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구만!

까칠부 2010. 6. 26. 00:41

처음 느낀 것은 많이 소박해졌다. 한결 물이 빠진 무채색의 담채화였다. 아무래도 선입견일까? 주연이나 빅토리아나 소리나 아이돌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긴 소리는 아이돌도 아니지.

 

느닷없이 들이닥친 카메라에 당황해 하며 어색하게 유치리로 향하던 1기의 멤버들에게는 또래다운 뭐랄까 순수함? 그런 게 있었다. 예능을 한다기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또래 소녀들다운 모습이 있었다. 놀라고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풋 웃음이 터져나오곤 했었다.

 

그러나 새로운 멤버는 아예 작정하고 예능하자고 나온 멤버들이다. 지난주 그래서 보다가 포기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타입의 예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예능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냥 예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이돌로서 느껴지던 친근함도 사실 없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나중에 들어온 입장에서 감수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또 장점일수도.

 

일단 노주현과 김태우를 따라간 아이돌팀은 합격점이었다. 그 사이 확실히 좋아졌다. 말도 많아지고 서로

주고받는 것도 생겼다. 굳이 예능을 하지 않아도 자기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예능을 하면서도 또 그 가운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어색하게 억지로 쥐어짠 것도 없다. 자연스럽게. 자기 캐릭터대로. 자기 타고난 대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인 써니를 잃은 효민이 선화와 팀을 이루어 덤 앤 더머 자매를 연기하던 것. 그렇게 주고받는 게 있어야 이야기도 나온다. 효민의 감각이 좋다.

 

다만 역시나 이번에도 김신영이 걸리는데, 확실히 나는 김신영과는 안 맞는다. 이해는 한다. 그나마 아이돌팀은 효민과 선화, 하라, 모두 기존의 멤버다. 서로에 대해 알고 그만큼 자연스럽다. 반면 성인돌팀은 주연과 소리부터가 새로운 멤버다. 종민도 예능을 가르쳐준다지만 아직 프로그램 안에 녹아들지 못한 상태다. 나르샤는 그런 상황을 이끌 MC감이 못 되고. 그렇더라도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개인기로 단발성 웃음에 주력하는 것이 김신영의 한계랄까. 웃길줄은 아는데 그 웃음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데는 미숙하다. 보다 일류 MC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겠다.

 

어쨌거나 소리도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주고 있고 - 초반 효민과 선화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능청맞다. 주연도 그럭저럭 허당스런 이미지가 어울리고, 효민과의 신경전도 제법 버라이어티를 이해하고 나온 듯 하다. 주위의 조언이었을까. 빅토리아는 그 자체로 컨텐츠일 테고.

 

꽤 괜찮다. 특히 아이돌팀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좋았다. 더 웃기는 것은 없어도 자연스런 웃음이 있다. 더 재미있는 건 없어도 어느새 새어나오는 흐뭇한 웃음이 있다. 원래 이런 걸 좋아했는데... 그러고 보면 노주현에게서 한결 관록이 보인다. 김태우가 잘 받쳐주며 노주현이 적절히 분위기를 이끌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한 마디로 아이돌들이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달까? MC노주현은 전부터도 주목한 바이지만.

 

그리고 가장 고마웠던 것은 기껏 잡은 가재를 놓아주던 장면. 알을 밴 가재마저 잡는 것을 보고 조금 불안불안했었다. 설마 그것을 먹는다 하면 어쩔까. 이건 최악이다. 아직까지 제작진이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은 듯.

 

참고로 관악산에서도 내가 가재를 잡은 적이 있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관악산 서울대 옆으로 올라가는 그 계곡에서다. 가재를 보고 모두가 놀라던 기억이 새로운데. 한 번은 홍수가 나서 가재가 하수구로 마당까지 떠내려 온 적도 있었다. 지금은 관악산에 가재가 살까?

 

유치리 가재들도 번성해서 예전처럼 그렇게 큰 돌 들추면 바로 볼 수 있게 되기를. 가재를 잡는다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되지 않도록.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결론은 새로운 멤버로 인해 프로그램이 한결 소박해지고 담백해졌다. 남은 걸그룹이라 해봐야 소녀시대 빠지고 나면 무게감에서 확 차이가 나니. 구하라를 빼고 나면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런 만큼 보다 소박하게 이것저것 해 볼 수 있게 된 듯. 체험 삶의 현장도 어울리고 예능도 어울린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도 기존 멤버들은 비로소 자연스럽게 자기를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분량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분량에 얽매이기보다는 스스로 즐기고 있음이 보인다. 그것이 곧 리얼버라이어티다. 일로 해서는 재미 없다. 스스로 즐겨야지. 스스로 즐길 때 시청자도 함께 즐긴다.

 

구하라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그렇게 웃기거나 한 장면은 없었지만 존재감이 있었다. 해맑았고 개구졌고 유쾌했다. 웃는 모습 그 자체로 구하라는 예능이다. 다만 청춘불패 하나에만 매이기에는 지나치게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효민도 연기를 시작한다는데 고민해 볼 부분이다.

 

과연 김신영의 개그실미도와 아이돌팀의 자연스런 어울림. 제작진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다음편도 지켜볼 보람은 있겠다. 과연... 워낙 실망을 많이 해서 기대는 않는다. 어쩔 것인가. 한 번 더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