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확실히 김태원답다 싶었다. 어느 케이블방송에서였던가? 채제민이 공연 마치고 그런 말을 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김태원이 핀잔을 준다.
"이 나이 먹어서 무슨 그런 말을 하냐?"
이에 채제민은 이리 대꾸하는데,
"형은 아티스트잖아요. 우리는 뮤지션이고."
남자의 자격에서도 그러더니만.
"틀리지 않으면 레코드지."
말하자면 더 이상 거리낌이 없어진 경지라고나 할까? 틀리는 것도 두렵지 않고 못하는 것도 두렵지 않고,
"아임 낫 잉글리시!"
그러나 또 정작 학원에 가서는 나름대로 짧은 영어로도 당당하게 이야기를 나누더라는 것이다.
음악도 자폐더니만 강고한 자아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여주었다. 컴플렉스의 화신이라더니만 이건 뭐... 아마 영어 배우자면 가장 잘 배울 타입일 듯.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말도 잘 배운다.
김성민은 말할 것도 없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무엇보다 잘하고... 말하자면 뭐든 자기에게로 끌어당겨 하는 타입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시켜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 한다. 내 일로 하고 내 생각으로 한다. 말도 영어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한국어 어휘와 문장 대신 영어를 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확실히 뭘 해도 잘할 것 같은,
"저렇게 완벽한 남자가 왜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고 혼자야?"
내 말이 그 말. 너무 완벽해서? 진짜 엄친아란 이런 놈을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여기서 '놈'이란 질투의 감정을 포함한 표현이다.
이정진은 역시나 어정쩡하다. 차라리 아주 못하면 웃기기나 하고, 아주 잘하면 김성민처럼 감탄이나 할 텐데, 어정쩡하게 잘하고, 또 어정쩡하게 못한다. 이정진의 매력이면서 단점. 그 어정쩡함이 남자의 자격에서도 여백을 만드고, 그러면서 또 이정진을 병풍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정진의 병풍스러움이 없다면 또 남자의 자격도 그 맛을 잃을 듯. 아무튼 열심히는 한다.
김국진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다. 준비가 많이 된 영어라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사려깊은 어휘와 표현이라는 뜻일 게다. 그렇게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영어를 못한다고, 지레 못한다고, 아마 그같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골프에 그렇게까지 빠지게 만든 것일 테고, 한동안 방송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일 게다. 기복이 심한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듯. 너무 생각이 많은 건 아닐까? 차라리 그것을 들어낼 수 있으면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자신에 엄격한 - 생각이 많아 피곤한 캐릭터로.
아니 그러기에는 그동안 쌓아 놓은 이미지가 걸릴까? 아무튼 지나치게 진지하고 자신에 엄격한 것도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다.
윤형빈은 역시 이미지대로 착했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자 바로 카페 안에 들어가 물어 대답해 줄 정도로 성실하다.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다. 그가 웃기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일 듯. 웃음이란 원래 무례와 가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요즘 아예 7위라고 자학하는 것이 웃음이 나는 것도 그래서다. 차라리 그쪽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
이윤석은 진짜 뭘 해도 폼이 안 난다. 잘 하는데 뭔가 어정쩡하게 부족한 느낌? 이정진과는 다르다. 어정쩡하게 잘하고, 어정쩡하게 못하는 이정진과는 달리 어정쩡하게만 잘한다. 그만큼 폼이 안난다는 것이 드러난 실력에 대해서도 디스카운트를 하는 것. 그러나 역시 교수라고 실력은 있었다.
이경규... 이 아저씨는 의외로 소심하네. 뻔뻔하게 버럭거릴 줄 알았더니만 버버버벅... 비슷하게 못하는 것 같은데도 어쩌면 당당해서 모르는 사람은 속아넘어가기 쉬운 김태원과는 달리 못한다는 게 티가 났다. 아니 그보다는 못하는 건 아닌데 심하게 못하게 보이는 타입. 영어컴플렉스일까? 아니면 성격 자체가 그런 것일까? 집안에서 막내였다고 하는 것도 같고...
빼먹은 사람 있나? 아무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회였다. 영어야 뭐 나도 영어를 못하니 패쓰고. 하나하나 조금 더 알아간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김태원...
"버스탑? 버스탑이 뭡니까?"
모르는 단어가 나오자 생뚱맞게 바로 옆자리 앉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당당함. 모른다 하고서는 개의치 않는 뻔뻔함. 25년간 밴드의 불모지에서 밴드를 이끌어온 내공이 괜한 게 아니란 걸 알겠다. 다시 한 번 감탄.
재미있었다. 크게는 아니지만 언제나와 같이 소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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