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청춘불패의 순수함이 좋다고 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고 했다. 굳이 억지로 컨셉 잡고 웃기려 하지 말라.
그러나 그건 같은 선상에서 함께 출발한 1기의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2기라고 모든 멤버가 물갈이되었다면 똑같이 적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1기 가운데 네 명이 아직도 건재하다. 그들은 이미 프로그램 안에 나름대로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과연 같은가?
작년 무한도전에서 전진과 길이 함께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을 때, 내가 기억하기로 길이 무척 처음에는 욕을 들었었다. 무리수가 많았다. 비호감이 될만한 장면들이 몇 있었다. 욕도 들었다. 반면 전진은 지나치게 침착했고 느긋했다. 아마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전진 역시 무한도전에 녹아들 수 있었겠지. 그러나 과연 전진에게 그만한 시간이 주어졌는가.
어쩔 수 없이 기존의 멤버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합류한 길과도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전진에게는 불운이었다. 미처 적응할 틈도 없이 궁지로 몰아버렸으니.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한다는 것이 결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결국 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같은 무리수 덕이 컸다. 욕이야 먹었지만 그대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지 않았던가. 비호감이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얼마든지 호감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이 돌아봐주기만 한다면 프로그램 가운데 얼마든지 본연의 매력을 보여주어 호감으로 바꿀 수 있다.
청춘불패 초기에도 효민이나 선화나 그렇게 무리수를 많이 두었었다. 선화가 양동이의 물을 마시려던 것을 기억한다. 효민이 사과를 깎으며 소용돌이 안경을 소품으로 쓰던 것도 기억한다. 사실 별로 웃기지는 않닸다. 측은했다. 그런데 그것이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어쩐지 병풍인데 신경쓰이는 멤버로 만들었다.
이제 고작 두 회 뿐이라 과연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두 회 분량을 보면서 느낀 것은 너무 착하지 않은가. 너무 침착하다. 마치 리얼버라이어티를 몇 년은 한 듯한 여유마저 보인다. 그깟 청춘불패 쯤이야?
그러나 기존의 멤버들역시도 몇 달이라는 시간을 거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일반 예능도 어려운데 리얼버라이어티는 더 적응하기 어렵다. 1박 2일에서 이수근이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과연 기존의 멤버들과 함께 있으며 그녀들과 경쟁해 자신을 알릴 수 있겠는가.
지난주 멤버 나누기를 에러라 여긴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새로운 멤버들이 나갈 방향이라고 본다. 일단 철저히 빌붙어야 한다. 이미 프로그램에 지분을 확보한 기존의 멤버들과 밀착해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역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만 기존의 멤버처럼 얌전히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이미 가진 자들이다. 기득권이다. 그들과 같이 놀려 해야 할까. 조금더 무리해서라도 관계를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고 자기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바로 그런 점이 부족했다 생각한다. 기존의 멤버들이야 기왕에 해 놓은 것이 있으니 여유를 부리더라도 그들은 더 조급해야 했다. 더 안달해야 했다. 더 망가지고 어필해야 했다. 그러라고 멤버를 나눠 놓은 게 아니던가. 망가지면 그것을 기존의 멤버더러 받으라고.
조금 더 기존의 멤버들을 믿을 필요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리얼버라이어티 반 년 경험치가 허투루 생긴 게 아니다. 아주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받아준다. 그리고 기존의 멤버들과 경쟁을 하려 해도 그들과는 다른 방식의 더 치열한 모습들이 필요하겠다. 함께 해서 어느 세월에 자신을 알리나.
니쿤이 야심만만 나와서 그랬다. 예능에서는 잘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장면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미리 자신이, 혹은 주위로부터 조언받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모르겠다. 그동안 편집된 분량 가운데 그런 것들이 있었는지. 그러나 최소한 내가 보기에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기존멤버와 똑같았다. 빅토리아 송이야 팬덤도 있고 남다른 특기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더구나 소리는 그리 구설도 많았던 멤버 아닌가.
폼재는 건 나중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할 일이다. 예쁘고 착하고 성실한 모습은 비호감이러다로 먼저 강한 인상을 심어준 뒤에 하는 것이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여서.
의외로 열심히 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예능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 항상 같지 않다. 모두가 같지 않다.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면 선택도 달라야 한다.
그 점을 말하고 싶었다. 물론 다들 알고 있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기존의 멤버들과 한 데 어울리자면. 조금 더 큰 각오가 필요하겠다. 결심이. 예능에서 가장 큰 비호감은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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