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Miss A - Bad Girl Good Girl...

까칠부 2010. 7. 14. 18:24

오늘에야 가사를 들었다. 솔직히 글을 쓰기 전에 팀 이름 기억해내느라 무지 고생을 해야 했다. 확실히 사람 이름 외우는 재주는 젬병인가?

 

가사를 들으니 비로소 무대가 이해가 된다. 단순히 멤버와 퍼포먼스만 보았을 때는 참 그리 어색하더니만 가사까지 들으니까 비로소 퍼즐이 완성되는 것 같다. 미안하다. 내가 원래 가사를 잘 안 듣는다.

 

확실히 와 닿는 가사다. 내가 평소 하던 말이다. 보고 즐거워 할 거라면 욕하지 말라. 욕할 거면 보지 말라. 실컷 봐 놓고는 뒤에 가서 궁시렁궁시렁. 실컷 좋게 보고서는 뒤에 가서 선정적이네 뭐네. 거기다 멋대로 단정짓고 쟤는 어떻네 저떻네. 옷차림이 어떻고, 머리모양이 어떻고, 탱크탑이 어떻고...

 

꼭 그런 놈들 있다. 지가 먼저 청해 술자리를 갖고는 여자가 그렇게 가볍느니 싸느니... 원 나잇이라도 하고 나면 아주 사람 들을 소리가 못 된다. 지금은 아예 상종도 않지만.

 

뭐냐면 인지의 부조화다. 머릿속에 입력된 어떤 기존의 윤리관이 있다. 그와 별개로 작용하는 욕망이 있다. 그러면 윤리에 욕망을 맞추거나 욕망에 윤리를 맞추거나 해야 할 텐데 그럴 주제들이 못 된다. 그러니 앞에서는 껄떡거리고 뒤에서는 엣헴하고. 나도 남자지만 참 보고 있으면 그렇게 저질일 수 없다.

 

연예인에 대해서도 그래서 앞에서는 껄떡껄떡, 뒤에는 엣헴엣헴, 좋아라 벗겨놓고는 돌아서서는 왜 벗었느냐 타박하고. 정작 그 욕 먹는 모습들에 더 눈에 불을 켜면서.

 

고마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감사해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감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멋진 모습에 그런 훌륭한 퍼포먼스에. 그조차도 없다면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

 

박진영스럽달까. 박진영이 아마 대중들에 해 주고 싶은 말일 게다. 그동안 그와 관련해 가장 비난을 들었던 한 사람이 박진영일 테니. 음악이란 이렇게 작가와 대주이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가사를 들으니 미쓰에이의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던 묘한 애교가 이해가 간다. 여전히 섹시와는 거리가 멀지만 - 섹시컨셉이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 섹시함조차 당당함으로 표현하고자 한 박진영의 의도는 알겠다. 조금은 약간 부족하기는 하지만 뭐 신인이고 하면.

 

지독스레 박진영스러운 창법을 제외하고는 대충 만족하는 중. 아주 좋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좋기는 하다. 특히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간만에. 멋진 가사다. 박진영과는 별개로. 그는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