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윤수일 - 아름다워...

까칠부 2010. 8. 1.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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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 오!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아름다워
복잡한 도시를 나와 이름모를 해변으로
우리는 함께 차 를달리네~~.
아~름다워 오! 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아름다워
우리와(?) 함께 달리는 뜨거운 태양
그대의 모습은 하늘의 천사
시원한 바다 바람 마시며 우리는 해변을 걸어가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라들의 조용한 밀어
아~름다워 오! 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아름다워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그대의 입술

처음느껴본 황홀한 순간

흥겨운 콧노래 부르며 우리는 산길을 걸어가네
어디선가 들려오는 연인들의 조용한 밀어
아~름다워 오! 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아름다워
아~름다워 오~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아름다워
아~름다워 오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아름다워

그대모습이

 

어떤 사람들은 이 음악을 두고 한국 뉴에이지의 시초라 말한다. 솔직히 그보다는 단지 뉴에이지의 음악적인 요소를 받아들인 윤수일만의 락이 아니었을까. 윤수일만의 음악이 아니었을까.

 

하긴 음악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장르의 구분 자체가 의미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마치 민족을 나누는 것과도 같다.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거꾸로 아버지는 일본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그들을 그러면 어떤 민족이라 정의하겠는가? 할아버지는 러시아인, 할머니는 독일인, 외할머니는 아일랜드인, 외할아버지는 이탈리아인, 그러면 그 손자는?

 

장르를 뛰어넘어 지금 들어도 이런 음악이 있었을까 싶은 세련된 연주와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뉴에이지스런 편안함에, 그러나 락이 주는 강렬한 리듬감이 있고, 흥겨운 신디사이저 연주에 이어지는 몽환적인 기타애드립은 파도소리와 그렇게 잘 어울린다. 노래 자체가 마치 꿈인 것처럼 환상인 것처럼.

 

그러고 보면 3집의 "아름다워"에 이어지는 노래가 4집의 "환상의 섬"이다. 역시나 비장하면서도 독특한 아련한 환상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곡이다. 아마 "숲바다섬마을"도 그 연장에 있을 것이다. 뉴에이지니 락이니 하기 이전에 윤수일 자신의 음악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좋은 곡이다. 멋진 음악이다. 어쩐지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가운데 그와는 역설적으로 꿈을 꾸는 듯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운드가. 그리고 감미로운 윤수일의 목소리도. 마치 바다에 와 있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사운드 사이로 비쳐드는 것 같다. 과연 84년 윤수일은 이런 음악을 만들었구나. 도저히 이 무렵 이만한 음악이 나와 있었고 또 히트도 쳤다는 사실이 괜히 내 일처럼 뿌듯하기까지 하다. 

 

워낙에 제목부터가 그런 탓에 80년대 미인대회가 열렸다 하면 윤수일은 초대가수로 불려가 이 노래를 불렀다 한다. 딱 듣기에도 미인예찬 아니던가. 아름다운 이와의 아름다운 시간을... 그래서 미인대회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노래는 없겠다 했었던 것 같은데.

 

그러나 가만 가사름 음미해보면 아름다운 여인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연인이 아니었을까. 아니 아름다운 연인이라기보다 연인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이 그리 아름다워 보인다던가.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그녀의 촉촉하면서도 달콤한 입술들이, 무엇보다 그 모든 것들이 처음인 듯 그리 새롭고 신기하고 황활하기만 하다. 그래서 음악은 더욱 꿈같고 환상같고 그리 달콤하게 흐르는 모양이다. 윤수일의 목소리는 그 순간의 속삭임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다. 문득 노래와는 상관없이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참으로 새롭다. 시간이 흘러도 음악은 남는다. 음악은 남아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의 감수성을 일깨운다. 언제적 음악인가는 상관없다.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면 족하다. 벌써 30년이 가까이 지나서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이렇게나 흘렀구나. 음악은 여전하고.

 

1980년대 조용필에 비견할만한 음악인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아마 윤수일이 아니었을까. 조용필과 마찬가지로 너무 대중적이어서 저평가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음악은 과연 진짜였으니.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함없는 이 노래처럼. 벌써 30년 가까이나 지났어도 여전한 노래처럼. 

 

음악을 듣기에 좋은 밤이다. 덥고, 습하고, 그리고 조용하고. 꿈을 꾸는 것처럼. 추억하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구나. 음악은 들려준다. 밤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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