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대충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겠다...

까칠부 2009. 10. 31. 01:19

원래 MC의 역할에는 자기가 나서서 분위기를 만들거나, 다른 사람이 나서서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이러쿵저러쿵 잡다한 것들을 뭉뚱그려 이 두 가지다. 결국 각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게 그에 맞는 MC를 선택해 배치하는 것인데...

 

왜 청춘불패의 MC가 병풍 남희석인가를 알겠다. 저번 첫회에서 노주현을 보면서 느낀 그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은 MC가 아닌 여자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가만 보면 알겠지만 남희석이나 노주현이나 하는 일은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주는 일이다. 튀지 않게 그냥 흘러가는대로 간간히 방향만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확실히 이런 역할에는 괜히 나대는 것 좋아하는 MC보다야 남희석이나 노주현이 적합하다. 특히 노주현은 농촌의 나이 지긋한 분들께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안착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 밖에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하는 것이야 김신영과 김태우가 할 일이고.

 

결국은 아이돌이라는 건데...

 

그게 문제다. 아직까지도 이놈의 프로그램이 아이돌 데려다 뭔 짓거리를 하려는 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장기자랑 하려고? 하지만 이미 이번 회차에서 장기자랑도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개그맨도 아닌 어린 여자아이들 데려다 장기자랑 시켜봐야 뻔하지. 좋은 것도 한두번이지 여러 번 보면 질린다. 그리고 일하기야...

 

재미는 있다. 분명 여자아이돌이 일하는 모습들 - 지난주에는 닭똥치우기와 콩베기, 화장실 만들기, 밥짓기, 이번주는 은행줍기와 고추따기, 울타리 만들기, 닭장 만들기... 그러나 앞으로는? 한 번 한 일 두 번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제 곧 겨울인데...

 

아, 하긴 할 것들이 많기는 하다. 김장도 있고, 또 술담그기나 메주띄우기나 뭐 기타등등등등... 겨울에 할 일이 보통 많을까? 곶감 만드는 것도 이 철이고 할 텐데. 과연 그런 일상들을 얼마나 아이돌이라고 하는 특수성과 어울리게 잘 버무려 만들 수 있을까? 오늘까지는 성공적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포맷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출연자들은 각기 개성을 드러내며 방송을 살리고 있었다. 나르샤는 기대했던 바로 그런 아줌마 애드립으로 웃음을 주었고, 현아도 방송에 잘 녹아들고 있었다. 유리는 아직 뭘 하려는지 모르겠고, 써니도 닌자모드로 전업했지만 한선화가 신인다운 무모함으로 나름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의외로 힘이 좋은 처자인 것 같은데 장차 잘 써보면 프로그램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일지도. 해머 들고 울타리 기둥 찍어대는데 놀랐다.

 

그리고 오늘도 에이스는 구하라. 장기자랑에서의 개다리춤은 이제 의외성이 없어 시시했지만 방청소 하다 말고 카메라를 발견하자 그 앞에서 혼자 노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혼자서 소원을 말해봐에서부터 아브라카다브라까지... 확실히 이 아가씨는 방송을 즐기며 하는 것 같다. 타고 나느니 노력하는 만 못하고, 노력하느니 즐기는 만 못하다. 구하라의 활력은 바로 그런 방송 그 자체를 즐기는 적극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에서 나왔다 할 수 있겠다.

 

즉 보는 나야 손발이 오그라들며 무리수라 생각하지만 그녀 자신은 전혀 무리수라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평소 하는 것처럼... 만일 가식이라면 정말 대단한 연기력일 테고. 가식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모습에서  잘한다기보다는 그 흥겨움이 전염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같이 즐겁게 만드는 것이리라.

 

앞으로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자급자족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청춘불패의 컨셉상 구하라가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써니는 불확실하고, 또 기대한다면 현아와 한선화. 힘이 좋아 기대가 된다. 어떻게 만들어갈까는 결국 제작진과 출연자 자신의 몫이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오늘 방송분량만으로 보자면 합격점. 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역시나 아직은 모호함.

 

재미있었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