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무한도전 - 프로레슬링의 꽃은 반칙이다!

까칠부 2010. 8. 1. 07:02

프로레슬링의 매력이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반칙일 것이다. 프로레슬링이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에 더 가까운 이유다.

 

스포츠라면 룰을 지켜야 한다. 공공연히 반칙을 하고 그런 것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고의적인 반칙인 것이 밝혀지면 바로 퇴장당하거나 실격으로 처리된다. 이기기 위해서라도 정정당당하게, 최소한 반칙을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프로레슬링은 다르다. 프로레슬링은 드라마인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이다. 영웅이 있고 악당이 있다. 정의의 영웅은 비열하고 사악한 악당을 링 위에서 싸워 물리치고 승리한다. 영웅의 정의가 정정당당이라면 악당의 비열함은 반칙일 것이다. 흉기를 몸 어딘가 숨기고, 흉기가 없으면 링 아래로 내려가 접이의자를 들고서 후려치고, 온갖 비열한 수단으로 영웅을 곤경에 몰아넣는다. 영웅의 승리가 극적인 것은 그만큼 악당의 반칙이 비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긴장이 있기에 프로레슬링을 노골적으로 쇼로써 재현하려 하면 또 항상 하이라이트에 등장한 것이 반칙이었다. 그것은 슬랩스틱 코미디와도 통했다. 던지고 때리고 부딪히고 맞고. 한 바탕 난장판이 벌어지면 그건 또 그것대로 재미있었다. 앞서의 악당의 반칙이 비열한 악의에 의한 것이라면 쇼인 것이 분명한 링 위에서는 단지 어설픈 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코미디든 예능이든 결국 장난이다. 그것이 실제가 아님을 안다. 그것을 전제로 어지간한 비호감도 예능이라는 이름 아래 용서된다. 프로레슬링의 반칙 역시 그렇게 코미디 속에서 장난으로서 한 바탕 유쾌한 슬랩스틱을 만들고 만다. 격렬한 만큼 그만큼 재미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딱 반칙 잘 하게 생긴 멤버가 있다. 노홍철, 그리고 박명수. 이 둘이 최강이다. 다만 박명수는 기초체력부실로 자멸해 버리고, 최종 승리자는 역시나 노홍철. 길도 나름 반칙에 재능을 보이는 것 같더니만 예능 스타일 그대로 뒷심부족으로 역시 일찌감치 탈락. 그 밖에는 고만고만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의 그 왁자한 어수선함이란. 웃고 웃고 떠 웃고...

 

그 전까지도 생각이 많았었다. 아이돌 오디션도 재미있었고, 레슬링 지옥훈련한다고 눈밭에서 훈련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반칙 한 번 나오고 나니 끝이다. 반칙도 휘황찬란하다. 가장 강력한 것이 물파스와 스프레이파스, 대머리인 길에게는 때수건이 치명적이다. 밀가루뿌리기야 기본이고, 하키스틱에, 죽도에, 심지어 물총까지. 확실히 반칙이라는 음습함을 제대로 예능으로 녹여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이면 반칙이라기보다는 그냥 장난이다. 놀이. 보고 웃을 뿐.

 

그나저나 SM오디션 본 것 결국 무한도전 멤버의 아이돌 데뷔로 이어질 것 같은데, 과연 이것은 어떻게 이어지려는지. 체력은 그만하지만 저질음감에, 저질리듬감에, 제대로 구색이 갖춰진 아이돌로 마무리지어질 것인가. 아니면 그저 웃음으로 끝날 것인가.

 

보면서 느낀 것이 얼마전 기사에 나온대로 무한도전도 고민이 많겠구나. 확실히 겹친다. 남자의 자격 밴드랑 합창이랑. 오디션 보는 장면에서 아마남자의 자격 하모니평을 오버랩해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후 연습하며 만들어가는 장면은 사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의의 그것도 남자의 자격 아마추어 밴드편의 그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고 보면 오디션이 벌써 올 2월. 무려 5개월이라는 공백을 가지고 겨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아마 2월 쯤 첫오디션을 봤을 때는 그로부터 어떻게 전개해나가려는 계획이 있었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남자의 자격 밴드가 방송되면서 서로 겹치지 않는가 하는 우려로 미뤄두었다가 다시 7월들어 부활시킨 것이 아닌가.

 

남자의 자격 입장에서도 사실 그런 게 신경쓰이겠지. 이미 무한도전에서 한 것이면 남자의 자격에서 바로 하기가 - 설사 남자의 자격 오리지날 아이디어라도 그리 수월치 않을 테니. 워낙에 포맷 자체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라 그렇게 서로 눈치 볼 일이 많다. 결국에 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풀어가는가 하는 싸움이 되겠지만.

 

그래서 문득 생각한 것이 차라리 이대로 아예 두 프로그램이 같은 소재로 한 번 정면으로 진검승부를 펼쳐보이는 건 어떻겠는가. 합창대회든 뭐든 무한도전도 같은 주제로 함께 참가하여 서로 다른 개성을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그건 좀 무리일까?

 

아무튼 비슷한 포맷에, 그러나 출연자와 제작진의 개성으로 다르게 풀어나가는 두 프로그램이란 딜레마를 보았다. 참 어렵겠구나. 그러나 그런 것이 또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니까. 무한도전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남자의 자격은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남자의 자격에는 남자의 자격만의 재미가, 무한도전에는 무한도전만의 재미가, 서로 색다른 재미가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을 즐겁게 한다. 재미있었다.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