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이걸 음원으로 구입할 수는 없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원래 당시도 손발이 오글오글이었다.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다. 귀여운 척과는 예나지금이나 그다지 친한 편이 아니다. 세또래의 귀여운 척은 지금도 전설급이다.
딩시 내가 세또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단 하나, 하나같이 이야기하더라.
"쟤들은 일본 아이돌이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소녀대"라는 아이돌그룹이 88년 올림픽을 전후해서 "Korea"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발표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도 제법 알려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아이돌이란 이런 스타일이로구나.
그런데 알고 보니 소녀대 역시 소년대가 인기를 끄니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그룹이었다는데, 그런데 또 그 소년대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그룹이 소방차였었다. 아마 소방차 역시 DSP의 이호연씨의 작품일 것이다. 아무튼 소녀대란 일본 아이돌의 상징과 같았고 그 소녀대의 컨셉을 본따 만들어진 세또래란 소녀대의 데드카피나 다름없었다. 내가 워낙 일본만화를 좋아해서...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는 보는데 도무지 손발이 오글거려 더는 보고 있지 못하겠는 것이었다. 내 취향은 어디까지나 김완선이고 이지연이었지 세또래는 아니었다. 차라리 소방차나 박남정 같은 사내자식들을 보면 봤지 세또래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다만 그 무대가 워낙 신기해서...
느닷없이 세또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인에게 "오렌지 캬라멜"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하는 말,
"세또래잖아?"
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결국 세또래를 다시 찾아볼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손발이 오글오글. 그나마 지금이 비위가 훨씬 나아졌달까. 오렌지 캬라멜은 참고 보겠는데 세또래는 도저히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일본풍 아이돌 그룹이라는 의미가 있겠... 유현상이 프로듀스했던 야차가 몇 년 데뷔인지 모르겠다. 국내 최초의 보이그룹이었었는데.
참고로 이 세또래의 이가이가 베이비복스 3집 초반까지 활동했던가 그랬다. 2집 하고 하차했던가? 그때 벌써 서른이 다 되었을 텐데. 애도 하나 있다고 했었다. 참으로 놀라운... 박가희보다 더한 노익장이었다. 2집 당시의 베이비복스 노래를 들어보면. 이 역시 나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던 귀여운 척의 극치였는데.
아, 그리고 기억나는 게 있다. 어느 잡지였을 것이다. 프로필상 키를 공개하는데 아마 세또래 세 멤버의 키가 각각 1cm씩 차이가 났을 것이다. 155, 156,157이었던가? 150대의 키도 아무렇지 않게 프로필로 넣었으니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평균키가 작아서도 있겠고. 원래 귀여운 컨셉이기도 했겠고.
아무튼 그럼에도 역시 오렌지카라멜이 낫다는 것. 세또래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 흑역사도 역사라고 역사적인 의미는 있겠다. 음원? 알아서 사서 듣던가.
간만에 기억의 어두운 끝자락을 건드려 보았다. 도대체 뭐가 더 있을까? 글쎄...
그나저나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으려나.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같은 시간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때로 그립다.
늙어가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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