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윤형빈 때문에 눈물이 날 뻔 했다...

까칠부 2009. 10. 26. 10:35

김성민이 전투기에 타고 싶다고 하자 이경규가 윤형빈을 지목하며 말한다.

 

"너도 타고 싶지? 타야 하잖아? 개편도 있는데."

 

그러자 윤형빈이 화들짝 대답한다.

 

"뭐라도 시켜만 주십시오.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라고 해도 하겠습니다."

 

정말 가슴이 짠한 게...

 

그러고 보면 그동안 윤형빈 교체론에 반대한 이유도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요즘 좀 힘들다. 힘들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나이가 좀 되면...

 

나이 많고 진급을 못하면 잉여인력 취급 받기 십상이다. 회사 어려워지고 하면 나이 많고 호봉 높은 사람부터 쳐내려 하고. 조금 일 못하더라도 값싸고 빠릿한 젊은 인력이 좋지.

 

시절이 그렇게 힘들어도 힘들단 말 못하고, 어려워도 어렵단 말 못하고, 묵묵히... 그것도 어제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들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도 참고 일해야 하는 무수한 가장들...

 

"전 능력이 안 되니 나가야 해!"

"능력 안되니 더 잘난 다른 사람과 교체했으면 좋겠어."

 

어떤 의미일까?

 

무의식중에 그래서 윤형빈의 캐릭터에 동화되었던 것이다. 누구도 1등이라 자신할 수 없기에, 7등이 아니라 자신할 수 없기에. 한층 더 절박해진 윤형빈의 모습에서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한 게지.

 

 

그래서 생각했다. 그쪽으로 캐릭터를 키워나가면 어떨까?

 

정리해고 당하기 직전에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수많은 샐러리맨의 모습을 윤형빈을 통해서 보여주는 거다. 그러면서 그런 윤형빈을 끌어안고 가는 남자의 자격이 모습도.

 

물론 인터뷰 보니까 피디는 어떤 인위적 장치도 넣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만.

 

가을이다. 때로 별 쓰잘데기 없는 것에도 눈물이 나려 하는 것을 보니.

 

세상이라는 게 그렇게 힘들다. 내 탓이 아니더라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사는 게 그러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