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이하늘의 인기가요 비판 - 누구나 짐작은 하고 있지 않았었나?

까칠부 2010. 8. 1. 21:38

올 초 나로서는 무척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미지관리가 생명일 아이돌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성형사실을 고백하다니. 루머가 떠도는 것과 그것을 자기 입으로 사실로 확인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일 텐데 말이다. 루머는 루머일 뿐, 사실은 사실이어야 한다.

 

결국 뭔가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토크 버라이어티라는 것이 결국 출연자의 이미지관리를 위한 일환일 텐데. 토크 버라이어티에 나와 터는 이야기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이야기일 터다. 이제 더 이상 관리할 이미지도 없어서 싸게 구는 한 물 간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그런데도 굳이 저런 불리할 수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한 댓가가 주어지기 때문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당시 나왔던 말 가운데 하나가,

 

"인기가요 1위 한 번은 시켜주겠구만!"

 

결국은 그 한 번이 전부가 되고 말았지만. 

 

하긴 굳이 그 일이 아니더라도 예능에 잘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YG가 굳이 강심장에 출연하는 것이나, 소녀시대까지 강심장에 나와 눈물을 떨구고 하는 것이 전부터 말이 있기는 했었다. 그밖에도 스타킹서 굳이 아이돌이 나와 병풍을 자처하는 것이나, 패떴2에서 윤아, 조권, 김희철 등 아이돌들이 망가짐을 자처해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들이 있었다.

 

아니 인기가요만의 문제는 아니다. SBS만이 아니라 다른 방송국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제기들이 끊임없이 있어왔다. 가수들이 설 무대가 줄어들고, 그 줄어든 무대를 방송국이 꽉 쥐고 있고, 그들은 예능이라는 또다른 멀티로 이익을 추구하고 있고, 가수란 예능에 있어 훌륭한 먹잇감인 것이다. 예능에서 실컷 써먹고 쓸모가 다하면 버리면 되는. 가끔 예능 피디들이 그래도 열심히 하면 봐주지 않겠느냐 하는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소리들도 보게 되는데, 세상에 그렇게 마음좋은 피디란 없다. 당장 시청률 안 나오면 자기가 잘리는데.

 

결국 무대를 틀어쥔 입장에서 시청률을 위해 가수들을 예능에 출연시키고 무리수를 두게 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한 바였다. 아이돌들이 굳이 예능에 나와 필요 이상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통해서. 최소한의 이미지관리조차 예능에 내던져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친구 민낯 보기보다 아이돌 민낯 보기가 그리 쉬운 것이다.

 

그나마 이하늘이니 저리 공공연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 테지만. 확실히 이래서 중견은 필요한 것이다. 신인이 저런 소리 해봐야 묻힌다. 그리고 중견도 괜히 점잖은 이미지만으로는 저리 대놓고 들이대기 무리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DOC니까. 그리고 이하늘이니까.

 

하여튼 대중들부터가 먼저 가수들을 그리 우습게 보니까. 대중들부터가 그렇게 음악인에 대해 하찮게 대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또 오해드립이다. 이하늘조차 모르는 DJ DOC의 인기가요 출연까지 꿰고서. 이하늘의 과거를 들먹이며 오히려 비난부터 퍼붓는 잘나신 인간들 또한 마찬가지.

 

한국 대중음악계가 어렵다고? 정작 음악인들을 무대에 세워야 하는 음악방송부터가 저 따위이니. 기획사들이 담합해서 집단으로 보이콧이라도 하면 좋겠건만.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불가촉천민인 연예인이 보통 사람들도 하면 욕먹는 보이콧이라는 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철저한 약자의 입장에서.

 

예상한 바였고, 그렇게 드러났고, 그러나 여전히 입맛은 쓸 뿐이고. 어느 분야인들 안 그렇겠냐만. 아마 인기가요PD나 강심장 PD나 아예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재수없이 똥밟았다. 그나마 이하늘이 아니었으면. 씁쓸한 현실이라 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일 것이다. 더도 덜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