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김국진 전성기의 비결 - 사람이 좋아 웃는다!

까칠부 2010. 7. 9. 01:21

웃음에는 두 가지 웃음이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웃겨서 웃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이 좋아서 웃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의 전제다. 사람이 재미있어서 웃는다.

 

간단히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지 않는가? 하나하나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좋을 수 없다.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귀여운 조카가 있다. 와서는 온통 집안을 헤집어놓아도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헤실헤실 웃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만다.

 

말하자면 전에도 말한 일상의 웃음이다. 그리고 그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일상을 깨뜨려 웃기는 비일상의 웃음이다.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에서 곧잘 고생하는 이유다.

 

콩트란 대개는 일상을 뒤집고 깨뜨려 웃기는 것이다. 비일상의 웃음이다. 어느 정도는 비호감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웃음이다. 그러나 버라이어티에서는 그게 안 된다. 특히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한결 자연스런 일상을 통해 웃음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억지로 무리해서 설정하거나 연기하려 해서는 그것이 안 된다. 사람이 재미있어 웃는다. 버라이어티의 기본일 것이다.

 

김국진의 전성기를 이야기하다보면 반드시 따라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김국진 웃긴 줄 모르겠더라."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보면 알겠지만 김국진이 딱히 입담이 좋다거나 개인기가 좋다거나 해서 웃기는 타입은 아니다. 전성기에도 아마 입담과 개인기만 놓고 본다면 김국진보다 더 나은 개그맨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김국진이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다른 것 없다. 김국진이 좋으니까. 지금도 김국진만 나타나면 그렇게 사람들이 환호한다. 웃겨서가 아니다. 그냥 좋아서. 김국진이라는 인간이 좋아서.

 

김국진은 일단 키가 작다. 크가 작으면 아무래도 덜 위협적으로 보인다. 눈이 크다. 눈이 크면 선량해 보인다. 더구나 잘생겼다기에는 어딘가 귀여운 - 마치 아이를 보는 듯 순수함마저 느껴지는 얼굴이다. 주름이 어느새 자글한 지금의 얼굴도 그리 선량하고 개구진데 전성기는 어땠을까. 그의 별명인 치와와 그대로 어느새 사람의 경계심을 허무는 선량함과 순수함이, 인간적인 매력이 김국진 특유의 애교스런 말투와 행동과 어우러지며 김국진이라는 개인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불러일으켰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폭발이었다.

 

하여튼 김국진이 뭔 말만 하면 빵 터졌다. 별 것도 아닌 '안녕하세요' 한 마디에도 바로 유행어가 되고 했었다. 유행어라는 게 그렇다. 유행이란 동경에서 출발한다. 호감에서 시작한다. 유행어가 유행어가 되려 하면 그 당사자에 대한 호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호감이 전제되어야 말도 따라하고 싶고 행동도 따라하고 싶어진다.

 

김국진이 그랬다. 다른 이유에서보다 김국진이 하니까 따라한다는 게 많았다. 비슷한 상황이라 문득 인용하듯 쓴다기보다는 김국진이 하니까 불현듯 따라하고 마는 그런 상황들이었다. 말투가 그저 재미있었기 때문이라면 그보다 더 개성있고 재미있는 말투의 연예인이 달리 또 없었을까. 그러나 김국진이니까. 한 마디로 단지 김국진이기에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던 시절이었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김국진 자체가 좋아서.

 

김국진의 침체기도 따라서 김국진의 인간적인 매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골프와 이혼은 그런 점에서 김국진에게 최악의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이상화되어 버린 호감이기에 그런 어쩌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사건들조차 김국진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타격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김국진이 나타나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김국진의 힘이겠지만.

 

김국진과 비슷한 케이스로 아마 유재석이 있다. 의외로 유재석은 키도 크고 몸도 좋다. 그러나 겉보기에 그는 무척 약해 보인다. 두꺼운 안경과 작은 눈과 그리 잘생기지 않은 얼굴. 말투도 자신감 넘치게 윽박지르는 타입이기보다는 조근조근하니 들어주는 타입이다. 왠지 믿고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 유재석이 토크에서 남다른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이유다. 유재석이 진행한다는 이유만으로 토크에 신뢰가 부여된다. 웃음은 적어도 믿음을 갖고 볼 수 있게 만든다.

