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무릎팍 도사 - 네가 있어주는 것만으로 SM에 전통이란 것이 생긴다.

까칠부 2010. 7. 8. 08:29

솔직히 내게도 이수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가수로서 이수만은 무척 좋아했었는데...

 

아무튼 그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 한 한 마디였다.

 

"굳이 네가 대단한 것을 해주지 못해도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SM에는 전통이란 것이 생긴다."

 

김태원이 일본 가서 그렇게 놀랐단다. 김태원 입장에서 한참 윗대에 속하는 기타리스트들이 여전히 현역에서 팬들의 환호 속에 연주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현재 김태원의 윗대로 현역에 활동중인 기타리스트가 몇이나 될까?

 

"우리에게도 이런 기타리스트 선배가 있었다,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보여주지를 못하는데."

 

전설이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기에 전설이다. 신화란 그 존재 자체로 감동이기에 신화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선배가 있으면 무엇하는가. 직접 보지를 못하는데. 직접 듣지를 못하는데. 그러나 그런 대단한 선배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으면 그것도 감격인 것이다. 뭐랄까. 뿌듯함이랄까.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도. 내가 무엇을 하려는가도. 그는 과거이며 현재이며 그리고 나의 미래다.

 

전통이라는 것이다. 전통이란 정체성이다. 말 그대로 내가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려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디 가면 괜히 지금 있지도 않은 선배들 사진이며 그들의 업적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고, 그러나 그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의미이겠는가. 그만큼 그들의 꿈과 목표가 구체화되고 소속감과 충실함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긍지가 생긴다. 지금에 대한. 앞으로에 대한. 자기 자신과 소속집단에 대한.

 

얼마전 아르헨티나가 독일에게 무려 4대 0으로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을 때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마라도나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비록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고는 하면서도 그렇다고 마라도나 자체를 부정하거나 모욕하려 들지는 않았다. 마라도나는 그야말로 아르헨티나 축구의 가장 영광스런 시절을 상징하는 존재일 터이니. 마라도나가 있기에 아르헨티나는 영원히 축구강국일 수 있다. 그것은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1승을 더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앞으로를 생각하더라도.

 

영웅숭배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가. 인간은 동경하는 동물인 것을. 보다 뛰어난 잘난 누군가를 동경하며 그를 닮으려 한다. 그와 같으려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동경이란 것을 너무 소홀히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때 영웅이라 했다. 지금은 전설이고 신화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대우는 어떤가. 그들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금의 한국 대중문화가 있기까지 함께 해 온 그들인데 그러나 지금 그 가운데 누가 우리의 곁에 있던가. 누가 그 역사를 증명할까.

 

단순히 강타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과연 한국 대중문화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함께 했던 모든 영웅들에 대한 것이다. 스타들에 대한 것이다. 전설들. 신화들. 어느샌가 대중으로부터 버려진 그들. 깡그리 잊혀진 채 단지 흔적으로만 남아 버린 시대의 한 부분들.

 

"가수는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수지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게 가수는 아니다."

 

역시 가요계 짬밥을 허투루 먹은 건 아니랄까. 어쩌면 이수만이야 말로 연예계의 기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모든 기획사 가운데 가장 제대로 된 연습생을 길러내는 곳이 또 SM이다. SM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신뢰가 생긴다. 이미지는 조금 안 좋더라도.

 

생각해 본다. 전설에 대해. 신화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현역으로 있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전설이며 신화와 함께 무대에 서고 연기도 하는 그런 일상에 대해. 도태되어가는 올더가 아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통이 되었어야 할 그들에 대해서도. 그것이 주는 풍요로움과 단단함. 깊은.

 

물론 그냥 해 보는 소리다. 그러나 부럽기는 하다. 사실여부는 몰라도 그다지 크게 이익이 되지 않아도 전통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희귀한 일이라. 당연한 일일 터임에도.

 

뿌리깊은 나무는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샘이 깊은 물도 가뭄에도 잘 마르지 않는다. 원로와 중견이 튼튼하면 그 집단은 어지간한 위기에도 훌륭히 견뎌낼 수 있다. 물론 강타가 그런 원로라는 뜻은 아니지만 원로와 중견을 우대하여 나쁜 일은 없다. 물론 항상 대세는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의 신인들이겠지만.

 

아무튼 SM이 왜 SM인가. 새삼 깨닫는 기회였다. 이수만이 어떻게 지금의 SM을 만들 수 있었는가도.

 

SM은 강하다. 지금도. 아마도 앞으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생각한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