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옹호론자들은 그런다. 경쟁이 방송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그러나 강심장은 보여준다. 경쟁이 얼마나 막장을 달리는가를.
내가 서세원의 토크박스도 보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경쟁을 하다 보니 더 독해야 하고, 더 자극적이어야 하고, 말도 안되는 것들이 소재가 되어 웃음거리가 되고...
지난주 박규리의 첫키스만 하더라도 그건 어린이 성추행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냥 일회성 웃음거리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면 이제 스물 넘은 사내자식이 여섯살짜리 여자아이의 입술을 훔쳐도 그냥 웃음거리로 끝나도 된다는 말일까?
아니나 다를까 어제는 한승연의 눈물이 나왔다. 편집을 아주 지랄같이 해서 전부터 논란이 컸었다. 과연 한승연이 눈물을 흘린 것은 힘들었던 과거 때문인가?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부끄러워서인가? 그리고 지금도 그것은 한승연에 대한 또다른 칼날이 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왜 그래야 했을까?
홍석천의 토크도 그렇다. 그게 사실이면 그 또한 문제가 될만한 일이다.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공중파에 나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시사프로그램에서 추적보도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런 불편한 내용을 웃자고 방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에 경쟁이다. 시청율경쟁이고 작게는 강심장 안에서의 경쟁이다.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방송분량을 뽑고 화면에 잠시라도 얼굴을 비춰야 하니까.
그래서 독해지고, 그래서 더 독해지고, 나중에는 보는 사람 멀미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하물며 얼굴 내미는 것으로 이런데 시청율 1%가 갈리는 상황이면 어떨까? 공중파 3사체제에서도 이런데 채널이 넷 다섯 여섯 더 생기면 또 어떻게 될까?
한국 미디어환경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달까? 그런 자극적인 내용에 이끌리는 더 많은 시청자가 있다는 것까지.
아무튼 강심장은 어제까지만. 사실 다 보지도 않았다.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그냥 중간에 껐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국민들의 선택을 축하하며...
앞으로는 강심장만이 아닌 미디어를 끊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뭐 좋을지도...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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