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버라이어티라는 자체가 사람이 재미있어 재미있자는 것이었다. 과거의 콩트코미디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연기, 재미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재미있다.
사실 버라이어티에서 소모라는 개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단지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배역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사람이 재미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계속 만나다 보면 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버라이어티에만 전념하다 보면.
버라이어티를 오래 하려 해도 그래서 본업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버라이어티에 노출하는 것을 자제하던가, 아니면 버라이어티에서의 소모를 상쇄할 수 있는 본업을 보여주던가.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에서 비예능인출신인 세 멤버에 대해 주문한 바도 그것이었다. 예능인이 되려 하지 말라. 본업에 충실하라. 오히려 그것이 남자의 자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과연 이정진이 배우로서의 커리어 없이도 단지 외모만으로 비덩 캐릭터를 밀고 간다고 계속해 사람들에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정진에게서 비덩 캐릭터를 보는 것은 이미 이전의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이정진이라는 배우를 함께 보기 때문이다.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사라지고 나면 비덩이라는 캐릭터 역시 다른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성민 또한 그의 캐릭터를 떠받쳐주는 것은 버라이어티 이외에서 보여지는 배우로서의 모습이다. 특히 남자의 자격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밥줘"에서의 악역연기는 남자의 자격에서의 봉창 캐릭터와 대조를 이루면서 그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김성민이 단지 예능인으로서만 남자의 자격에 출연했어도 봉창 캐릭터가 여전히 호감으로 남았을까. 사실 지금도 김성민더러 의도적으로 오버한다고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배우로서의 그의 또다른 일면이 아니었다면 그런 비판적으로 보는 눈들이 보다 더 많아졌을 것이다. 김성민이 남자의 자격 이외에 다른 예능에 출연을 삼가며 노출을 최소화한 것도 한 몫 했다.
물론 전문예능인이야 예능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전력으로 투구해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니까. 그러나 그것은 예능이라는 한 가지로 개인의 가능성이 특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능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일 다른 분야의 일도 병행하고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의 커리어가 있고 인지도가 있다면, 그로써 자신의 매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는 버라이어티에서 적은 노력으로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호감이 확보되었을 때 그의 말이나 행동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 것이고 바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문예능인이라면 그같은 개인기나 망가짐 역시 양해되어 보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외적 요인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예능에서 당장의 자신만을 보여주려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이 바로 말하는 이미지소모라는 것이다.
"다시는 자기 자리로 못 돌아가요."
아예 영영 예능인으로 주저앉던가. 그조차도 못하면 그대로 붕 뜨며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예능이 좋다고 예능에 올인하던 예능인 아닌 예능인들이 그렇게 많이 사라져갔다.
이효리가 그저 예능만 하려 했다면 지금의 이효리가 될 수 있었겠는가. 이효리가 가수로서의 활동 없이 예능에서 웃기고 망가지는 역할만 했다면 지금의 이효리란 있었겠는가. 무대에서의 이효리가 있었기에 예능인 이효리가 가능했다. 예능인 이효리가 있었기에 무대에서의 이효리도 가능했다.
아무튼 그래서 느꼈다. 리틀 어쩌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의외로 다른 대체불가능한 확고한 이미지라는 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예쁘다. 귀엽다. 웃긴다. 털털하다. 성실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떤 대체불가능한 확고한 이미지란 없었다. 어느 누군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그대로 무너져 버릴 수 있는 사상누각인 채다. 그 주된 팬층은 라이트팬이다. 이대로 예능에 나와 단지 이미지적인 호감을 얻는 것으로 좋은가.
무대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인상에 남을만한 활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한 순간에 꺼져 버릴 수 있는 거품과 같은 것이다. 더구나 그 노출도 잦은 편이다.
비슷한 시기에 - 혹은 더 늦게 데뷔한 다른 아이돌들도 나름의 다른 가능성을 찾아 열심히 뛰고 있다. 가끔 느끼는 것이다. 너무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가. 너무 소극적인 것은 아닌가. 자신감이 그렇게 없는 것인가. 신중한 것과 겁을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텐데도.
프리터란 그다지 좋은 단어가 아니다. 프리랜서란 다른 말로 풀면 그냥 백수다. 투잡도 본업이 있어야 투잡이다. 본래의 자기 일 없이는 단지 시간과 가능성을 소모할 뿐이다. 어찌할 것인가.
물론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다. 어련히 주위에서 알아서 챙길까. 자기가 알아서도 잘 할 것이다. 버라이어티로 만족한다면 그것도 한 선택일 것이다. 예능인도 훌륭한 직업이다. 남을 웃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어쨌거나 그 리틀 어쩌구는 머리모양만 비슷한 것 같더만. 과연 그 머리모양을 그렇게 바꾸어도 리틀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글쎄... 너무 갔다. 다만 구하라라는 이름을 소모하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구하라 대신 치면 그 리틀이 나온다. 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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