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표절에 대한 어떤 인식의 변화...

까칠부 2010. 7. 15. 12:46

레드 제플린은 사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크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에 표절의혹이 많이 걸려서... 실제 확인되어 저작권 문제 해결에 나선 것만 열 곡이 넘을 텐데, 그렇다 보니 표절그룹이라고 무척 평가가 낮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레드 제플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니, 한 마디로 레드 제플린은 아티스트가 아닌 장인이라는 것이었다. 즉 아티스트란 창작하는 사람인데 레드 제플린은 창작은 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것을 더욱 멋드러지게 재가공한 기술자로서의 역량이 탁월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아니더라도 음악기술자는 된다는 뜻이랄까?

 

그리고 샘플링이라는 게 유행하게 되면서 다시 표절에 대한 다른 입장들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샘플링이 인정된다면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가져다 재가공하는 것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표절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원작자와의 개인적인 문제로 남겨두고 최종결과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만 판단하자.

 

당연히 전체적인 의견도 아니고 보편적인 의견도 아니다. 다만 그런 주장도 존재한다더라. 실제 표절의혹곡이라고 유튜브 등에 올려 놓았더니 정작 해외 네티즌 가운데 그게 뭔 상관이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라 강요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전적으로 개인의 가치판단에 맡길 문제인 것이고.

 

물론 이 경우도 원작자가 표절로 소송을 걸면 그것은 민사적인 문제로서 당사자들끼리 법에 의해 해결할 문제이다. 아니 단지 그저 표절이라 주장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아닌 상태에서 강요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아무튼 표절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이다. 표절의혹만 있으면 무조건 음악인으로서 매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무리겠지만, 그 수많은 표절 의혹도 아닌 사실들에도 레드제플린은 전설이라는 거다. 초창기 힙합씬의 명곡들을 보더라도 통샘플링도 적잖이 보이고 있었고.

 

뭐든 지나치면 안 좋은 법이다. 표절을 옹호하는 것도 문제지만 표절을 무슨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죄악을 저지른 것마냥 아예 매장시켜버리려는 것에 대해서는. 표절이야 나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넘어설 필요는 없다. 매장에, 추방에, 재산몰수에, 구속에, 징역형에, 표절에 징역형은 없거든. 뭔 말들이... 너무 넘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로 과거의 표절음악이나 표절음악인들에 대한 재평가도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오고 있었고. 지금도 표절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개인의 판단이다. 나는 여전히 표절은 그 자체로 악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