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다. 그런데 그거 교정 보는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이다.
글 쓰는 거야 대충 아무렇게나 휘릭 갈겨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고쳐쓰는 건 기존의 완성된 글 안에서 그것을 살려가며 고쳐써야 한다. 앞뒤 맥락을 살피고 문장의 연결도 고려하고, 차라리 새로 쓴다. 다만 새로 쓰는 글이 고쳐쓰는 글보다 낫겠는가.
이미 기존에 완성된 틀이 있다. 완성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이미 시청자나 출연자가 길들여져 있는 어떤 틀이란 게 있다. 그런데 그 틀의 일부를 부수고 다시 쌓아나가려 한다. 힘들다.
기존에 완성된 캐릭터가 있는데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왔다. 캐릭터란 관계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연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갈 것인가.
구하라가 이번에 막내가 되었다. 그러나 구하라의 막내는 이전의 현아의 막내와는 다르다. 현아의 막내는 동등한 입장에서의 막내였다. 모두가 함께 시작한 상태에서의 막내였다. 그러나 구하라는 선배다. 마냥 징징거리며 어리광을 부리기에는 그동안의 커리어라는 게 있다. 기대치라는 게 있다. 소리가 구하라더러 선배님이라 하는 그대로 구하라의 막내는 현아와 전혀 다른 형태를 띌 수밖에 없다.
효민의 병풍캐릭터도 주연이나 소리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태다. 효민이 병풍을 내세워봐야 이제 갓 리얼버라이어티를 시작한 주연이나 소리 앞에서 어색할 뿐이다. 차라리 주연과의 씨름에서처럼 예능을 가르치면서 이제는 예능을 알게 된 어리버리한 고참 역할이 어울린다.
선화 역시 백지 캐릭터를 그대로 밀고 갈 수 있는가. 선화의 백지를 살려준 것은 그녀의 신인으로서의 풋풋함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신입도 들어왔는데 마냥 백지를 밀기에는 그래도 시크릿이 올해 이룬 성공들이 아쉽다. 백지 이외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줄 때도 되었다. 내가 지켜본 바로 선화는 매우 영리한 멤버라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된다.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도 마찬가지. 그나마 G7의 평균연령이 확 높아져 버린데다 이건 뭐 신입이 셋이나 되니 전처럼 자유롭게 나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긴 그건 기존 멤버 입장이고 과연 나머지 신입들은 어떤가. 빅토리아, 주연, 소리... 그냥 기존 멤버들이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고 끝이 아니다. 이들이 어떤 컨셉을 들고 나오고, 또 기존 멤버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전체적인 그림이 새로 그려진다.
그 가운데 아마 캐릭터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관계의 변화도 있을 것이다. 어색해 할 필요 없다. 불편해 할 필요 없다. 원래 보통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멤버가 끼어들면 각자의 캐릭터나 역할도 바뀌게 된다. 캐릭터란 말했듯 관계 속에서 설정되는 것이다. 더 이상 멤버가 옛멤버가 아닌데 캐릭터까지 옛캐릭터로 남아 있을까.
다만 이미 그동안 해 온 것이 있으니까 자리를 잡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그러나 과연 그것을 어떻게 살려나갈까 하는 것은 제작진의 역량에 달려 있겠지.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텔링을 만들고.
의외로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기존의 멤버들이 아무래도 아이돌로서 그 이름값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번 세 멤버는 시쳇말로 딱 굴리기 좋다. 구를 각오를 하고 나와 있다. 그러는 데 대한 부담도 적다. 부정적으로 처음에는 보았지만 분위기를 바꾸어 보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다만 역시 말했듯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아무튼 전처럼 조급증만 보이지 않으면 꽤 괜찮아질 수 있으리라. 시청율에 급급해 무리수를 두는 그런 것만 없다면 - 리얼버라이어티는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텔링이 있어야 한다. 그저 당장의 웃음에만 집착하다 보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청춘불패의 정체된 시청율이 그 증거일 것이다. 예능감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웃음이 부족하면 또 부족한대로 살려가는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아이돌인가. 성인들인가. 어제의 분량이 그것을 보여주었다 생각한다. 제작진의 하기 나름이겠지만.
판은 만들어졌다. 재료는 갖추어졌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건 김종민은 사족이다. 도대체 뭔 생각인가.
그리고 어제 소리의 눈물도 사족이었다. 그렇게 자기변명을 하고 싶은 것인가.
의외로 제작진이 소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소심해서는 리얼버라이어티 못 한다. 인터넷 같은 거 하지 말고 욕 먹더라도 자기 소신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딴 소리 싹 무시해도 좋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아직 그것을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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