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노래방기기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다. 키 제대로 맞춰놓고 부르지 않으면 가끔 대참사가 벌어진다. 특히 남자가 여자 노래를 부를 때. 그건 거의 테러 수준이다.
인이어가 고장이었다고 한다. 물론 인이어 없이도 라이브 잘 하는 사람들 많다. 그러나 이미 인이어에 익숙해져버린 뒤다. 인이어란 무대에 섬에 있어 거의 필수적인 장비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그 인이어가 들리지 않는데 과연 제대로 무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괜히 콘서트 한다고 할 때 그렇게 사소한 데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하는 게 아니다. 신경질적일 정도로 공연 직전까지 콘서트장에 나와 작은 부분에까지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사고는 터진다. 다만 콘서트장에서는 사고가 터지면 바로바로 이야기가 나온다.
"죄송합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사과하고 문제들을 바로잡는다.
문제는 그러지 못했을 경우다. 문제가 일어났다. 그런데 그것을 미처 바로잡지 못했다. 바로잡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가 일어난 상태 그대로 관객들에 그것을 들려주게 되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경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자기 음악에 자부심이 있고 하다면 과연 그 기분이 어떨까.
그래서도다. 실수를 했다.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자면 결국 나중에 문제가 터지고 만다. 그래서 바로 사과하고 문제점을 인정하고 문제들을 바로잡고, 그러지 않으려고 전날 밤을 새가면서까지 공연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만의 하나를 대비했어도 일어나는 것이 사고이고 문제일 테니까.
그런데 인이어가 들리지 않고, 그래서이든 어쨌든 실수가 있었는데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도 없었고, 과연 그 다음의 무대가 정상이겠는가. 그럼에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바로 어제 보았던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설마 자기 무대인데, 그것도 소녀시대라는 팀의 무대인데 그것을 일부러 그렇게 소홀히 했을까. 소홀이 하려 하지 않아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것이 최선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그러면 문제는 무엇인가. 결국 그 모든 문제를 방치한 뮤직뱅크PD일 것이다.
인이어 그것, 안 들린다고 했을 때 고치든 바꿔주든 했다면 그만큼 실수의 가능성은 낮아졌을 것이다. 실수가 있었을 때 다시 녹화를 함으로써 최소한 보이는 부분에서라도 문제들을 바로잡았다면 그만큼 무대에 서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 원래 PD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1차적으로 누구에게 있겠는가.
그런 상황을 막자고 그렇게 라이브 한 번 하려면 수많은 스텝이 달라붙어 그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하나의 실수로도 무대를 망칠 수 있기에. 다만 하나의 작은 실수로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수가 책임진다. 음악방송에서는 그것을 누가 책임질까.
그럼에도 지금 오히려 태연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과연 이승철의 무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어도 그리 반응했을까? 아니 이승철이었다면 그런 상황에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피디가 먼저 주의했을 것이고, 문제가 일어났어도 이승철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 역시 음악인으로서 당연한 자세라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태연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피디부터가 무시했다. 인이어 안 들린다고 할 때부터 무시하고 아예 돌아보지도 않았다. 실수하고 다시 녹화하자고 했을 때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태연더러 건방지다 비난하고 있다. 왜?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아이돌이니까. 태연이란 소녀대라고 하는 아이돌 걸그룹의 일원에 불과하니까.
이중적인 거다. 평소 그들은 아이돌도 가수라며 아이돌에게서 음악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음악인이고자 했을 때는 철저히 아이돌로서다. 무대에 서자면 그 무대부터 완벽해야 할 텐데도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무시한 채 그럼에도 무대에 섰으면 보기좋은 모습만 보이라. 시키는대로 보기 좋은 모습만 보이라. 다른 아무 것도 없이. 피디가 바라는 것도 그것이고.
도대체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무대에 서야 하는데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책임까지 아이돌이 다 짊어져야 하는가. 예전 카라의 성인식 무대도 그랬다. 편곡을 그따위로 한 것을 자기 키도 아닌 노래를 도대체 어떻게 더 잘 부르라고. 그러나 대중이 생각하는 라이브란 딱 행사장 수준이라. 앰프에 스피커 어디서 아무거나 조율도 않고 갖다 놓아도 와서는 그럴싸하게 라이브를 들려주라. MR이라도 없으면 그게 가능이나 할까.
참 불쌍한 거다.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무대준비가 소홀한 것을 탓하지도 못하고, 바로잡으려 요구도 못하고, 그러면 오히려 욕이나 먹고. 그로 인해 무대가 좋지 않았어도 그 비난도 혼자 다 들어먹고. 왜 음악인들이 콘서트 준비에 그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가며 만전을 기하는가도 이해도 없고.
결국은 아이돌이라서다. 인형이니까. 그저 가지고 놀기 좋은 인형이니까. 가지고 놀다가 실증나면 망가뜨리고. 또 망가뜨리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고. 인형이 감히 사람 흉내를 내려 하니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태연이 욕을 먹는 이유일 테지.
하여튼 우습다. 그러고서도 또 아이돌 무대에 서면 라이브 어쩌고 그러겠지. 음향이야 어떻든. 무대준비야 어떻든. 피디나 방송국측의 준비야 어떻든. MR이 어떻네 MR 제거하니 어떻네 하면서. 과연 제대로 된 무대에서 제대로 준비를 갖추고 올라서도 그랬을까.
제대로 된 무대가 아니어도, 그래서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줄 수 없어도, 그래도 여전히 최고의 무대만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 책임은 온전히 그들에게만 물려지고. 꽃이니까. 그저 예쁘기만 한 꽃이니까.
그야말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주소라 하겠다. 지금도 공연준비에 만전을 기하느라 여념이 없는 음악인 이하 스탭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음악은 동전만 넣으면 나오는 자판기 커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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