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그러고 보면 영웅호걸이라는 제목 자체도 상당히 생뚱맞다. 왜 하필 영웅호걸일까? 그러나 청춘불패와 나란히 놓고 보면 어쩐지 그럴싸하다.
각자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전에 먼저 관계를 만든다. 욱하는 박가희나 다혈질인 서인영이나 그네들의 캐릭터는 나이 많은 후배와 나이어린 선배라는 불편한 관계를 통해 극대화된다. 막내인 동갑내기 아이유와 지연, 그리고 그들과 어울히는 두 살 많은 니콜. 나이 어린 축을 이룬다. 맏언니 노사연의 캐릭터는 그녀의 역할에서 극대화되고.
유인나가 야식을 가지고 못나가는 팀 숙소로 가서 놀리는 장면도 그렇다. 유인나가 제안하고 신봉선이 부추기고 유인나는 천진난만하게 못나가는 팀 방으로 가서 그들을 자극한다. 정가은은 그에 발끈해서 찾아와서는 함께 야식을 얻어먹고,
그러고 보면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게임이란 그를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단점을 이야기하는데 상대에 따라 그 리액션이 다르다. 더욱 불쾌해하기도 하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음을 짓기도 하고, 불현듯 그를 통해 서로의 관계라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진 럭비 국가대표팀과의 연습에서 그런 관계들은 게임을 통해 다시 구체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 구체화된 모습들이 다시 캐릭터가 된다.
태양을 게스트로 불렀을 때 아이유의 설레고 당황해하는 모습 역시 아이유의 캐릭터를 보다 첨예하게 다듬어 보여준다. 아, 아이유가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었구나. 10대 소녀였구나. 연예인이기 이전에 아이유 또한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면 설레고 당황스러운 그런 여자아이였구나. 그것을 또 신봉선과 서인영이 아이유와는 다른 반응을 통해 극대화시켜준다. 태양과 퍼포먼스를 통해 키스하고 돌아왔을 때 마치 일반인마냥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분명 아이유의 그것이었다. 아이유란 정말 매력적인 소녀였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하긴 청춘불패도 처음에는 그랬었다. 처음 청춘불패 역시 개인기보다는 서로의 관계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아주 초반에는. 그러다가 예능에 욕심이 생기면서 억지로 캐릭터를 포장하려는 사이 여기까지 와 버린 것일 테지. 과연 이휘재와 노홍철은 그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팀을 나누더라도 의미없이 나누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임무다. 잘 나가는 팀은 공연을 책임지고, 못 나가는 팀은 대표팀 선수들 훈련을 돕고, 그것을 가지고 경쟁한다. 전혀 서로 다른 임무인데 그것을 가지고 일반인 출연자로 하여금 평가하게 하여 참여하도록 만든다. 단순히 팀을 나누었으니 따로 행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평가하는 일반인 출연자로 하여금 하나로 다시 합치는 것이다. 팀을 나누면 그것이 완전히 따로따로 나뉘는 것을 의미하는 청춘불패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결국에 그렇게 팀을 나누어 따로 행동하더라도 서로 얽히고 관계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겠지.
아마 그같은 청춘불패와 영웅호걸의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바로 그 공연이 아니었을까. 그냥 청춘불패처럼 공연하자 해서 하는 게 아니다. 준비과정부터 보여준다. 춤이라고는 전혀 못 추는 유인나와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이유, 급조한 무대라 실수투성이에, 의욕이 넘치느라 쓸데없이 넘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라 그 이전에 공연을 구경하는 럭비 대표팀 선수들과의 관계가 있기에. 단순히 공연을 여니 구경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에 이어진 관계를 통해 공연을 하고 그것을 보는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어설픈 공연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어설프면 어설픈대로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그런 마음이라는 것이.
예능감이 있고 없고가 아니다. 예능감이 얼마나 좋고 나쁘고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런 그런 서툰 모습까지도 매력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 그런 모습들을 가지고도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확실히 이런 것이 내가 좋아하는 예능의 모습이다. 사람이 재미있어서, 그 이전에 사람이 좋아서 즐겁다.
물론 아직 많이 어설프다. 부족한 부분도 많다.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몇 수 위가 아닐까. 왜 신봉선이 나는 한 번도 웃기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는데도 김신영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가. 기본적으로 중심이 되어 줄 이휘재와 노홍철이라는 든든한 MC도 있고.
다만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는 조금 더 고민할 부분이라 하겠다. 말했듯 청춘불패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 점을 분석하고 연구했기에 굳이 아이돌로만 멤버를 구성하기보다는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멤버들을 12명이나 끌어들인 것일 테지만. 그것부터가 청춘불패보다 몇 걸음 앞서나간 것이었다. 청춘불패에서 그렇게 튀던 나르샤조차 얌전해질 수 있는 지금의 구성이라는 것이.
재미있다기보다는 그 가능성에 흥미를 느낀 회차였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 이휘재와 노홍철의 조합은? 이휘재와 노홍철을 뒷받침할 노사연과 신봉선의 역할과 나르샤, 서인영, 박가희, 이진 등 나름 경험과 연륜이 되는 멤버들의 분발도. 아직 어린 니콜과 지연과 아이유와, 배우로서 매력적인 홍수아와 유인나와, 그들이 만들어갈 조화와 이야기들이.
제발 청춘불패 제작진 같지만은 않기를. 아직까지는 그래도 예능을 제작해 본 제작진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겠다. 지켜보련다. 어찌 되려는지. 재미있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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