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인간들은 뭔 생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 것일까.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자? 하지만 보고 있자니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는데?
숙녀시대와 쿨룰라, 아주 제대로 싼티컨셉 잡고 나온 두 아줌마그룹 덕분에 아이돌마저 분위기가 그리로 쏠려 버렸다. 두 아줌마들과 그 사이의 LPG, 그러면서 나머지 아이돌들도 그리 맞춰지고. 딱 강심장에서 조금 더 노골적인 컨셉을 걸그룹에 맞춘 느낌이다.
더 짜증나는 것은 그래도 룰라라면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룰라의 히트곡에 대해 기억조차 못한다는 아이돌 앞에서 완전 싼티 개그맨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아무리 지난날의 영광이고, 이제는 기억해주는 이조차 드물다고,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습으로라도 예능에 나와야 함을 이해해도, 과연 후배들 앞에서 그런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했을까. 과연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룰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까.
안다. 대세는 아이돌이다. 걸그룹이다. 철지난 잊혀진 그룹 따위. 김지현이나 채리나나 지금 뭔 의미가 있을까. 그냥 나와서 웃겨주기나 하면... 저 강심장조차 이런 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룰라만 나와 망가지고 웃겨주면 상관없지만 굳이 걸그룹과 비교해 그들을 그렇게 철저히 싸구려로 비하했어야 했을까.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덜자면 차라리 그같은 옛 전설이 되어 버린 선배들의 음악을, 춤을,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며, 그리고 선배들도 그들의 음악을 함께 하며 세대를 뛰어넘은 어떤 열정과 꿈을 보여주는 쪽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조금은 기대했다. 포미닛이 보여주는 룰라의 "백일째 만남"은? 시크릿이 보여주는 "날개잃은 천사"는? 그러나 김지현이나 채리나나 단지 한 물 간 웃음거리에 불과할 뿐.
정말 불쾌했다. 과연 룰라 정도 되도 시간이 흐르니 저런 취급을 받는구나.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전같지 않다고 저런 취급을 받고 마는구나. 그러니 언제까지고 연예인이란 찌질이들의 먹잇감에 불과한 거다. 자신들이 스스로 존경하는 방법을 모르니.
보고 나서 남은 것이라고는 징거의 골반춤도 아닌 온몸튕기기 춤 뿐. 골반춤은 아무래도 현아가 전공이다. 어떤 무대인가에 따라 골반춤도 다르게 보인다는 확인과.
왜,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조차 애매한, 내가 이걸 왜 봤는가 뒤늦게 후회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건 욕하려고도 봐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 끔찍했다.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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