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락이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이유...2

까칠부 2010. 7. 15. 08:44

조용필의 락은 들었다. 윤수일의 락도 들었다. 김종서며 김경호도 상당한 양의 앨범을 팔아치우고 있었다. 락이 한국 대중음악에서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되어 있다지만 그렇다고 대중들로부터 항상 외면받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왜?

 

지금도 끊이지 않는 논란 가운데 하나다.

 

"부활이 과연 락인가?"

 

너무 말랑하다는 거다. 너무 부드럽다는 거다. 과연 그런 게 락인가. 그러나 부활의 3집 "기억상실"은 100만 장 가까이 팔리며 아마 국내 락밴드 음반 가운데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중적으로 완저히 성공한 락앨범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용납 못하겠다.

 

윤수일도 락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윤수일이 어떻게 락이냐? 그런 게 어떻게 락이냐? 그런 말랑한 음악이. 그런 뽕삘 가득한 가요가. 그러나 윤수일 역시 대중적으로 매우 성공한 락커였다.

 

조용필은 어떨까? 조용필에 대해서는 이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너무 대중적이었기에 가장 저평가된 음악인."

 

락마니아들이 말하는 락이란 신중현이다. 그리고 송골매와 부활도 빠지고 백두산, 시나위, 블랙홀, H2O...

 

그게 문제인 거다. 차라리 어느 마니아의 말이 솔직한 - 그리고 냉정한 현실인식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락의 대중화란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락은 마니아를 위한 음악이다."

 

즉 이미 80년대 락의 대중화는 매우 놀라울 정도로 진행되고 있었다.70년대 클럽과 캠퍼스밴드를 통해 대중가요적인 성격이 강화되던 한국의 락은 80년대 조용필과 윤수일, 송골매 등을 통해 한국 대중들 사이에 안착하고 있었다. 들국화도 엄밀히 따지면 락의 본질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대중음악으로서의 감수성에도 충실했던 한국화된 락의 한 전형이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 해외 락밴드에 경도된 언더그라운드가 활성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외의 락음악인들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본격적인 사운드는 팝에 매료된 사람들마저 한국의 락으로 돌려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떤 선입견이 만들어졌다.

 

"바로 이런 게 락이다!"

 

이제까지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깡그리 부정되었다. 그런 건 락이 아니다. 오로지 이런 것들만이 락이다. 부활도 그래서 버려졌다. 그런 건 락이 아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런 락을 선호하는 계층은 아주 소수의 마니아들 말고는 없을 수밖에 없다.

 

즉 락이 대중들로부터 유리된 것은 락 마니아와 그들과 입장을 같이 한 락 음악인들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음악으로서 대중에게 보다 다가가기보다는 락이라는 장르적 엄밀성을 추구하려 했던. 음악인과 마니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장르적 전형성만을 완고하게 지키려 했던.

 

심지어,

 

"락이 아니면 음악도 아니다."

 

지금도 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이같은 락에 대한 선호는 바로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팝 마니아들이었다. 해외의 수준높은 팝을 들으며 한국의 대중음악과 대중을 깔아보던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비로소 인정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왔는데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그리고 그런 가운데 또 락을 하는 음악인들이 있어 완고하게 그것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대중음악에 보다 접근해간 이들은 그들에게 있어 기성음악에 투항한 변절자였다.

 

이른바 갈라파고스화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락을 이해하는 그들끼리만 소통한 끝에 자연스레 락이란 대중이 듣는 음악이 아니다. 락이란 대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락과 대중음악에 구분이 생기며 당연히 락마니아와 대중 사이에도 구분이 생기고 말았다. 락은 듣는 사람들이나 듣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연이 넓어지기보다는 자꾸 안으로만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로.

 

즉 장르다. 어떤 대중음악 장르도 그렇게 세분화되어 이야기되지는 않는다. 일렉트로니카면 일렉트로니카지 그 이상 들어가 이야기하는 사람이란 드물다. 이것이 일렉트로니카인가 아닌가. 상관없다. 트로트는 그냥 트로트다. 발라드는 그냥 발라드다. 깊이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그냥 즐긴다. 그게 대중음악이다.

 

그런데 락은 그게 아니다. 프로그레시브며 얼터너티브며 펑크며 엘에이메탈이며... 도무지 알지도 못할 장르들이 그렇게 많다. 그것을 일일이 구분해 듣고 그 사이에 서로 배척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하면 비웃기까지 한다. 완전히 이건 마니아용음악이다. 마니아들이나 듣고 이해하는 음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전혀 대중음악이지 못하게.

 

지금도 그래서 락커라 하면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이 있다. 락커는 이래야 한다. 락커는 이래서는 안 된다. 락커란 대중음악인과 유리된 별개의 존재다. 당연히 락도 이래야 하고 이래서는 안 되고. 그리고 그 안에 갇혀 버렸다. 청년문화와 함께 하지 못하며 대중과 함께 발전해 온 락은 그렇게 다시 어느샌가 락의 중심에 선 마니아들에 의해 갇히고 분리되고 고사되어 버린 것이다.

 

불과 80년대까지도 조용필과 윤수일, 송골매, 벗님들, 부활이 락으로, 밴드음악으로 가요차트 1위를 차지하고 했었다는 것이다. 락의 주수요층인 청년들만이 아닌 기성세대까지도 그들의 음악을 듣고 즐기고 있었다. 락이란 과연 대중들로부터 유리된 음악이었는가. 전에도 말했듯 청년문화가 유리되었기에 더욱 주류무대에서 대중에 가깝게 완성되어 왔던 한국의 락이었다. 왜 한국에서는 락이 대중화될 수 없다 생각하는가. 대중화에 대한 전혀 아무런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대중화라는 말 자체를 거부하던 이들이 바로 원흉이 아니었겠는가.

 

사실 나도 불과 얼마전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락이란 이런 것이다. 락커란 이래야 한다. 그런데 문득 80년대 70년대 음악을 다시 듣고 있자니 내가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70년대 해외 락음악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마찬가지로. 과연 락이란 어떤 음악인가. 결론은 대중음악이다. 그것을 잊고 있지 않았는가.

 

대중을 탓하기에는 어쩌면 락마니아들이, 락음악인들이 너무 대중을 무시하고 있지 않았는가.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특권의식에 도취되어 있지는 않았는가. 스스로 고립되고서 왕따놀이를 즐긴 것은 아닌가. 요즘 가끔 드는 생각들이다. 대중이 락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락이 대중을 외면한 것이다. 어쩌면.

 

 

나머지는 다음에... 역시 한 번 다시 제대로 정리해봐야겠다. 본점 2호는 돈을 목적으로 조금 전문적으로 운영해봐야겠으므로. 일단 한 번 다 쓰고서 다시 고칠 건 고치고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 봐야지. 내가 쓴 글이라는 걸 봐도 알 수 없도록 철저히 바꿔주리라.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