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떡해 - 샌드페블즈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갈까
나 어떡해 나를 두고 떠나가면
그건 안돼 정말 안돼 가지 말아
누구 몰래 다짐했던 비밀이 있었나
다정했던 네가
상냥했던 네가
그럴 수 있나
못 믿겠어 떠난다는 그 말을
안 듣겠어 안녕이란 그 말을
다정했던 네가
상냥했던 네가
그럴 수 있나
못 믿겠어 떠난다는 그 말을
안 듣겠어 안녕이란 그 말을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가사 출처 : Daum뮤직
처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그랬단다.
"뭐야, 저건?"
이제까지 들어 본 적 없는 곡의 형식에 놀라고, 그럼에도 형편없는 연주와 노래에 또 놀라고,
70년대는 포크의 시대였다. 60년대 번안포크에서 시작된 포크음악은 70년대 이미 젊은 문화의 상징처럼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송창식, 윤형주, 서유석, 한대수, 이장희, 양희은, 김민기...
락은 아직까지 해외 유명 락밴드들이 부르는 것이었다. 아니면 클럽에서 전문연주자들이 해외 유명 밴드의 곡을 커버해 부르거나. 자생적인 락밴드나 락음악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주류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그 일이 터졌다. 아마 75년이었던가. 저 유명한 대마초파동이 있었다. 신중현이 여기에 걸려 날개가 꺾였었다. 신중현만이 아니었다. 락씬과 포크씬은 이 대마초 파동으로 핵폭탄을 맞은 듯 초토화되어 버렸다. 가요계에 일대 공동화가 일어났다. 포크가 바로 이를 기점으로 사양세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대마초파동으로 인한 문화적 공동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태동케 했다. 77년 MBC에서 개최한 대학가요제가 그 기점이었다.
도대체 저건 뭔가? 확실히 지금 들어도 해괴한 노래다. 멜로디도 단순하다. 나 어떡해, 이 멜로디만이 수도 없이 변주되며 반복된다. 가사도 나 어떡해, 멜로디도 나 어떡해, 연주도 나 어떡해, 노래도 나 어떡해,
아마 요즘 후크송을 듣는 반응이 그랬을까? 이게 노래냐. 그러나 대폭발이었다.
이제껏 들어 본 적 없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후련하게 젊은이들의 가슴을 두드려주었다. 락이었다. 비로소 캠퍼스락이 한국대중음악의 전면에 나서게 된 순간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샌드페블즈의 아마추어틱한 연주도 한 몫 했었다. 배철수가 무릎팍도사에 나와 그랬었다.
"우리가 해도 쟤들보다는 낫겠다."
배철수만이 아니었다. 홍익대의 블랙테트라. 고려대의 고인돌. 연세대의 라이너스. 그리고... 하여튼 난다긴다 하는 캠퍼스밴드들이 대거 가요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78년 제 2회 대학가요제는 그래서 별들의 잔치였다. 바야흐로 새로운 문화가 태동하려 하고 있었다.
옥슨80과 건아들, 휘버스, 로커스트, 마그마, 벗님들... 때로는 대학동아리였다. 때로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만든 밴드였다. 80년대 한국현대사의 가장 불행한 사건이 있고도 대학가 문화가 퇴조하는 가운데 전통은 면면히 이어졌다. 김수철의 작은 거인과, 다섯손가락, 블랙홀도 사실은 캠퍼스밴드에서 시작했다. 대학가 연합밴드였던 무한궤도며, 강변가요제에 메탈의 고고성을 울렸던 티삼스...
당연히 대학에서는 캠퍼스밴드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아니 밴드를 하려고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밴드란 대학문화의 이미 한 부분이었다. 70년대와 80년대, 90년대... 요즘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80년대 중반 언더그라운드 문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김종서가 부활에 들어가기 전 활동하던 검은진주며 이승철이 강변가요제 참가했던 파이오니어 역시 그같은 캠퍼스밴드였다.
아직 시대를 노래하기에는 무리였다. 해외의 락밴드들이 시대와 사회에 대해 거침없는 자기목소리를 내던 그때,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그러자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아직은 비겁해야 했던 그 시절, 그러나 그들은 대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젊음과 자유와 해방과 낭만과.
그러나 그것으로 좋았다. 기성세대에 빚지는 법 없는 자신들만의 문화라는 것이. 자신들 손에 의해 생산되어지는 자신들만의 음악이라는 것이. 포크와 락은 여전히 젊음의 음악이었다. 그들의 음악이었고 그들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젊은이다운 소심한 저항이었다. 격렬하던 시대 그와는 다른 반항이었다.
그 시작은 연 것이 바로 이 "나 어떡해"였다. 캠퍼스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끄집어내져 사람들 사이에 들리고 이야기되어진 것이다. 작은 동아리에 갇혀 있던 그들만의 문화가 비로소 젊음의 문화로서 향유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작이야 미약했어도...
재미있는 것은 당시 샌드페블즈와 더불어 김창완 형제 역시 산울림이라는 이름으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고 있었다는 것. 예선은 통과했다는데 그만 결선에 오르기 전에 김창완이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밝혀져 실격하고 말았다. 그것을 계기로 결국 데뷔하게 되었기는 하지만.
샌드 페블즈는 김창완 형제가 몸담고 있던 밴드이기도 했다. "나 어떡해"도 산울림 형제의 둘째인 김창훈의 곡으로 산울림 앨범에 리메이크되기도 했었다. 확실히 지극히 산울림스러운 곡이기도 하다.
단순한 멜로디와 단순한 코드, 단순한 가사의 반복.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변주하는 장난스러움이 있다. 놀라게 만드는 개구짐도 있고. 마치 산울림의 데뷔곡인 "아니 벌써"의 쌍동이처럼도 느껴지는 곡.
후크송을 이야기할 때 항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다. 물론 후크송은 아니다. 나어떡해가 전면에 배치되기는 하지만 여기에서의 나 어떡해는 후크가 아니다. 버스와 브릿지와 사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락의 작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득 느껴지는 후크스러움이란.
지금도 노래방 가면 자주 부르는 노래다. 일단 재미있다. 멜로디가. 사운드는 산울림의 리메이크버전이 훨씬 낫지만 역시 원곡의 풋풋함이란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매력이라.
벌써 33년 된 노래다. 그 파릇파릇하던 노래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다. 모두처럼.
덧, 나도 저 세대는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다. 자세한 내용은 콘서트7080을 참고하도록. 그때 아저씨 아줌마들 곧잘 나오더라. 가끔은 반가웠다. 그런 맛에 7080을 보는가. 가끔 보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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