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예전 출판계에서도 불거졌던 문제다.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다. 꽤 심각했었는데.
예를 들어 음원 하나 만드는데 1천만원이 들어간다 치자. 음원 하나 가격이 600원. 음원제작자가 가져가는 돈이 이 가운데 대략 35% 정도인 200원 남짓. 얼마나 다운로드받아야 본전이 나올까? 순수 제작비만.
반면 음원의 가격 가운데 제작자가 가져가는 돈이 예전 음반시절처럼 70%쯤 된다고 하자. 음원 하나당 400원. 얼마나 다운로드받으면 그로부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될까?
대략 두 배 쯤 된다. 음원 하나 다운로드해서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이. 그것은 즉 절반의 다운로드만으로도 본전치기는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자와 후자 어느 쪽이 더 음악적으로 모험하기 쉬울까.
예전 인디밴드가 음반 1만 장, 2만 장 팔았어도 어느 정도 음반제작비며 당분간의 활동비는 나왔다. 음반 하나가 대략 1만원, 제작자가 이 가운데 얼추 70%를 가져갔다. 또 그렇기 때문에 한 30만 장 판다고 잡고 이승환처럼 사운드에 대한 거의 집착수준의 시도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음원 300만 건 다운로드해봐야 6억, 그나마 이승환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일까? 이번 앨범만도 상당히 허리가 휘도록 돈을 쏟아부었을 텐데. 과연 지금 음원수입으로 그런 것이 가능한가?
예전 총판이 출판계를 좌지우지할 때, 총판들은 최소한의 수익보전을 위해 최소한의 발행부수를 요구했었다. 아마 그것이 3천 부였던가? 일단은 그 만큼 팔 수 있어야 총판에서는 책을 받아주었다. 어쩌겠는가. 3천 부 이하로 팔 수 있는 조금은 마이너한 책들에 대해서는 아예 출판 자체가 제한되었던 것이다.
음원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1만 장, 2만 장 팔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 정도라면 그렇게 음반 내서 조금씩 수익을 내는 것도 기대해 볼 만 하다. 한 2만 건 다운로드받아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면 그만한 소수취향의 음악에 대해서도 한 번 시도는 해 볼 만 할 것이다. 그런데 5만 건 이상 다운로드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면 그만큼 더 확실한 보험을 요구할 테지. 어떤 것일까.
하긴 그나마 이제 음원에서 수익을 기대하는 음원제작자란 없다. 가수도 기획사도 더 이상 음원만 가지고 수입을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행사로 돈을 번다. 음원이 안 되니 행사로 열심히 돌아 그것으로 수입을 낸다. 그러면 행사에 적합한 음악이란 어떤 음악일까.
그렇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을 들으면 신이 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진정 라이브를 즐길 줄 아는 밴드다. 그런데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인터뷰에서 그러더라.
"대학축제에 초대되어 갔는데 무대에 서고 있으니 분위기가 싸해지더라."
행사란 자체가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다. 최소한 음악을 듣고자 찾는 라이브클럽보다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욱 행사를 찾는 대중을 위한 보다 그들에 맞는 음악이 필요하다. 아니면 음악과는 상관없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기대하게 되는 누구이던가.
결국에 아이돌이다. 나는 아이돌이야 말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현재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생각한다. 왜 아이돌만이 한국 대중문화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가. 왜 아이돌이 한국 대중문화의 전부가 되어 가고 있는가.
일단 아이돌이라면 팬덤이 나서서 음반을 사 준다. 음원도 다운로드받아준다. 무엇보다 아이돌이라는 자체로 행사무대에 서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음악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어떤 음악인가보다 누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가. 아이돌 음악이라는 것도 그래서 누구나 기대할 수 있는 평준화된 음악이고.
결국 그렇게 과거 한국 대중음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소수음악들은 소외되어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는 마니아적인 음악들은 아예 발 붙일 자리조차 없이 - 아예 음원으로 수익을 낼 것을 기대조차 하지 못하고 오로지 공연으로만. 그러나 공연이라고 사람들이 찾는가.
물론 수익배분율문제만이 원인의 전부인가. 그건 아니다. 그래서 논지를 제한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달리 써 보려고.
음원이라는 게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일단 투자라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작비가 들어가야 한다. 그것을 회수하는데 얼마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일단 지금 내놓은 음악으로 어느 정도의 다운로드를 기대할 수 있는가. 더 많은 다운로드를 기대할 수 있는 주류적인 음악이란 항상 그 장르나 스타일이 제한되어 있다. 더 많은 다운로드가 이루어져야 최소한 본전이라도 할 수 있을 때 결국 음원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제한되어 있다.
더구나 음원이 돈이 안 된다면 결국 아티스트들은 행사로 내몰리지 않으면 안 된다. 행사란 찾아가서 듣는 자리가 아니라 찾아가 들려주는 자리다. 더욱 행사에서 요구하는 아티스트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장르도 한정되고, 스타일도 한정되고, 투자는 위축되고,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어차피 음원이 만들어지고 나면 음원제작자 입장에서 더 돈이 들어가는 게 없을 테니 음원수익배분율의 문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핏 맞는 말이다. 일단 음원을 내놓고 나면 더 이상 돈 들어갈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음원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라는 거다. 그것을 회수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선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한국 대중음악에 주는 영향이란 무엇인가.
기존에 이미 그런 일이 있었기에 나로서는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음원 하나 만드는데 1천만원 이상 들어가는데, 정작 다운로드는 3만 건 정도 기대할 수 있다면? 본전치기조차 할 수 없는 음악에 대해 과연 음원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는 것인가.
다시 한 번 음원으로 시장이 이동하는 흐름을 파악 못하고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주체들에 대해 한심함을 금치 못하며. 결국 그런 것도 지금의 왜곡된 대중음악의 현실을 만든 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이승환처럼 최고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바보짓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라는 것이. 이승환이 설사 대중성이 많이 떨어져 전과 같은 판매량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기대들이 무모하게만 여겨지는 지금의 대중음악이라는 것이.
그저 단순히 누가 얼마를 더 가져가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본주의 사회란 아티스트의 열정조차 돈으로 계량해야 한다. 그 돈이 막히면 어찌 되겠는가.
분명 현실은 바뀌었다. 과거처럼 음반 1만 장 팔아 제작비 뽑던 시대는 갔다. 지난 시절을 이제 와 이야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이대로 과연 좋은가. 생각해 볼 부분이라 하겠다. 최소한 곡을 쓰고 실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 자신에게는 충분한 수입이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아티스트 자신도 다음 작품을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긴 단순히 배분율만 조정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 이전에 투명하게 음원수입 자체가 공개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공정하게 나누어져야겠지. 그것부터도 당장 문제일 테지만. 다시 협상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찌 되었는가 모르겠다. 잘 풀렸으면...
다른 이야기는 다음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날이 더우니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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