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문득 록에 대해서 쓰다가 - 정통힙합에 대해서...

까칠부 2010. 8. 14. 22:37

록에 대해 쓰다가 문득 힙합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원래 힙합도 주로 미국의 할렘가에서 시작된 하위문화였다. 그나마 록은 악기라도 있었지. 악기 살 돈도 없는 가난한 흑인들이 카세트플레이어 하나로 기존의 음악에서 비트와 멜로디, 연주를 따다가 짜깁기해서 만들던 것이 바로 힙합이었다. 힙합은 그렇게 무단샘플링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를 보면 힙합을 한다고 하면 또 제법 사는 집 자식들이다. 마찬가지로 힙합 역시 음악적인 양식으로써 받아들인 때문이다. 미국인에게 힙합이 삶이고 삶을 정의하는 양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음악의 한 장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해외의 음악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층, 그리고 그것을 향유하며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계층이란 미국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DJ DOC는 확실히 삶이 힙합이다. 가난 때문에 학교마저 중퇴하고, 한때 갱스터의 삶을 살았던 이하늘이야말로 힙합의 모범인 셈. 클럽에서 DJ를 하며 키운 랩실력도 그렇고. 그런데도 곡을 쓰는 법을 몰라 4집이나 되어서야 슬금 자기만의 음악색깔을 드러냈다는 점도. 일찌감치 음악을 알고 배워 생산자의 입장에 선 다른 힙합퍼들과는 다른 부분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최근 한국 힙합의 무단샘플링에 대해서 솔직히 약간은 어색함을 느끼는 것도 그래서다. 최소한 노력을 하면 스스로 곡을 쓸 수도 있는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샘플링에 의존해야 했던 본토의 힙합을 따라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본토에서도 슬금 스스로 곡을 쓸 수 있게 되고서는 샘플링보다는 자작곡을 쓰는데. 혹은 돈도 있고 하니 저작권을 사서 쓰거나.

 

어쨌거나 그래서 가끔 어이가 없는 것이,

 

"정통힙합이란..."

 

정통힙합이 무언가? 음악적인 양식으로써? 장르적인 형식으로써? 과연 미국의 힙합퍼들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하겠다고 힙합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하나의 삶이다. 삶의 양식이다. 문화다. 그것을 누가 정의하는가?

 

결국은 어디나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라. 힙합이고 아니고는 그것을 추구하는 자신이, 그리고 거기에 담긴 정신이 정의한다. 라임이 어떻고 플로우가 어떻고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이, 그것이 추구하고 있는 그 근본이.

 

재미있었다. 정통힙합이라. 그런 건 힙합이 아니다라. 글쎄... 과연 우리나라에 그런 식이면 힙합이 있을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결국은 어디나 같구나. 수용자의 입장이라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