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안 갔다온 게..."
"군대나 가라!"
"군대도 안 가는 것이..."
어느샌가 여기저기서 흔히 보게 되는 말들이다. 아주 거의 관용구처럼 쓰인다.
솔직히 굉장한 모욕감을 느낀다. 내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26개월이라는 시간을 자유까지 저당잡혀 보낸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나는 단지 몇몇 개인들에 대해 비난의 근거로나 삼고자 군대에 갔던 것일까?
내가 군대 간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은 군대에 보내고자 해서가 아니다. 내가 군대에서 2년 넘는 시간을 구른 것은 더 많은 사람더러 군대에서 구르라 하고자 함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겠지. 그러나 애당초 징집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장애인과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도 있다. 바로 그들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이다. 바로 그들까지 포함해서 나는 군대 가서 그들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솔직히 가기 싫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들은 것은 있었다. 남자가 되어 당연히 군대는 가야 한다. 군대에 가는 의미란 지키는 것이다. 내 가족을, 내 친구들을,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사회를, 이 나라를. 그리고 거기에는 군대 가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이다. 굳이 내 주위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군대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군대 가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 하는 것일 테지. 그래서 군대 갔다 왔다 하면 어느 정도는 인정해 주는 것일 테다. 그것이 옳다. 군대 가지 않은 것을 비난하기보다 군대 갔다온 것을 존중해주자. 군대에서 보낸 시간들을, 그 희생들에 대해 존중하고 존경해주자. 군대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지 그 군대를 빌미로 누군가를 비난하려 들지 말고 말이다.
보고 있자면 진짜 짜증이다. 차라리 내가 군대 갔다 오지 않았다면 군대야 그렇겠거니 여기겠는데, 병장만기제대한 입장에서 단지 그것이 저렇게 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나, 깔아보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수단으로나 쓰이는가. 하긴 그나마 내가 병장만기제대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이나 할 수 있을까.
얼마전 보았다. 이하늘더러,
"군대 안 갔다 왔지?"
"군대도 안 갔다 온 녀석이 왜 저딴 소리를 해?"
그래서 누군가 이하늘이 군대 면제된 사유를 이야기했더니,
"자원입대할 수 있었잖아?"
누군가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려 하면 또 그래서 따라오는 이야기다.
"걔 군대는 갔어?"
그리고는 군대 가지 않는 여성과 외국인에 대한 증오의 빌미로 삼고. 당연히 갔다 와야 하는 군대니까? 국민의 의무니까? 그것과 단지 여건이 그래서 가지 않을 것을 증오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렇게 부당하게 빠지는 것이 원망스러우면 그런 불법행위들에나 집중하던가. 공익 갔다온 것 가지고도 저 난리들이다.
내가 생각컨데 저거 전부 면제다. 아니면 미필이거나. 아니면 군복무를 저렇게 싸게 팔아넘기 수 없다. 저런 행위들에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리 없다. 그 시간들이 그리 하찮은 것이었던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것들이 군대 갔다온 것을 후회하게끔 한다. 저따위면 군대 안 가도 상관없겠다.
누가 군대를 하찮게 만드는가. 다른 누구도 아닌 거다. 군복무를 저리 싸게 팔아넘기는 자들이 있으니. 군복무란 이렇게나 가볍고 값싸다. 하찮다. 더운 여름 한결 더 더워지는 이유다.
내가 요즘 군대 갔다온 것이 부끄러워지는 것은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라는 것이다. 덥다.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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