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것이다. 한국사람은 "무엇을"보다 "누구냐?"에 더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개체보다는 관계에 더 중심을 두고 사고하는 때문이다. 어떤 사람인가? 뭐 하는 사람인가?
그래서 가끔 보면 이 블로그에서도 운영하는 주인장의 정체에도 그리 관심이 많다. 알아서 뭐하게? 누구냐보다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내용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러나 글의 내용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글을 쓴 인간이 누구인가를 보려 한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히 누구인가를 알려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무엇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그 "누군가"를 비판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타블로에 대한 비판 가운데,
"캐나디언이 한국을 비판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
"군대 안 갔다온 놈이 한국 비판한다."
그러니까 그 비판의 내용이 정당한가, 적확하게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타블로가 어떤 개인인가가 문제라는 거다.
작년 독일 여성이 한국사회를 비판했다고 한 바탕 우르르... 박재범이 국적이 미국인데 한국 비난했다고 또 우르르르... 과연 박재범이 한국국적이었어도 그렇게 까였을까? 그때는 다른 이유로 까였겠지. 단지 빌미가 한국국적이 아니다. 군대 안 간다.
아니나 다를까 이은미에 대해서는 가수로서의 자질이나 그동안의 가수로서의 음악인생에 대해서까지 멋대로 떠들어대고 있다.
솔직히 이은미의 발언에 대해 먼저 비판하려 했었다. 아다시피 나는 이은미와 같은 관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 그 반대편에 서 있다 해도 좋을 정도로 생각의 차이가 크니까. 그런데 기사에 달린 리플들을 보니 가관도 아니다. 히트곡이 없네, 자작곡이 없네, 가창력 뿐이네, 심지어 노래를 들어도 감동이 없네...
다 제끼자. 다 인정한다 치자. 그래서 이은미가 틀린 말 했는가? 강지영이 이제 만으로 16살이다.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갔다. 그런데 신체의 일부를 확대해 놓고는 히히덕거리며 청순글래머란다. 그게 정상인가? 아무리 무대고 퍼포먼스라고 브라탑 노출되는 부분만을 따로 확대하거나 하면서 히히덕거리는 것은 어떤가? 아이돌의 특정 신체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며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거리를 삼는 것은.
성인이더라도 사실 문제다. 하물며 미성년자다. 미성년자더라도 자신의 무대를 위해 그럴 필요가 있어 그런다. 인정한다. 다만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은 어떤가? 그것을 아티스트의 무대로서 소비하는가? 아니면 단순히 미숙한 여성의 신체에 대해 성적으로 소비하는가? 어느 한 쪽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저런 어처구니 없는 시각도 있고 보면.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돌 자신의 아티스트로서의 의지를 인정하는 편이다. 또한 그런 무대를 순수하게 즐기려는 시각도 있음을 인정하고. 그렇더라도 이은미의 주장이 틀렸는가면 그건 아니다.
더구나 아이유는 저런 소리 못 하는가? 아이유는 어리다고 까이겠지. 그렇더라도 아이유 역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당히 그리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이를 떠나. 경력을 떠나. 실력을 떠나. 하물며 이은미다. 그녀의 음악인생이란 저런 말 한 마디 못할 정도로 하찮은 것이었던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인터뷰로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물론 그런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비판하려 했다. 그렇더라도 비판하려면 말한 내용 자체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무엇을 말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어째서 문제가 있는가. 그도 아니고 이은미가 어떤 가수이고... 어떤 가수이기 때문에 말할 자격이 없고...
솔로로 데뷔한 해로부터 따져도 18년이다. 처음 무대에 선 때로부터 헤아리면 22년이다. 88년에 처음 무대에 섰으니 박규리의 나이와 같다. 처음 솔로앨범을 낸 것이 1992년이니 이건 현아와 나이가 같다. 그 수야 많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따라부르는 히트곡도 몇 곡 있다. 지금도 거의 매주 공연을 열고 무대에 서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도대체 그런 이은미가 그 말 할 자격 하나 때문에 그녀의 노래실력에 대해서까지 저리 말을 들어야 한다면 그것을 도대체 무어라 말해야 할까?
오만한 거다. 아주 주제를 모르는 거다. 심지어 대중을 비판했단다. 대중을 비난했단다. 가수 주제에. 같잖은 대중 주제에. 도대체가 뭐가 남의 말을 듣는데 누구인가가 그렇게 중요한가.
덕분에 나는 지금 이은미의 발언데 대해 제대로 비판조차 못하고 있다. 할 말이 많다. 무척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그 전에 앞서 이은미라고 하는 한 음악인의 삶이 그런 이유로 부정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말에 대한 비판과 한 음악인의 삶이 부정당하는 상황, 무엇이 더 급할까?
정말 민폐도... 내가 이러니 개티즌이라 하는 것이다. 뭐가 그리들 잘나고 대단한가. 그리 잘났으면 논리로써 이은미의 말을 반박하거나. 도대체 누구인가는. 한심해서.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가다. 그 말의 내용이 무엇이며 그 말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가다. 그것이 중요할 텐데도. 그저 한숨밖에 안 나온다. 이 좋은 새벽에. 빌어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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