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DJ DOC 7집 풍류...

까칠부 2010. 7. 29. 21:48

아직 앨범듣기를 다 하지 못했다. 앨범듣기라는 게 각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들어야 하는데 요즘 정신이 좀 분주한 고로. 띄엄띄엄 들어봐야 그런 건 앨범듣기가 아니다.

 

아무튼 일단은 좋다. 기계음이 거슬린다는데 그다지 튀지 않게 잘 녹아들고 있어 그렇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김창열의 보컬은 전만 못한 대신 이하늘의 랩은 여전하고, 일단 비트가 강렬하고 사운드가 남자의 사운드다. 남자냄새가 풀풀나는 그런 거칠면서도 애교스런 야성이 DJ DOC의 매력일 것이다.

 

역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붙이지 못한 편지", 가사의 화제성도 화제성이지만 이하늘 특유의 랩이 아주 잘 살아 있어 근래의 수작이라 할 만하다. 한국말이 갖는 운율을 극대화하는, 그렇기 때문에 가사전달력이 뛰어난 이하늘의 토종랩은 그냥 들어도 그 자체가 리듬이고 멜로디고 노래다. 랩을 한다기보다는 그저 노래하듯 읊조린달까. 이렇게 거칠고 강한 가사가 또 이 만큼 매끄럽고 달착하게 들리는 것도 이하늘의 힘이라 할 것이다. 가사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래서 듣는 것만으로도 흥이 난다.

 

그리고 투게더인가? 인트로의 인 투 더 레인, 나 이런 사람이야, 그리고... 에... 바로 듣고 쓰는 게 아니라서. 끝에서 두번째 트랙이던 "오빠 그런 사람 아니야"는 이래서 DJ DOC구나 싶었다. 떼굴떼굴 굴렀다. 이 자식들... 완전 뽕짝인데 흐르는 정서는 딱 DJ DOC다. 뜬금없지만 그래서 어울렸다.

 

호쾌하기로는 투게더가 호쾌하고, 시원하기로는 나 이런 사람이야, 그러나 맛깔나기로는 인 투 더 레인. 그 밖에도 몇 개 더 있는데 말했듯 띄엄띄엄 들은 탓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일단은 괜찮다. 지극히 DJ DOC스러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앨범이다. 전보다 약해졌다고 하는데 나이 마흔 되어서 전처럼 거칠게만 나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세월은 모난 돌을 둥글게 깎아낸다. 그럼에도 "붙이지 못한 편지"는 역시 DJ dOC라 할 만 했지만.

 

언제고 천천히 날 잡아 앨범듣기를 해봐야겠다. 일단 한가해지고 나서. 앨범듣기란 어지간히 여유가 있지 않고서는 힘들다. 음악과 갈수록 친해지기 힘들어지는 이유다. 정신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