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DJ DOC는 다르다.
원래 DJ DOC가 데뷔할 당시에도 그랬다. 어찌 보면 당시로서는 흔하디 흔한 랩댄스. 댄스음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보면서도 어느새 그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방방 뛰는 내가 있었다.
곡이 좋아서도 있다. DJ DOC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뛰어난 데가 있다. 뽕댄스라 하지만 어느새 남녀노소 불문하고 따라부르게 만드는 매력이 그들의 음악에는 있었다. 쉽고 단순하고 간결하고 흥겨운 뽕이 있고.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항상 DJ DOC에게서는 있었다. 단순히 곡이 좋아서가 아닌 그 이상의.
내가 항상 신명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신명이란 한 마디로 신을 부르는 것이다. 신이 내 몸에 깃드는 것이다. 신이 난다. 나를 잊는다. 나를 벗어난다. 구애됨 없이. 그들의 음악은 그렇게 자유롭다. 분방하다.
아마 그들의 삶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가수는 돈을 알면 안 된다."
"인간성이고 뭐고 음악만 잘 하면 된다."
아니 그런 것을 넘어서 연예인으로서 아무래도 주위의 눈이 신경쓰이기도 할 법 하건만 전혀 구애됨 없이 사건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그 자체가.
순수란 원래 선악의 개념을 뛰어넘는 것이다. 도덕과 윤리의 개념을 벗어난 것이다. 선이든 도덕이든 정의든 결국 따지고 재는 것이다. 이리저리 따지고 재고 살피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따지고 재는 것이 능숙지 못하다. 그래서 아이란 그렇게 잔인하고 난폭하고 교활하다.
DJ DOC는 그런 아이를 닮았다. 악동이라는 말 그대로 그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철이 덜 든. 참을 법도 하건만. 계산하고 자신을 억누를 법도 하건만. 단돈 2만 5천원에서 2만원을 후배들 밥 사먹으라 건네고, PC방에서 숙식을 하면서도 후배들 먹은 것까지 자기 앞으로 외상을 달아놓고, 행사비를 나누면서는 돈을 헤아리기보다는 두께로 나누어 서로 가져가고, 그런 타산적이지 못한 순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재지 못하고 때로 후배와의 사이에서도 곤란한 장난도 곧잘 치고 했던 것이었다. 그리 난폭한 사람들 가운데 보면 오히려 순수함이 난폭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그렇게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솔직했다. 손해를 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손해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그대로 부딪혀 버리고 마는.
가장 기쁜 순간을 물었을 때 이하늘은 대답했다.
"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즐거웠던 때를 물으니 정재용은 대답했다.
"런투유 나오고 낚시대 챙겨들고 셋이서 전국을 돌아다닐 때..."
이번 앨범 풍류의 첫번째 트랙 인 투 더 레인의 가사에도 있다.
"우리 셋만 있으면 돼"
승승장구에서 정작 자기가 쓴 곡임에도 김창렬 앞으로 저작권을 등록해 두었다고 - 그렇게 자기 곡인데도 저작권을 선물로 나누어주고 했단다.
유희열이 DJ DOC가 음악작업하는 것 보고 "이들은 진짜구나!" 감탄한 이유도 아마 그런 것일 게다. 그런 재지 않는 순수함. 따지지 않는 그런 열정들. 단지 음악만 보고 음악을 하는. 아니 그 이전에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그들은 무대에서 자기들이 만든 음악이라고 그 음악만을 쫓으려 하지 않는다. 음악은 단지 그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일 뿐이고, 그들이 즐기는 한 과정일 뿐이다. 물론 음악도 그들이 무대에 서는 목적이기는 하겠지. 하지만 무대에 섰을 때 그들은 또한 음악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즐기고 있다. 음악을 하기도 자유롭고, 그리고 그 음악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음악만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러나 무대 위에 서는 순간 음악조차 그들의 신명을 돕는 하나에 불과한 셈이다.
사람들이 DJ DOC의 무대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음악도 좋다. 음원이든 CD든 음악으로 따로 듣는 것도 그렇게 흥겹고 즐겁다. 하지만 진정으로 DJ DOC만의 신명을 느끼는 것은 그들의 무대다. 무대에 선 DJ DOC는 음반으로 듣는 DJ DOC와도 또 다르다. 해방된 열정. 마치 지반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마그마처럼 그렇게 폭발적으로 사람을 잡아끈다. 그 재지 않는 순수가. 따지지 않는 열정이. 계산 없는 자유가.
DJ DOC의 그동안의 숱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허구헌날 사고를 치고 신문 사회면에 그 이름이 오르내려도 그조차도 사랑하고 마는 것은 바로 그러한 그들의 순수와 자유를 사랑하는 때문일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쌀이 찌푸려질 법도 하건만 어쩐지 DJ DOC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는 이유란 바로 그런 것일 게다.
"원래 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그것이 그들의 음악이고 그들의 무대다. 무대 위에서와 무대 아래에서가 전혀 다르지 않은 그런 솔직함과 순수가 사람들을 잡아끈달까. 그래서 더욱 그들의 무대에 피식거리다가도 함께 방방 뛰는 것인지도.
리듬이 흥겹다. 멜로디 자체도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게 단순하다. 격식을 따지는 랩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발음에 최적화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랩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부르는 DJ DOC가 있다. 좋다 싫다를 떠나 단지 DJ DOC가 부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벌써 어깨를 들썩거리게 되는.
아마 거의 유일할 것이다. 서른 중반을 넘겨서, 그것도 데뷔 10년 차를 넘겨서, 다시 앨범을 내고 이렇게까지 화제를 불러모을 수 있는 아티스트란. 이승철도 이제는 안 된다. 단숨에 음원차트를 정복하고 한꺼번에 여러 곡을 차트 상위권에 포진시키고, 어디서나 DJ DOC의 음악을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그럴 수 있는 힘. 그것은 아미도 DJ DOC만이 갖는 악동스런 순수함, 철들지 않은 어른아이의 천진함일 것이다. 음악이란 순수로부터 비롯된다 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팀이 바로 DJ DOC가 아닐까.
하루종일 자의 아닌 타의로 DJ DOC의 신보를 들으며, 그리고서도 들어와 다시 일껏 다운로드받아놓은 신보의 음악들을 들으며, 그리고 음악중심의 클립 동영상을 보면서, 왜 DJ DOC인가.
그들의 가사처럼 이 시대의 마지막 광대가 아닌가. 순수하게 자신의 음악을, 자신의 무대를,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었던. 나는 갖지 못한 그런 동경이 더욱 그들에 이끌리게 만든다.
그들이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이 그리 후련하고 즐겁다. 역시 DJ DOC다.
몇 번 더 반복해 듣고 잠들어야겠다. 덥다. 시원한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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