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김흥국이야 말로 비코미디언출신의 예능인 1호였다. 오죽하면 코디언 원로들이 그를 불러서는 쪼았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가수인 네가 웃기면 우리 애들은 뭘 먹고 사냐?"
나름 지금의 김구라의 말마따나 개그맨이 우울한 시절이 올 것에 대한 선견지명이었다 할 텐데.
당시에도 개그맨을 웃기는 가수로 난리가 아니었다. 개그맨이 아니어도 웃길 수 있다. 코미디언이 아니어도 웃길 수 있다. 그것도 콩트나 개인기가 아닌 단지 입담으로만. 주병진이 진행하고 이경규가 보조를 맡고 김흥국이 고정게스트로 빵빵 터뜨려주던.
확실히 예능감이란 그래서 한 번 터지면 사라지지 않는다. 예능감이란 개인기가 아니다. 어떤 특정한 개인기를 잘 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컨셉 잡고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재미있는 거다. 김태원 말마따나 따로 계산을 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을 보일 수 있는. 그래서 사람이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것이고, 사람이 좋으면 재미있는 것이고.
김흥국의 예능이 그렇다. 김흥국의 예능에는 계산이 없다. 그냥 막 던진다. 막개그의 원조다. 일단 던지고 본다. 터지면 터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래서 기복이 있다. 가끔 아주 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꿇리고 하는 게 없는 것이 김흥국 예능의 특징이다. 되면 되는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오늘 방송 열심히 하십니다?"
그 말은 곧 오늘은 잘 터집니다.
그에 비하면 김경진은 척 보기에도 웃음에 대한 강박이 보인다. 굳이 자기 차례가 아닐 때 표정이 굳어 있고 무언가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또렷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름 생각해서 던진 멘트이고 개인기일테지만 그것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콩트가 아닌 탓이다. 애드립도 아니다. 그저 나란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김경식 또한 그렇게 크게 웃긴 건 없었지만 바로 거기서 연륜이 드러난다. 무리하게 웃기려 하지 않는다. 크게 터뜨린 것도 없었지만 크게 망한 것도 없었다. 그는 예능인이 아니다. 확실히 김경식은 예능세대가 아니다. 연기에는 능해도 예능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크게 무리하지 않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자기를 알릴 수 있었다. 이 또한 예능감일 터이지만.
솔직히 김경진에 대해서는 뭐라 말을 못하겠다. 아무리 봐도 나는 김경진에게서 웃음을 찾지 못한다. 생김도 특이하고 목소리도 특이한데 그러나 사람 자체가 재미있는가. 콩트는 보지 못해서 모르겠고 과연 사람 자체가 재미있어서 웃을 수 있겠는가. 더 열심히 분발해서 김흥국처럼 되라. 혹은 김경식처럼만 하라. 못하겠다. 도저히 어떤 가능성도 보지 못하겠기에.
어쨌거나 거의 김흥국 원맨쇼였다. 가끔은 막히는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빵빵 터뜨려주는 것은 김흥국 특유의 넉살이다. 김흥국에게는 예능인으로서 애교가 없다. 애교가 없는 것이 김흥국으로 하여금 기복이 있도록 만들지만, 애교가 없는 대신 넉살이 강해 상황에 구애받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껏 던질 수 있다. 역시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한 예능유닛. 비개그맨 예능인 1호다운 관록이라 하겠다.
뭐 가끔은 김흥국에 대해 비호감도 있지만 확실히 저렇게 막 던져서라도 웃길 줄 아는 넉살에 대해서는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노래도 잘 한다. 요즘 터지는 게 없어서 그렇지. 드럼은... 들어본 적 없다. 흐...
재미있었다. 딱 라디오스타 다운. 신정환의 직계답게 신정환은 아웃, 김구라한테는 거의 천적이고, 윤종신이나 김국진에게는 타입이 맞지 않고. 그 불협화음이. 좋았다. 라디오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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