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토크가 재미있다...

까칠부 2009. 10. 25. 21:57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앞부분에 나오는 토크일 것이다.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이정진, 김성민, 윤형빈 이렇게 일곱이서 나와 떠들어대는데... 이게 진짜 죽음이다. 뭐 이리 웃기는지...

 

그래서 가만 보니까 재미있는게 버려지는 멘트가 없다. 일단 던지면 다 웃음거리가 된다.

 

바로 이게 묘미다. 지난 위대한 밥상편에서도 나왔지만 이경규도 유독 남자의 자격에서는 무리수를 많이 둔다. 무리수라기보다는 계산하지 않는 멘트다. 아무렇게나 툭 던지고, 그러면 그것을 김국진이든 김태원이든 김성민이든 받아 웃음거리를 만들고... 만일 여기서 실패하면 윤형빈이나 이윤석, 이정진이 받는다.

 

즉 아무렇게든 일단 던지면 받아먹는다. 누구든 받아먹고, 받아먹고 나면 다시 거기서 나온 것을 또 누군가 받아먹고, 그러면서 각자의 개성이 어우러지며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김태원이 유독 남자의 자격에서 선전하는 것도 그래서다. 사실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너무 나댄다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던 김성민이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낸 것도 그래서다. 이들의 독특한 개성은 적절한 리액션이 받쳐주지 않으면 살아나지 않는다. 유현상이 스타골든벨에서는 그리 고전하면서도 세바퀴에서는 빵빵 터뜨려주는 것과 같다.

 

던지면 받는다. 일단 던지면 받아준다. 그러면서 방송분량이 나오고... 서로에 대한 신뢰다. 그래서 이경규도 이제는 마음편하게 그냥 던지고 보는 거다. 이경규가 던지고, 김태원이 받고, 혹은 김성민이 받고... 굳이 이경규가 웃길 필요 없이 방향만 잡아주면 알아서 웃긴다.

 

정말이지 이렇게 잘 짜여진 시트콤이 있을까?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그 유기적인 팀웤이. 이 가운데 누구 하나 빠지면 안될 것 같은.

 

그러고 보면 병풍들의 역할도 의외로 상당하다. 만일 여기서 이정진이나 윤형빈까지 나서서 김성민처럼 설쳐보라? 받아주어야 하는데 전부 던져버리고 나면 굉장히 산만한 거다. 어느샌가 경쟁이 되고, 받아주기보다는 자기가 치기에 바쁘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에서는 아무튼 받아주니까.

 

병풍이네 뭐네 해도 그동안 이 멤버로 계속 온 것이 잘 한 일이라 생각된다. 만일 중간이 못한다 자르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을까?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것으로 웃음거리로 삼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끈끈한 유대가 생겨 크게 튀지는 않지만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나중에는 어디까지 갈까...?

 

문득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어딘가 토크 프로그램에서 이들 일곱을 불러 마음껏 떠들도록 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만일 지금의 방송이 설정이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도 분량이 나올 것이다.

 

은근히 허세쩌는 이경규와 그런 이경규를 잡는 캐릭터이면서 또 허풍이 있는 김국진, 엉뚱한 멘트와 역시 허풍 하면 한 허풍 하는 김태원, 수다스럽고 나대는 김성민, 뭘 해도 폼나지 않는 이윤석과 7위라는 것이 이제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윤형빈, 전혀 웃기지 않지만 실실 웃고 있으면 그림이 되는 이정진, 툭 던지면 받고, 툭 던지면 받고, 받고,

 

아무튼 오늘 분량에서도 가장 재미있던 건 토크였다. 하여튼 도저히 어떻게 저 주제로도 저렇게까지 웃길 수 있는 것인지. 각자의 개성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에까지 이야기를 날려보내면서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웃음을 웃게 된다. 그렇다고 황당한 것이 아닌 흐뭇한 웃음을.

 

결론은, 빠라는 것이다. 이미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능해졌다. 일단 보면 좋다. 일곱명 모두다. 못한다고 자른다? 방송국 폭파시킨다. 한 팀이라는 것이다. 윤형빈이든 이정진이든. 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그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남자의 자격 그 자체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