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비난을 나누는 경계란 사실 단순하다. 상처를 입히려 하는 것인가. 아니면 상처를 입힌 것인가.
분명 비판도 상처가 된다. 괜히 명예훼손에 사실적시가 들어가는 게 아니다. 사실을 적시했어도, 그래서 정당한 비판이어도, 정작 듣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최초의 목적이었는가?
비판이란 분노로부터 비롯된다. 화가 나는 것이다. 잘못되었다 여기고 그것을 바로잡고 싶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잘못되었다 바로잡아야 한다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단지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도 나올 뿐.
비난은 증오로부터 비롯된다. 미운 것이다. 싫은 것이다. 그래서 상처를 입히고 싶어한다. 그를 괴롭히고 끄집어내리고 싶어한다. 단지 비판이란 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달지만 결국은 그를 괴롭히고 망치고 싶은 것, 그래서 비난이다.
무엇이 악플인가. 굳이 더 말을 해야 하는가? 정당하게 사실을 적시해 비판하는 것이야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상처를 받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댓가다. 권상우가 실제 저지른 일로 인해 비판을 받는데 그가 상처를 입는다고 그것이 과연 부당한 비난일까? 상관없는 다른 일들이나 그 주위에 대해서까지 비난을 가하고 공격을 가하려 든다면 문제가 될 테지만 그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면 설사 그로 인해 권상우가 최악의 선택을 한다고 해도 동정의 여지란 없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특정한 확인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단정하여 개인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대는 것이다. 그런 건 누구나 보면 느낀다. 그것이 그의 행위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비판인가, 아니면 단지 그가 싫어서 그를 상처입히고자 하는 악의에서 비롯된 비난인가. 다만 여기서 많이들 착각한다.
"그것도 다 자기가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에 비판이든 비난이든 그 또한 자기로부터 비롯된 행위라는 것이다. 비판을 하든 비난을 하든 그것은 그 자신이 한 것이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설사 상대가 그런 잘못을 했어도 그에 대해 도를 넘어선 비난을 할 자격이 있는가? 그에 대한 책임까지 그에게 물어야 하는가?
그래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구타유발죄다. 내가 군대 있을 때 나온 말이다. 구타도 잘못이지만 구타를 유발케 하는 것도 잘못이다. 때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다. 구타가 잘못된 것이라면 당연히 어떤 상황에서도 구타를 해서는 안 되겠지. 기껏 때려놓고서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가? 물론 어느 정도 책임이 나뉘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구타유발죄라?
그것이 악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악플도 자초하는 것이다. 악플이 달리는 것도 그의 책임이다. 어느새 그렇게 동의해 버리고 마니. 그러면서 악플에도 정당성이 부여되고 그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아마 돌이켜 보면 분명히 알 것이다. 스스로 돌아보면 자기가 안다. 과연 지금 하는 말이나 행동이 단지 상대를 상처입히고자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고 마는 것 뿐인가. 증오인가 분노인가.
그럼에도 입으로는 증오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기가 하는 것은 비판이라는 그 무뇌함이 경악스러울 뿐. 결국에 가정교육의 문제고 학교공교육의 문제라. 한 마디로 제대로 배워먹지 못했다는 뜻이다. 증오와 분노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비판과 비난조차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무엇이 악플인가? 기준은 명확하다. 자신도 안다. 다만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네티즌이라는 이유로 어느샌가 악플러에 대해 동의해 버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단지 눈물을 흘렸을 뿐임에도 자업자득이라 악담을 퍼붓던 어느 유명블로거를 떠올리며. 역시나 세상에 가장 큰 해악은 생각없음임을 깨닫는다. 왜 불교는 무지를 만악의 근원으로 두는가.
비판인가? 비난인가? 이성이란 먼저 자기자신부터 의심하는 바다. 나는 옳은가. 정당한가. 상식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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