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부터는 못봤다. 내가 무릎팍도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오로지 라디오스타만 본다. 그래서 조금 여유를 두고 TV를 튼다는 것이 가끔 무릎팍도사와 겹친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다.
웃었다. 그리고 조금 씁쓸했다. 화장실에 볼 일을 보러 들어갔는데 밖에서 자꾸 귀를 기울이더라는 것이다. 얼마나 민망할까. 얼마나 창피했을테고.
아마 현재 우리나라 연예인의 현주소가 아닐까. 남의 볼 일 보는 게 뭐 그리 궁금한가. 결국 생리작용이다. 누구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다지 보이거나 들리게 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도 굳이 그런 것을 들으려 한다. 아예 감추거나 삼가는 것 없이 뻔뻔스럽게 대놓고 한다. 화장실 안에서 들을 수 있도록.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 안타깝다. 차라리 그냥 보고 듣기만 하면 좋은데 뭘 그리 상상하려 하는가. 화장실에서 남들과 다르게 할 게 뭐가 있다고. 임신설이라... 여자에게 임신설이란...
확실한 것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설사 확실하더라도 개인에게 해가 될만한 건 좀 자제해주고, 정히 문제가 될만한 범죄행위라면 공론화시키되 법의 힘을 빌어 공식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설사 그것이 법적인 문제까지는 아닌 심각한 도덕적 문제더라도 그에 대해서만, 사실에 대해서, 대상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해도 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뭔가.
연예인은 개인이다. 그러나 그 주위의 사람들은 무얼까. 부모가 있다. 형제가 있다. 자식이 있을 수 있다. 연인은 또 어떤가. 미처 마음의 정리를 하기도 전에 주위에 떠밀리듯 헤어져야 했다는 이야기는 또 뭔가.
물론 방송용일 수 있다. 방송용으로 약간은 가공된 내용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과연 그럴만한 빌미는 없었는가. 그러고 보면 너무 시끄러웠고 너무 성급했다. 말도 함부로 나왔고 판단도 결론도 빨랐다. 그리고 장윤정에 대한 단죄도...
안다. 나도 보았다. 장윤정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어떤지.
"이번 일로 한 방에 훅 갔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강호동 말마따나 첫사랑 만나서 결혼해 평생을 함께 살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말을 만들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온갖 치부를 다 드러내야 함은 물론 있지도 않은 일로도 단죄받아야 한다. 그러고서도 그 책임은 온전히 연예인에 씌워진다. 그러다 불행한 지경에 놓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그들은 사냥감을 찾는다.
"이번에는 누구겠지?"
"다음에는 누구누구인 것인가?"
게시판마다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말이다. 아무 의식도 없다. 자연스레.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물론 남의 돈 벌기가 쉬운 게 아니다. 그렇더라도 과연 그런 심각한 인권침해까지 당연한 것인가. 과연 그런 지경에까지 몰아가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인가.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더라도 그런 일들이 잘못이라는 자각은 필요할 것이다. 생각없이 미리 판단하지 말고, 미리 결론내리지 말고, 말도 함부로 하지 말고,
사람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그로 인해 사람은 또 얼마나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지,
그러나 예상되는 것은 그런 장윤정의 모습에 또다시 조롱과 비아냥을 담을 어떤 현명함들. 선량함들. 정의로움들. 엄숙함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최소한 다른 사람 들어간 화장실에 귀 기울이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옆방에 신혼부부 있어 소리가 들리더라도 들인 체 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가져야 할 상식일 터다. 생각을 하고 살자. 그 한 마디.
참으로 입맛이 쓴 무릎팍도사였다. 장윤정은 의연한 척을 하는데 그 속을 누가 아는가. 사람은 약하고 강한 척 하는 사람은 더 약하다. 더 큰 상처가 없기를. 바라고. 바란다. 오늘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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