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보았다. 재미있다길래 한 번 봐 볼까 하다가 아침에 나오는길에 옴니아로 돌려봤다. 결국 끝까지는 못 봤다. 역시 이래서 리얼버라이어티란 어렵구나.
원래 재치와 무례는 하나다. 개그와 결례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선을 넘어서면 무례, 선을 지키면 재치, 정도를 지키면 개그, 정도를 벗어나면 결례...
초보들이 그걸 잘 모른다. 사실 일상에서도 곧잘 그래서 사람들이 실수를 한다. 나름대로 유머라고 하는데 그게 사람 성질을 건드려 버리는 거다. 그래서 목소리 커지고 일 벌어지고.
쌈디를 아바타로 조작하게 된 이기광이 딱 그랬다. 그건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의 모습이었다. 해맑게 웃는 그 모습이 진짜 아이였다. 그리고 하는 짓도 아이였다.
아무리 몰래카메라라도 선이 있는 거다. 짓궂더라도 선이 있고 독하더라도 정도가 있고 그래야 나중에 유쾌하게 웃어 넘길 수 있는 거다. 아무리 예능이라도 선배고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머리를 잡고 가발이네 아니네, 발가락 털을 뽑고 뭐? 결국 거기서 더 넘어가지 못했는데.
우습기보다 오히려 불쾌했다. 웃기자는 예능이었는데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다. 선을 넘어선 탓이다. 정도를 넘어선 탓이다. 모두 초보인 이기광이 예능을 잘못 이해한 탓이다.
아니, 아니다. 편집이라는 게 있다. 편집으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부분이다. 제작진의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하긴 제작진 입장에서 단지 출연자일 뿐 선배와 후배라는, 혹은 연장자와 손아랫사람이라는 그런 개념이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잠시 잊었던 것일까?
물론 웃기자는 예능이다. 이런 걸 보고도 웃는 사람이 분명 있기는 하다. 그러나 김구라가 왜 메인이 못 되는가. 결국 보편적인 웃음이라는 게 있는 거다. 모두가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웃음이 있다. 과연 이런 모습을 일요일 저녁 가족시간대에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다 생각하는가.
가장 먼저 예능에 대한 욕심에 정도를 잊어버린 이기광을 보았고, 그것을 보며 시청율 욕심에 걸러내지 않은 제작진을 보았고, 그러나 그럼에도 뜨거운형제들의 스타일에 만족해 할 어떤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분명 나는 보다가 포기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마니아가 극찬해서 좋은 것 없다. 그저 웃기면 된다. 그러기에는 내가 꽤 보통의 상식을 준수하는 타입이라 말이지. 재미없었다. 진심으로.
특히 이기광, 아무리 하란다고 예능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다. 보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어야 예능이다. 자기가 봐서 괜찮은 수준 정도는 지켜주기 바란다. 조금 더 배워야 할 거다. 예능을. 사람을. 멀었다.
지켜봐야겠다. 아니 과연 이번주는 볼까? 이번처럼만 불쾌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기분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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