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도덕적 책임이란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까칠부 2010. 7. 24. 22:36

흔히 듣는 말이다.

 

"자업자득이다!"

 

별의 별 말이 다 나온다. 온갖 조롱과 비난과 인신공격과... 심지어 가족까지 끌어들여 욕한다.

 

그래서 누군가 말인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그러면 오히려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가 자초한 거다."

"저지른 일이 있지 않은가."

 

즉 이미 그가 저지른 일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상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다는 거다. 뭐라도 잘못을 저지른 이상 그에 대해 어떤 말을 하든 그것은 당연하다는 거다.

 

세상에 어떤 도덕도 윤리도 무한히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법은 더욱 그렇다. 지은 잘못 만큼이고 그것을 넘어서면 오히려 그를 비난하는 쪽에 책임이 돌아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벌써 수천 년 전 바빌로니아에서 만들어진 원칙이라는 것이다. 저지른 만큼. 지은 죄 만큼.

 

그런데 그게 없다. 일단 잘못했으니까. 문제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에 대한 명확한 책임의 선을 긋는 것도 아니다. 일단 해결되었어도 또 시간이 흐르면 다시 끄집어낸다.

 

얼마전 한 아이돌에 대해 벌써 1년이나 지난 이야기가 인터넷을 떠돌며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했었다.

 

"벌써 1년 전 이야기 아니냐?"

"1년이 지났다고 잘못한 게 사라지느냐?"

 

과연 그것이 정당한 비판인가.

 

단지 그러고 싶은 것이다. 끊임없이 원망하고 증오하고. 그래서 증오다.

 

증오란 다른 게 아니다. 완결된 정의다. 완성된 정의다. 따라서 자기의 정의에 반하는 모든 것은 악이며 그에 대한 모든 행위는 정당하다. 인간은 정의로울 때 다른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증오가 목적하는 바는 오로이 한 가지 증오 뿐.

 

하여튼 웃기는 거다. 신상을 턴다? 그래서 어쩌게? 단순히 잘못을 해서 그 잘못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사생활까지 들춰가며 한 인간 자체를 부정하려는 그 어디에 그들이 말하는 선의가 있는가?

 

그렇게 온갖 할 말 못 할 말 쏟아내고서는 거기에 대해 뭐라 한 마디만 해도 아주 이런 생난리가 없다. 자기들은 그리 할 말 못 할 말 다면서도 그에 대해 잘못이라 한 마디 하는 것도 그리 아픈 것인지. 그런 나약한 에고란... 아니 그러니까 증오밖에 못하는 것일 테지만. 증오 말고 그런 나약한 자아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다. 그 행위가 정당하려거든 그 동기와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 그 행위가 선의이고자 하거든 그 동기와 수단도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들이 그리 좋아하는 상식일 터인데도.

 

내가 그들이 말하는 선의에 결코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들을 개티즌이라 조롱하는 이유일 것이고.

 

먼저 화내는 법부터 배우라. 비판하는 법부터. 어떻게 비판하는 것이 옳은 비판인가. 최소한 자신의 분노가 정당한가. 혹은 증오가 아닌가. 증오라도 상관없는가? 그러면 그것도 좋다. 단, 증오에 대해 인정만 한다면. 증오인 것만 알아도 문제는 크게 줄어들 터이니.

 

같잖을 따름이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가. 옳음이. 하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