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이듬해였을 것이다. 날 잡아 바다에 가기로 했다. 역시 강원도였다. 낙산. 텐트와 각종 취사도구와 기타등등을 챙겨들고 2박 3일 일정으로 역시 청량리에서 출발...
도착한 첫날은 전날 밤을 새워 놀았던 고로 텐트만 치고 바로 퍼질러 잤다. 그리고 떠나오는 순간까지 내내 쏟아지던 비... 단 한 시간도 바다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도착한 첫날 그 쨍쨍하던 그 시간이 거의 유일한 기회였던 셈.
2박 3일을 비를 맞으며 텐트 안에서 소주나 죽이고 있을 때 - 가장 큰 코펠에 사이다와 얼음을 섞어 즉석 칵테일을 만들어서는 그냥 돌려마셨다. 안주는 라면 부순 것. 그리고 고스톱과 포카. 그리고 그때 2박 하는 동안 밤이면 들려오던 음악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와 이현우의 "꿈"이었다. 하아아...
하필이면 텐트를 친 자리가 당시 해수욕장에 가면 있던 간이나이트 옆이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 간이나이트에서는 "환상속의 그대"와 "꿈"이 무한반복되고 있었고. 자려는 순간까지 그러고 들리는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나는 지금도 이 두 노래를 무척 싫어한다.
알고 보니 원흉은 박명수였다. 아니 그 전에는 노홍철이 있었다. 그나마 날이 맑다. 실컷 놀았다. 아직 덜 놀았다. 노홍철의 라디오생방송이나 박명수의 텐트나이트나 확실히 즐겁기는 할 터다. 빌어먹을 그때 비만 그렇게 쏟아지지 않았어도. 비맞으며 고스톱 치고 포카 친 기억밖에 남는 게 없다. 그리고 정체도 불확실한 광어회... 그건 과연 광어였을까?
그나저나 놀랐다. 야외에서는 참 많은 일이 벌어진다. 특히 말벌까지 있을 정도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국 차원이 아니라 바로 부를 수 있는 구급반도 없었던 것일까? 유원지잖은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놀고 많은 사고가 있을 수 있을 텐데. 말벌에 쏘인 정도라 하기에는 박명수가 자기 부인에게 전화해 치료법을 묻는 자체가 뭔가 어색하다. 예능?
노홍철이 춘천에서 라디오생방송을 하자고 하고, 공교롭게도 하필 무한도전 휴가지가 춘천이고... 너무 잘 맞아떨어지지 않은가. 무한도전이 춘천으로 휴가를 가지 않았다면 라디오 생방송은 어찌 되는 것일까? 그러면 그때는 그에 맞게 생방송 예정지를 변경했으려나? 너무 앞서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가장 재미있던 것은 박명수의 신발숨기기에서부터 유재석이 박명수에게 슬리퍼를 신겨주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 길이 박명수의 신발을 숨기고, 유재석이 박명수에 과자박스 신발에 비닐봉지 신발을 신기고, 다시 길이 유재석의 신발까지 숨기면서 박명수의 검은 비닐신발에 유재석의 하얀 비닐신발, 그리고 가위바위보로 신발 몰아주기, 박명수의 패배, 배 위에서의 슬리퍼 신겨주기.
내가 이런 걸 무척 좋아한다.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줄거리가 있다.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일상에서도 있다. 어느새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것이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일 테지만. 단속적인 멘트가 아닌 이런 이어지는 유기적인 이야야기의 연결이란.
그리고 레슬링... 확실히 이런 미션이라면 멤버들만으로는 밋밋하다. 이런 때 스텝이 참여해주어야 한다. 리얼리티란 프로그램 안과 밖을 잇는 뫼비우스의 고리와 같은 것이다. 프로그램의 안과 밖은 분명 둘이지만 이 둘이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 프로그램 밖의 역할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텝. 리얼버라이어티치고 스텝의 역할이 작은 경우가 또 드물다. 스텝이란 리얼리티에 있어 또 하나의 출연자랄까. 하긴 시크릿 바캉스에서도 스텝들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만.
확실히 길은 전혀 웃기지 않는다. 웃기는 방법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웃긴다. 의외로 귀여운 인상이다. 예능에 출연해서 웃기지 못하는 것이 부담이기도 할 텐데도 전혀 부담으로 여기지 않는 그런 능청스러움이 어쩐지 풋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가끔 이번의 신발숨기기 같은 장면도 나오고.
더불어 테트나이트에서 멤버들이 작년 무한도전 가요제 출전곡을 부를 때 왜 길이 부른 "난 멋있어!"가 빠졌을까? 내가 가장 좋아한 노래였는데. 전진이 부른 세뇨리따야 당연하더라도. 역시 그런 건 밴드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을까?
아주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회차였다. 그놈의 텐트나이트. 그리고 텐트와 방송차. 고성방가. 비만 내려주었으면. 수영복차림으로 텐트를 열고 나가 물길 내느라 아마 그것 가지고 다 놀았을 것이다. 뭔 짓을 한 것인지...
끝으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포크댄스. 요즘도 포크댄스 추나? 중학교 때까지 했던 것 같은데. 제대로 복장 갖추고 어머니들과. 그런 어색한 모습들이... 저 못난 남자들도 귀여울 수 있구나.
결론은 그냥 재미있었다. 무한도전스럽게. 유쾌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아무나와. 혹은 혼자서. 비오는 날의 여행도 좋을 텐데. 좋았다. 일찍 깼더니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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