 

강호동은 교활한 여우다. 개인적으로 MC 가운데 가장 영리하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안다. 자칫 시청자들에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안다. 그래서 오히려 그는 그것을 역이용한다. 무식한 이미지도 그 하나다. 무식하고 우악스럽고 폭력적이고 그러나 하나로 모아보면 동네에 항상 있는 힘 좋은 바보를 연상시킨다. 그는 결코 멍청하거나 무식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같은 단순한 이미지는 그를 상당히 촌스럽게 만들고 사람냄새 나는 그런 모습이 특히 중년 이상들에 있어 강호동에 대한 호감을 자아낸다. 중년층 이상에서 강호동에 대한 지지란 대단하다.

 

하긴 버라이어티라는 게 그렇다. 말했다. 사람이 재미있어 재미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에 두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좋아서 재미있다. 인간 자체에 대한 호감이다. 리얼버라이어티 가운데 성공한 경우가 거의 그렇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단지 재미있어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홍철이 또라여도, 박명수가 버럭거려도 그 밑에는 인간적인 신뢰와 호감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비일상이 용납된다.

 

내가 말하는 착한 버라이어티 이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왜 착해야 하는가. 웃기고자 하는 버라이어티인데 굳이 그렇게 착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가. 그러나 착하지 않은, 비일상의 파격만 존재하는 버라이어티란 끝내 질려버린다. 질려버릴 뿐만 아니라 쉽게 비호감이 되고, 비호감이 되고 나면 시청자는 등을 돌린다.

 

반면 착한 버라이어티란, 시청자들에 친근함을 줄 수 있는 버라이어티란 어지간히 재미가 없어도 웃음을 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춘불패다. 그 어처구니 없는 버라이어티가, 그 말도 안되는 버라이어티가, 그러나 10% 내외의 시청율을 기록한다. 어떻게? 청춘불패의 포맷이 좋아서? 구성이나 연출이 훌륭해서? 캐릭터나 관계 같은 내적요소들이 좋아서? 없다. 그냥 아이돌이 좋아서. 아이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다만 이 상태대로라면 크게 뻗어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아이돌에 대한 호감 이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차원에서 출연자 사이의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일으켜 호감을 높여주어야 보다 가치를 높일 수 있을 텐데 그저 기존의 호감의 이미지만을 반복해 써먹을 뿐이니. 괜히 정체되는 게 아니다.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니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리얼버라이어티 - 혹은 버라이어티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이다. 당장은 개인기에 의존해 비일상의 파격으로 웃길 수 있어도, 마지막에 살아남는 것은 일상으로 비롯되는 인간적인 호감이라고. 나는 저 사람이 좋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이미지 소모 걱정 없이, 김국진이 그러했듯 버라이어티에서의 호감으로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다. 다만 그러기가 과연 쉬운가.

 

얼마전에도 말한 육식성 웃음과 초식성 웃음이 있다. 왜 토끼는 귀엽고 사자는 무서운가. 왜 새끼사자는 귀여운데 다 자란 사자는 무서운가.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무 튀어서도 안된다. 어필하려 하기보다 자기를 찾아 보도록 해야 한다. 바로 애교란 것이다.

 

김국진이 사람들에 어필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상황에서 남들과 아주 약간 다르게 반응하던 애교 때문이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그러나 사람의 경계심을 허물고 호감을 심어주는 그런 애교였다. 애교란 자기 매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자기에게로 관심을 잡아끄는 것이다. 그 위에 넉살이 있다.

 

과연 김국진이 다시 나올 수 있겠는가.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이기에 분명 어디선가는 나올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연예인 가운데 제 2의 김국진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단지 웃기고자 하는 욕심만 버린다면. 웃음 그 이전의 자연스런 매력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원래는 특정 연예인을 염두에 두고 쓰려 했다. 그런데 그 팬들과 얽힐 일이 짜증부터 나서 말이지. 요즘은 뭐라 쓰려 해도 그 팬들과 얽힐 일이 짜증나서 쓰기가 싫다. 팬이 안티를 만든다더니 그래서 그냥 일반론으로 뺀다. 그 특정 연예인이 누군가는... 달리 누가 있겠어?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그럴만한 가능성이 보이기에. 그동안도 그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었다. 다만 출연중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과연 그런 가능성을 살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출연자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그런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아무튼 리얼버라이어티 - 혹은 버라이어티를 하자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사람이 재미있어 재미있다. 사람이 좋아서 재미있다. 버라이어티의 기본에 대해.

 

억지로 웃기고자 해서 웃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가 좋아서, 화면에 비치는 그 모습이 좋아서 어느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때. 그냥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때. 쉽지는 않겠지만 해 볼만은 할 것이다. 어쨌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