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아이돌이란...

까칠부 2010. 7. 9. 07:14

예전 어느 일본 잡지에서 보았을 것이다. 내 짧은 일본어로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쾌하게 정의해 놨더라.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이돌이다."

 

노래를 잘 해서? 노! 춤을 잘 춰서? 노! 연기를 잘 해서? 노! 심지어 예뻐서? 그것도 노!

 

이유는 없다. 원래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필요없는 법이다. 이성에 대한 사랑과도 다르다. 어떤 대단한 스타에 대한 동경과도 다르다. 그냥 보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미 좋아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다른 이유란 들어오지 않는다. 노래를 못해도 잘 부르고, 춤을 못 춰도 잘 추고, 연기를 못해도 잘 하고, 웃기지 못해도 웃기고,

 

그러자는 게 또 아이돌이겠지만 말이다. 너무 예쁘지도 너무 잘생기지도 않게 친근하고 어딘가 마음이 놓이는. 아이돌 외모라는 게 그런 거다. 아이돌에 어울리는 외모라는 것도 그래서 따로 있다. 마음이 놓여야 하고 경계심이 들지 않아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

 

예를 들어 태연이 그렇다. 태연이 미인인가? 글쎄... 내가 보기에 충분히 미인이기는 하지만 아이돌 가운데 탑클래스라 하기는 그렇다. 노래를 잘하기는 하지만 과연 노래에만 이끌려 그리 많은 사람들이 태연을 좋아할까. 그런 걸 두고 조련이라 그러지. 어느새 사람의 마음을 흐물흐물 녹여버리는.

 

아이돌과 또 스타란 다른 이유다. 아이돌이란 아무래도 라이트보다는 코어다. 그러나 스타는 코어보다는 라이트다. 아이돌이란 가까이 있지만 스타란 멀리 떨어진 때문이다. 가까이 있고자 한다면 아이돌일 테고, 거리를 두어 높은 곳에 있고자 한다면 스타일 테고.

 

이미 좋아하고 나서 이유를 찾는다는 건 얼마나 무의미하나. 이미 좋아하고 난 뒤인데 이유를 이야기한다는 건 또 얼마나 낭비인가. 좋아하고 나면 이유란 없는 거다.

 

그게 바로 아이돌이다. 스타와는 다른.

 

그만큼 외롭다는 거겠지. 현대인이란 항상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법이니까. 위안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다. 아이돌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다만 지금의 문제라면 아이돌이 어느새 아티스트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들어왔다는 것일텐데, 아이돌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자격을 요구하며 아티스트의 입지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과거 아이돌이란 아티스트와는 별개로 별개의 시장에서 별개의 논리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데. 아이돌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만큼이나 다른 아티스트가 설 자리를 잃어가니.

 

그렇다고 아티스트 가운데 아이돌을 누를만한 실력이나 존재감을 내보이는 이들도 없다는 게 문제. 서로 별개로 존재해야 하는 게 그렇게 아이돌로 수렴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이돌의 탓이라기보다 대중의 탓이랄까? 앞으로도 한동안 아이돌 전성시대를 생각케 되는 이유다.

 

아이돌은 아이돌일 뿐. 그게 안 된다는 것이. 아이돌을 자꾸 아티스트와 비교하며 그들을 아티스트로 소비하려 한다는 것이. 덕분에 아이돌의 실력이 아티스트에 근접하게는 되었지만.

 

누구의 탓도 아닌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그러도록 요구하고 만드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