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뜨거운 형제들 - 버라이어티와 꽁트 코미디의 만남...

까칠부 2010. 8. 2. 06:49

이런 식으로도 꽁트 코미디를 살려볼 수 있겠구나.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아니 그동안도 그랬었다. 그동안에도 뜨거운 형제들에서 고정출연자들과 더불어 호흡을 맞추며 그들의 개성을 드러내주던 것이 개그맨들이었다. 공개코미디와도 또 다른 제대로 된 세트에서 펼쳐지는 짜여진 연기와 적절한 애드립. 참 그리운 모습일 텐데.

 

그것이 그렇게 버라이어티와 어우러진다. 개그맨을 비롯 연기자들이 만들어가는 꽁트와 그 가운데 꽁트의 내용과는 유리되어 존재하는 멤버들의 버라이어티. 각 주제에 따라 개그맨들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꽁트코미디를 통해 무대를 만들어주고, 멤버들은 그런 가운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버라이어티를 보여준다. 가끔은 멤버들보다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개그맨도 있을 정도.

 

어제는 개그맨도 아닌 원로라 할만한 연기자가 까메오로 출연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개그맨이 아닌 정극 연기자이기에 확실히 이기광과 같이 어린 친구들로서는 그 능청스러움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얼핏 근엄해 보이는 얼굴로 그런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 이어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정작 연기한 당사자도 설마 그런 내용일까 황당해하고 있는데.

 

아마 앞으로도 개그맨들에게 뜨거운 형제들은 중요한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가수들보다 더 설 자리가 줄어들어가는 개그맨들에 있어 - 더구나 그나마 있는 공개코미디 프로그램마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MBC출신의 개그맨들에게 제대로 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아바타 소개팅에 불려오는 신인연기자들 또한 마찬가지.

 

박휘순이 저렇게 순진한 친구였구나. 예능임을 알면서도 어느샌가 눈 앞의 여자에게 진심이 되어 버린다. 한상진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진심임을 보는 순간 알겠다. 독특한 캐릭터이면서 그러나 유쾌한 캐릭터다. 저렇게까지 순식간에 진심이 되어 버리는 남자도 드물지 않을까.

 

확실히 구도가 갖춰진 모양새다. 노유민이 결국 적응 못하고 빠진 건 아쉽지만 어쨌거나 이제 서로 치고 받고 던지고 받아주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탁재훈과 박명수, 김구라 역시 적절히 견제하고 받아주며 나름 역할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박명수와 김구라의 콤비플레이가 진짜 의외인데. 가장 안 어울려 보이는 두 사람이 그렇게 잘 어울린다. 물론 그 사이에 이기광이나 쌈디, 한상진 같은 다른 멤버들이 완충역할을 해 주었기에 그런 것일 테지만. 탁재훈도 이제는 당하는 역할이 어울리고.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떼굴떼굴 굴렀다.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던가. 아바타만으로는 아마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더니 아바타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화를 주고 있다. 아바타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굳이 고집하지도 않는다. 어제의 청문회 역시 김구라의 말마따나 그런 새로움이 큰 웃음을 주고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재미 하나만을 추구하는 순정의 버라이어티랄까. 웃음 하나만 놓고 보았을 때 지금 방영중인 버라이어티 가운데 단연 최고이리라.

 

다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남자의 자격과 겹치는 탓에. 어제 분량도 남자의 자격 쪽이 조금 더 재미있었다. 남자의 자격만의 진정과 감동과 흐뭇한 웃음은 뜨거운 형제들과는 차별화되는 것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그 재미 자체만은 진짜이리라.

 

좋았다. 무척.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결 안정되게 기대하며 만족하며 볼 수 있었다.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