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언더와 인디...

까칠부 2010. 8. 13. 08:03

언제부터인가 이 두 말이 한 데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언더니까 인디고, 인디니까 언더고.

 

아마 그래서 인디라면 언더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만. 혹은 언더에 머물고 있으니까 인디정신을...

 

하지만 언더와 인디는 그 개념부터가 전혀 다른 단어다. 언더란 메인스트림 - 즉 주류무대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반면 인디는 음반사나 연예기획사 등 거대자본 - 메이저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즉 언더란 주류무대로 오르지 못했거나 혹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단지 지금 머무는 곳이 언더라는 뜻이다. 반대로 인디는 현재 대중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을 상대로 독자적으로 매니지먼트와 프로모션까지 해결하며 음악적인 독립성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물론 그런 인디정신을 추구한다면 미디어로부터도 독립되어 언더에 머무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다만 언더그라운드에 있다고 반드시 언더그라운드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느냐. 이건 또 좀 아니다.

 

언더그라운드만의 순수성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좋기는 하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를 발판으로 삼아 주류무대로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도 원래는 적지 않았다. 아니 언더그라운드에서 그 고생을 하는 것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과 인기를 키워 언젠가는 주류무대로 진출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류무대로 진출하는 순간 더 이상 언더그라운드가 아니겠지.

 

그와는 달리 인디의 경우는 음악적으로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명제인 것이지 그가 서는 무대가 어디인가는 사실 상관이 없는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할 수도 있고, 할 수 있다면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본연의 독립성과 순수성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는가.

 

그를 대변하는 것이 라디오스타에 나와 김C가 했던 말일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데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음반이 안 팔리는 것은) 상관없다. 음반을 파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나는 음악을 만들고 레이블은 음악을 팔고 대중은 음악을 산다. 굳이 레이블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대중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만을 한다. 예능에 출연하고 어쩌고 하는 것보다 바로 이런 것이 원래의 인디정신일 터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 그를 위해서는 나머지야. 어차피 인디밴드 가운데 따로 아르바이트 하는 밴드가 얼마나 많게.

 

아무튼 그래서 우리나라 인디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하는 것일 게다. 기획사에 소속되어 소속사의 눈치를 보면서, 주류무대나 기웃거리는 것이 무슨 인디인가? 인디라면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음악만 추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또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게, 미국이나 일본의 인디씬을 지탱하는 것은 곳곳에 위치한 수많은 라이브무대와 그 라이브무대를 찾는 팬들이다. 홍대라는 협소한 공간에 갇힌 우리나라 인디씬이 과연 인디라는 한 가지를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결국 인디라는 것도 인디로 버틸만 하니까 인디일 텐데.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인디라고 과연 주류로 진출하면 안 되는가. 굳이 안 될 건 없다. 그것은 단지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뿐이니까. 다만 인디로서의 음악적 순수함과 엄밀함을 지킬 것이냐. 여기에 대해서는 노브레인에 대한 비판이 또 작지 않아서. 차승우의 탈퇴 이후 노브레인이 너무 대중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것과 인디와는 또 상관이 없거든. 인디라고 항상 대중적이지 마라는 법은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만 보더라도.

 

장기하와 얼굴들이 아무리 여기저기 얼굴을 내비친다고 해도 시디를 직접 구워 포장해 파는 그 모습이 있는 한, 그런 정신을 간직하는 한 그들은 인디라는 거다. 올라이즈밴드가 예능에 얼굴을 내비치고 해도 올라이즈밴드 특유의 짓궂음과 개구짐이 그의 음악에 남아 있는 한 그는 인디일 테고. 요즘 올라이즈 밴드도 꽤 말랑해진 것 같아서. 하지만 결혼도 했다지 않은가?

 

참고로 90년대 초까지는 아마 언더그라운드였을 것이다. 90년대 초부터 언더그라운드 대신 인디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을 텐데. 아마 우리나라 인디의 시작이라면 80년대 중반 수많은 밴드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면서부터일 것이다. 그 가운데 주류무대로 진출한 것이 시나위와 부활. 이 가운데 시나위가 조금 더 인디 쪽에 가까웠고 매니저 백강기를 통해 미디어와 메이저와 통하던 부활은 당시 아이돌에 가까웠다. 아마 이것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언더가 어쩌고 인디가 어쩌고 뭐라 할 필요는 없다. 결국 머무는 곳이 언더이면 언더인 것이고, 스스로 인디를 자처하면 인디인 것이니까. 단지 이런 것도 있다더라.

 

그런데 그러고 보니 부활도 본의 아니게 지금 와서 인디에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부활은 소속사도 없이 자체적으로 회사 세워서 그걸로 프로모션도 하고 하고 있지? 원래는 그게 밴드의 본질이라 생각하지만. 세월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다는 것이다. 가장 메이저 무대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김태원이었고 보면.

 

아무튼 그렇다. 라디오스타를 보다 생각나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