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세바퀴 -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이 있다...

까칠부 2009. 11. 1. 17:16

어제 세바퀴를 보다가 쓰러졌다. 클럽문화도 이렇게 깊이가 있던가? 60대인 이정섭, 선우용녀, 50대인 조형기, 30대 후반인 김현철, 20대인 태군... 트위스트와 고고와 최신댄스들. 몰랐던 것은 이제 알았으니 재미있고, 알았던 것은 그것을 맛깔나게 묘사해주는 출연자로 인해 재미있고...

 

그랬다. 원래 세바퀴를 지탱하는 건 이른바 줌마테이너였다. 이경실, 임예진, 선우용녀, 김지선, 이제는 그만두었지만 양희은, 그리고 함께 출연하는 조형기, 김현철, 김태현, 또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정섭이나 이광조 등의 올드스타들과 브아걸이나 2AM 태군 같은 신예 아이돌들. 특정 계층, 특정 연령대만이 아닌 출연자부터가 모든 계층을 아우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 출연자들이 따로 자기 이야기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세바퀴의 강점은 출연자나 출연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들에만 있지 않았다. 아줌마스러운 살갑고 왁자한 리액션이 있었다.

 

유현상도 그랬다. 세바퀴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스타골든벨에 갔더니만 참 힘들더라... 김태현 왈. 반응이 없더라는 것이다. 실제 그랬다.

 

세바퀴에서는 유현상이 별 뜬금없는 소리를 해도 바로 리액션이 왔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으로, 재미있으면 재미있다는 식으로, 김현철이 이렇게 마음놓고 웃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세바퀴 정도가 아닐까? 웃기면 웃긴대로, 웃기지 않으면 웃기지 않는대로...

 

상당히 독하다. 그러나 독한 것만은 아니다. 아줌마들이 그러하듯 가까운 사람들을 대하는 친근한 독함이다. 쏘아주고 어르고 놀리고 달래주고, 그러면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것을 살려줄 줄 안다. 여기서는 연륜이 만들어내는 넓이와 깊이가 있다.

 

그래서 보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이돌은 또 아이돌대로 어르신들과 어우러지고, 나이 든 - 방송에 출연한 지 꽤 되는 사람들도 옛친구들과의 수다 속에 어느샌가 그 시절로 돌아가 잊고 있던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병풍이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 병풍이 존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아마 이런 게 가족이라는 거겠지. 예전 살던 동네가 그랬다. 독하게 놀리고 야단치던 아주머니들이었지만 어머니가 집을 비우고 하면 데려다 밥도 먹이고 잠도 재워주고 하셨다. 뭔가 먹다가도 보이면 하나 쥐어주고. 노래해라, 춤춰봐라, 뭔놈의 오지랖들은 그리 넓은지. 아저씨들도. 병풍이 어디 존재할 수 있을까?

 

예능은 경쟁이 아니다. 더 웃기려 경쟁할 필요 없다. 어차피 동업자다. 어차피 함께 가는 거다. 웃기면 함께 웃어주고, 웃기지 않으면 그것을 받아 살려주고, 한 데 어울려 왁자하게 떠들다 보면 서로서로가 재미있고 웃을 수 있는 거다. 아마 그것이 세바퀴의 장점이 아닐까...

 

원래는 보지 않던 프로그램인데 이제는 보지 않으면 어쩐지 어색할 정도가 되었다. 화장실 갔다 와서 밑을 안 닦은 것 같고, 닭발을 먹고서는 손과 입주위를 닦지 않은 것 같고, 자고 일어나서는 눈꼽을 떼지 않은 것 같고... 일상이랄까? 반드시 챙겨보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마치 습관처럼.

 

재미있다.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박미선도, 이휘재도, 김구라도, 조혜련, 임예진, 이경실, 조형기, 김현철, 김태현... 다른 방송에서는 얼핏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출연자들조차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것 없이 호감이고 재미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좋은, 정말 좋은 토요일 심야의 예능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