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신해철의 소녀시대 발언 - 음악에는 두 가지가 있다!

까칠부 2010. 7. 3. 20:30

음악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음악만 들어야 하는 음악. 하나는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음악.

 

전자는 역시 아무래도 각잡고 듣게 된다. 다른 짓 하다가도 어느새 자세를 바로하고 음악 자체만 음미한다.

 

후자는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음악을 듣다가도 다른 짓을 해도 전혀 거리낌이나 아쉬움이 없다.

 

사람은 때로 짐을 내려놓고 싶어한다. 피곤하고 지쳤을 때 더욱 가볍고 단순한 음악을 쫓는다.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 때는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다. 음악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다.

 

과연 지금의 대중에게 그런 여유가 있는가.

 

90년대 대중음악의 전성기란 90년대라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가 일단 눈으로 보기에 잘 돌아갔다. 시장에 돈이 풀리고 그 돈을 누구나 마음껏 쓸 수 있었다.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억눌렸던 것들이 드디어 자유롭게 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IMF... 사람들은 다시 주눅들기 시작했다. 워낙에 힘드니까. 여유가 사라졌다.

 

지금은 더 그렇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경쟁사회 속에 어느샌가 사람들은 여유를 잃어버렸다.

 

하염없이 달리고 쫓기고, 쫓기고 달리고... 그나마 아이돌은 지친 일상에 위안을 준달까?

 

확실히 아이돌을 좋아해보니 알겠다.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아이돌의 음악이란 딱 그대로다. 낚시터에서 간편하게 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처럼.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해지면 원두는 솔직히 성가시다. 번거롭고.

 

대중문화란 그 사회의 무의식이다. 억지로 들어라 하기에는 이미 사람들이 그렇게 여유를 잃었는데.

 

신해철의 발언은 옳다. 맞다. 모두가 소녀시대 음악만을 듣는다면 문제다.

 

그러나 다른 음악을 들을 여유가 없는데. 나도 요 두 달 음악이란 자체를 못 들었다.

 

물론 과연 환경만 탓할 것인가.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뭐가 문제인가? 여유를 갖는 법을 모르는 거다. 그렇게 경쟁에 내몰리느라.

 

신해철이 공교육무용론을 주장하는 한 근거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폐해론이 나오는 이유다.

 

여유란 학습이 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훈련이 되지 않으면 갖기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내가 어찌 아나? 이건 사회 구조저인 문제라니까?

 

신해철의 말이 옳다고 여기면서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 어찌할 것인가?

 

옳은 말이 때로 답답하기도 하다는 게 현실의 미묘함일 것이다. 아무튼.

 

나도 역시 지금은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필요로 한다. 지친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은 소수의 생각과는 달리 알아서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