 환경 만들어달라.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걸 불쾌하게 여긴다는 건 그냥 아무 환경이든 대충 불러라? 그러면서 삑사리는 왜 문제삼는가?

 

이유는 그냥 물어뜯고 싶으니까. 악플러가 괜히 인기연예인에 달라붙어 악플 달아대는 심리나 같다. 곤란해하고 난감해하는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다.

 

고현정이 그랬지. 대중은 연예인의 가십조차 즐긴다. 가십이란 연예인이 대중에 베푸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별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한 가지는 동의한다. 대중은 연예인의 화려한 모습 뿐만 아니라 진흙탕을 구르는 비참함도 사랑한다고. 그것이 자기로 인한 것이면 더욱.

 

그나마 다행이라면 태연은 나머지 걸그룹 전부를 합친 것보다 대중적인 인지도 인기가 우월하다는 것. 그렇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태연에 대해 쏟아지는 악의란.

 

아이돌이기에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파파라치처럼 네티즌이라는 익명을 둘러쓴 다수는 아이돌의 약점을 잡아 갈기갈기 찢으려 한다. 아름다운 유리꽃을 산산히 부숴버리고 싶은 심리처럼. 그래서 유리꽃이란 아름다운 거니까. 깨어질 것이기에 그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니까.

 

참 아이돌로 살기도 피곤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또 아이돌은 비아이돌보다 더 빨리 더 큰 인기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태연이 소녀시대가 아닌 태연으로 데뷔했어도 이런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90년대라면 가능했겠지만 2000년대에는 글쎄... 치러야 할 댓가일 테지만 그래도 안쓰러운 건 역시 20대 초반의 소녀들인 때문일까? 나는 나이어린 여자들에게는 약하다. 사내자식들이야 뭐...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말했듯 태연의 팬덤은 나머지 걸그룹 전체를 모아놓은 이상이다. 단지 잠시간 씹을 거리는 되겠지. 던져서 깨질까? 말까? 그 또한 대중의 한 유희라. 잔인하지만 그래서 더 짜릿한. 어차피 아이돌이란 꽃이라 감히 덤비지도 못한다. 꽃은 때려봐야 꽃이 부서진다.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유리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깨어질 것이기에 그리 소중하고 아름답고, 그래서 때로 과감히 던져 깨뜨리고 싶어하는 거다. 대중이란 아이돌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깨져나가는 그 처연함을 사랑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 아름다운 만큼이나 화려한 비극을 꿈꾼다. 꽃이 이르는 절망은 어쩌면 대중의 욕망이 이르는 곳이다. 비극이 있기에 꽃은 더 아름답다.

 

별 일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냥 한 바탕 훑고 지나가는 광풍일 뿐. 그렇게 인터넷이란 한가하다. 그렇게라도 즐기지 않으면 그 무료함을 어떻게 견딜까. 대중이라는 것이다. 네티즌이라는 거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