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런닝맨 - 갈등이 부족하다!

까칠부 2010. 7. 26. 07:13

재미라는 것은 결국 긴장에서 나온다. 얼마나 긴장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긴장으로부터 이완하느냐. 그리고 그 긴장이란 갈등에서 나온다. 갈등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그리 흥분하며 열광하는 이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 혹은 팀에 이입된 때문이다. 응원하는 선수도 팀도 따로 없는 경우 스포츠란 그렇게 썩 재미있는 게 못 된다. 보는 순간 자기 팀을 만들고 자기 선수를 만들어야 스포츠라는 것은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 갈등이 만들어진다.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공자와 방자, 나와 너, 아군과 적군, 또 그런 갈등을 통해 캐릭터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 팀은 어떤 팀이다, 이 선수는 어떤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란 재미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뉘기에. 그리고 부딪히기에. 경쟁이란, 그리고 경기란 그렇게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이런 사람들이 출전한다... 한창 유행하던 게임위주의 버라이어티가 쇠퇴한 이유다. 어차피 자기들끼리 나와 노는 것 뭔 재미로 보는가.

 

아마 그런 대표적인 예가 관중석에서 돼지저금통 찾기가 아니었을까. 자기들은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 넓은 운동장을 그야말로 정신없이 뛰어 돼지저금통을 찾는다. 그런데 정작 왜 그래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청자가 보기에 동의할만한 어떤 필연도 당위도 없이 그저 자기들끼리 달릴 뿐이다.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란 그저 지루할 뿐이다.

 

캐릭터가 없다? 캐릭터는 이미 어느 정도 잡혀 있다. 다이빙에서 그것을 충분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지석진이 뛰어내리는 순간 알았다. 김종국이 10미터 뛰겠구나. 지석진이 3.5미터 뛰고, 그리고 적당히 맞추어 뛰다가 마지막에 김종국이 10미터 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작 게임에서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그런 것이 없으니. 돼지저금통 찾기도 그렇고, 텔레파시 게임도 그렇고, 과연 그 어디에 캐릭터가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캐릭터가 있다고 그것이 굳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단지 연예인 한 사람 뿐인 것을. 마치 중간에 멘트도 없이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던 송지효와 구하라와 같이. 그리고 그런 상황에 과연 프로그램에 이입을 할 것이 무엇인가.

 

골키퍼 대결에서 송중기가 하하에게 경쟁심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것이 그런 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키가 작다. 그런데 송중기가 약간 더 크다. 하하는 키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자존심을 상해하고, 송중기는 그래도 하하보다 크다고 만족해 한다. 그리고 결과는 하하의 승리. 다만 하하나 송중기나 존재감이 워낙 미약하다 보니 이야기 자체도 많이 약했다. 그렇더라도 그런 식으로 캐릭터 간의 갈등을 만드는 쪽이 시청자로 하여금 보다 프로그램 안의 상황에 대해 동의하도록 할 수 있었지 않겠는가 말이다.

 

단지 캐릭터가 있고, 캐릭터가 있으니 각자가 캐릭터를 연기하고, MC인 유재석이 그런 캐릭터를 받아 살려주고, 그러면 각 캐릭터는 예능감으로 웃기고... 기왕에 게임버라이어티라는 것이다. 게임을 하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버라이어티다. 그것으로 족하겠는가. 과연 시청자는 내버려둔 채 그저 자기들끼리만 열심히 뛰어다니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는가. 왜 프로스포츠에서 그리 프랜차이즈를 중요시 여기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뛰고 연기하는 것만이 아닌 게임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테면 필연이다. 그들이 그렇게 한 시간 내내 뛰어다녀야 하는. 시청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하긴 그러니까 마지막 획득한 성금을 정산하는 장면에서도 그리 심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0원짜리다. 100원짜리다. 500원짜리다. 각각 저금통마다 들어 있는 돈이 다르다. 좋다. 그런데 그것 가지고 자기들끼리 안달하고 환호하고 좌절하면서 어느새 알지도 못하는 사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1만원 차이로 승부가 결정나고 있었다. 참 긴장되는 순간일 텐데도 어쩔 수 없이 찾아드는 허무함과 허탈함이란.

 

즉 자기들끼리만 열심인 거다. 운동선수는 그저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 프로구단은 단지 경기만 잘하면 된다. 세상에 그런 프로스포츠란 없다. 그런 프로스포츠 마케팅이란 없다. 굳이 점수를 그리 나누려 한다면 시청자가 보다 이입할 수 있도록 그 하나하나의 차이를 프로그램 안에서 강조함으로써 보다 긴장을 높이는 수단으로 쓰던가. 500원짜리 돼지저금통과 50원짜리 돼지저금통에 차등을 두고 그를 통해서 어떤 돼지저금통을 획득하는가를 두고 보다 디테일하고 치열하게 출연자들이 갈등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그만큼 더 시청자는 프로그램에 이입하고 그런 갈등과 긴장을 즐길 수 있겠지.

 

런닝맨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캐릭터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잡힌다. 그런 것은 출연자 개개인이 또 알아서 할 부분이다. 캐릭터가 잡히면 그것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관계를 설정하고, 갈등을 만들고. 관계가 있고 갈등이 있다면 또 캐릭터도 쉽게 잡힌다. 캐릭터만 있다고 과연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이입할 수 있을 것인가. 시청자가 스스로 이입하지 못하는 게임이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무언가 포인트를 잡지 못한 듯한... 왜 런닝맨이 고전하고 있는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각각의 게임은 재미가 있어도 보고 나면 내가 무엇을 보았었나... 재미있어도 재미없다는 게 이런 것이리라.

 

재미는 분명 있었다. 게임 하나하나 흥미로운 요소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것은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에서의 흥미이고 재미일 뿐이었다. 그 어디에 시청자의 자리가 있던가. 시청자가 차지하고 들어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가.

 

고민할 부분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천하의 유재석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 근본적인 한계를 깨야 한다. 런닝맨의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