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비호감이라는 죄...

까칠부 2010. 7. 12. 23:22

나도 곧잘 비호감이라는 말을 쓴다. 한 마디로 싫은 거다. 이유는 따로 있을지 모르지만 어찌되었거나 싫을 때 비호감이라는 말을 쓴다. 당연히 그들이 부르는 노래나 출연하는 방송 역시 싫다. 안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더러 나오라 마라 할 수 있는가. 단지 내가 싫을 뿐이다. 내가 싫다는 것이 과연 죄인가? 그들의 거취마저 강제할 정도로?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또 모른다. 도덕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또 모른다. 그러나 그런 걸 비호감이라 하지는 않는다. 그런 건 범법이고 범죄이며, 부도덕이고 패륜이다. 비호감이라서가 아니라 범죄이기 때문이며 패륜인 때문이다. 그리고 단지 의혹이 있는 정도로는 범죄도 패륜도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것들이 당연스레 이야기되고 있다. 비호감이니 나오지 마라. 비호감이니 출여시키지 마라. 범죄도 아니고 패륜도 아니고 어떤 구체적인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것도 아님에도 단지 그런 의혹이 있고 그런 여지가 있고 그래서 비호감이라는 이유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비호감 연예인이 있어 여전히 방송에 나오고 있다면 그건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은 비호감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는 -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은 그를 호감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비호감이지만 누군가는 - 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최소한 비호감이라 여기고 있지 않다.

 

어차피 비호감이라 여기는 사람이 더 많다면 시청율 때문에라도 알아서 정리되고 만다. 가수가 비호감이면 더 이상 음반도 팔리지 않을 테니 버티고 있을 수 없다. 나오는 것은 다 아직 견딜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래도 좋다는 사람들에 강제할 권리가 내게는 있는가.

 

연예계도 결국 시장의 논리로 움직인다. 수요가 있으면 쓰인다. 수요가 없으면 그대로 도태된다. 10년 전 인기연예인 가운데 지금 남아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아직 남아 활동하고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수요가 있어서다. 그들도 모두 '나'다. 주체이며 중심이다. 그렇게 모든 것은 결정된다. 그런데 그런 것을 내 멋대로 결정할 수 있는가 말이다.

 

물론 싫어할 수는 있다. 나도 비호감 연예인 있다. 무척 많다.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활동을 말았으면 좋겠다. 아예 쫄딱 망했으면 좋겠다. 단, 굳이 겉으로 이야기하거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을 강요하듯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보지 않을 뿐이다. 듣지 않을 뿐이다. 없다는 듯이. 

 

내가 굳이 누구더러 나오라마라 하지 않는 이유다. 만일 내가 아니어도 비호감이어서 그대로 인기가 떨어지고 퇴출된다면 그것도 자기 복이다. 자기 할 나름이다. 그건 자기가 선택할 일이다. 내가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싫다면 내가 안 보면 그 뿐이다. 그런 사람이 많다면 알아서 퇴출되거나 그 전에 낌새 잡고 자제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더라도 그렇게 사라진다면 그것이 그의 능력이고 한계인 것이다. 내가 뭐랄 것 없이.

 

하여튼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그리 나쁘지는 않다. 자기를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는 건. 단지 거기에 갇혀 있다는 것이. 내가 좋으니까 좋고, 내기 싫으니까 나쁘고. 그러니 퇴출되어야 하고.

 

말하지만 범죄는 비호감이 아니다. 패륜도 비호감이 아니다.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 패륜도 패륜일 뿐이다. 사소한 문제로 비호감이라고 그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가지고 단죄할 권리는 누구도 없다. 단지 한 가지 단죄의 가능성이 있다면 시장의 단죄가 있을 뿐. 그조차도 없다면 내버려둘 밖에.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확실히 겉넘는달까? 네티즌이네 뭐네 띄워주니 뭐라도 대단한 줄 알고. 대중이네 뭐네 여론을 겁내고 하니 뭐라도 대단한 존재라 착각하고. 건방도 오만도 아니다. 그저 멍청한 것 뿐이다. 바보인 거다. 제 주위 말고는 볼 줄 모르는. 자기가 전부라 착각하는.

 

정말이지 그런 게 오히려 내게는 비호감인데 인터넷 좀 끊어주면 안 될까? 댓글도 달지 말고 어디 글도 쓰지 말고. 그도 못할 양이면. 그런 주제들이.

 

그냥 웃는다. 같잖다. 참으로 세상은 넓고 한심한 인간은 많다. 인터넷이 넓은 것을 안다. 병신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