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라디오스타 - 단지 게스트는 먹이일 뿐...

까칠부 2010. 7. 1. 00:53

정아는 공자가 되었다. 나나는 생각없는 방송초짜가 되었다. 가희는 조는 것으로 약점을 잡히고, 손담비는 김구라가 수호천사가 되어준다.

 

라디오스타의 강점이다. 서로 다른 개성들이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그렇기 때문에 게스트는 항상 전방위적으로 그 다양한 게스트로부터 두들겨맞는다. 마치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내부의 모습을 유추해내듯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에서 서로 다른 개성으로 쏘아보내는 예능전파를 통해 대상의 강점과 특징등을 한 번에 파악해낸다.

 

그렇게 라디오스타에서 캐릭터 만들어진 예가 한둘이 아니었다. 올해만도 김형준이 있었다. 아주 배가 빠지도록 웃었다. 제시카도 라디오스타에서 캐릭터 잡았다. 에프엑스편에서도 빅토리아며 루나며 엠버며 그 개성들이 돋보이고 있었다. 티아라의 초기 예능 캐릭터도 라디오스타에서 잡아준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기존의 이미지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다지 예능을 많이 챙겨 보는 편이 아니라, 그러나 무례할 정도로 직설적인 네 MC의 화법은 그만큼 게스트의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더구나 욕을 먹는만큼 게스트는 약자이자 피해자의 입장에서 호감어린 이미지까지 얻는다.

 

확실히 정아는 나이에 어울리게 듬직해 보였고 착해 보였고 순수해 보였다. 나나는 신인다운 풋풋함과 서툰 모습이 어리버리해 보이는 이미지와 더불어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해 보였고. 예능감이 있다 하지는 못하겠지만 보기에 참 호감이 가는 모습이었다. 가희도... 현재 걸그룹 가운데 최연장자로 어딜 가나 대접받는 가희지만 아무래도 MC들 자체가 연륜이나 커리어나 만만치 않다 보니. 그저 그 앞에서는 귀여운 걸그룹의 리더일 뿐이다. 역시나 놀라운 안정감은 애프터스쿨의 리더이자 걸그룹의 맏언니답다 할 테지만.

 

결코 착한 예능은 아니다. 라디오스타는 어쩌면 가장 무례하고 독한 예능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이 라디오스타를 찾는 것은 단순히 그러한 무례함이나 독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MC는 무례하다. MC는 독하다. 그 무례함과 독함은 서로를 물어뜯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대비해서 게스트란 참으로 호감이 가는 모습이다. 오늘처럼 귀엽고 순수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그런 것을 또 드러내 보일 줄 안다.

 

B급이기에 가능한,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남다른 라디오스타만의 개성이자 강점이라 할 것이다.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분량을 뽑는다는 것은 MC가 비호감을 사고 게스트가 호감을 사는 것이니.

 

그나저나 확실히 김구라가 그같은 독설이미지에도 롱런하는 이유가 있다. 귀여워질 때는 귀여워질 줄 안다. 독하게 치고 가다가도 빠질 때는 곧잘 빠진다. 약점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약점을 보이면 사람들은 방심하게 된다. 방심은 여유를 만들고 상대에 관대해진다. 김구라의 독설이 단순히 독설예능으로 소비되는 이유다.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도 그는 예능에서 또 한 사람의 강자다.

 

역시나 배가 빠지도록 웃었다. 그야말로 생각없이 웃기에 이보다 좋은 프로그램도 없지 않을까. 그러나 간간히 깔리는 진한 페이소스는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생각케 만든다. 다만 오늘은 웃음 뿐이었다. 그것도 최고의 웃음으로.

 

만족스러웠다. 무척 재미있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항상 이만만 하기를. 이래서 수요일이 항상 기다려지고 목요일 새벽이 즐겁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