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사랑해서 (LIVE ver.) - 남격밴드
늘 거리를 혼자 걸었지 곁에 누군가 있는것처럼
너무 오래된 기억이지만 항상 나에게넌 위로였어
* 늘 아픔을 숨겨왔었지 항상 넌 내곁에 있는거라고
너무 힘겨워 지쳐 갈 즈음 다른 사랑이 다가 온다는
**다시 사랑을 하겠지 많은 이별을 했기에
한걸음 한걸음 힘겨운 시간이겠지만
이제 사랑이 오겠지 홀로 힘겨워했기에
한번더 한번더 사랑을 기다리는 날에...
* Repeat
가사 출처 : Daum뮤직
밴드란 기교가 아님을 저들은 보여주었다. 밴드란 정신임을. 락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 내면임을.
당장 콘테스트에 출전한 밴드 가운데서도 객관적으로 가장 실력이 떨어졌다. 겨우 코드나 쫓아가는 수준의 연주로 이미 거의 프로수준의 소리를 내는 다른 밴드와 경쟁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아니 정확히는 그들의 무대에 열광했다. 단순히 연예인이기 때문에?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물론 그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진심으로 무대를 즐길 줄 아는 그런 짐정이 아니었을까?
심사위원으로 나온 최이철씨도 그리 말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연주실력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단합 - 앙상블을 보았노라고. 김태원도 말했다. 개인기가 아닌 팀웤이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서로 한 번 씩 눈을 맞춘 바로 그것이. 드럼이 박자를 놓쳐도 바로 따라가며 받쳐주는 그것에서. 그리고 자연스레 무대를 즐기며 보여주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열정적인 모습들에. 그래서 심사위원들도 그들에게 상을 준 것이 아닐까. 아마추어와 프로는 그 판단의 기준이 다를 테니까.
그러고 보면 아마추어나 프로나 실력 자체로 판단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추어라면 그 정신이라든가 열정 같은 것을 높이 볼 테고, 프로라면 프로가 존재하는 이유인 대중적인 인기나 호응으 더 볼 것이다. 실력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아마추어이고 프로인 이유가 아닐까. 시간이 내기 힘든 와중에도 연습에 참가하고, 멀리 일본에서까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날아올 수 있는 그런 열정과 정신이 아마추어 아니겠는가. 더불어 그것이 곧 밴드이며 락의 정신이 아니겠는가. 음악일 것이고.
내내 방송을 보며 감동하고 그들의 서툰 연주에 흥겨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아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명이란 과연 어디서 오는가.
개인적으로 이번에 공개된 음원 가운데 새로 편곡한 버전보다 대회에서 들려준 라이브버전을 더 좋아한다. 세련되기는 전자가 더 세련되고, 완성도도 전자가 더 높지만, 그러나 바로 그런 원초적인 신명이 그곳에는 있기에. 현장에서 호흡하는 그런 열기가 그로부터 느껴지기에. 락은 얼마나 더 세련되게 정확하게 연주하고 부르느냐가 아니라 그 거칠고 투박한 가운데 느껴지는 직설적인 어떤 진정일 것이기에.
왜 김태원이 굳이 윤형빈이 아닌 김성민의 보컬을 고집했는가. 프로그램에서는 김성민의 비주얼을 이유로 들었지만 들으면서 결국에 김태원이 보컬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기준을 떠올리게 된다.
"무조건 음색을 봅니다."
다른 건 김태원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음역이 좁으면 그에 맞춰 곡을 써주면 되고, 다른 문제가 있으면 곡으로, 혹은 연주로 그런 문제들을 보완해주면 된다. 그것이 밴드다. 하지만 음색은 농구선수의 키 만큼이나 후천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윤형빈, 확실히 노래를 잘 부른다. 하지만 음색이 막힌 듯한 소리가 난다. 답답하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노래에서는 사실 정동하의 목소리도 그리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 음악만큼이나 보다 단순하게 질러주고 후릴 수 있는 그런 목소리가 필요하다. 김성민과 같은 천연의 목소리가.
구저번과 신버전을 들으면서, 그 가운데 윤형빈과 김성민의 목소리를 비교해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확정한다. 확실히 김성민의 목소리가 낫다. 더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 김성민의 목소리게 곡에 더 잘 어우러진다. 물론 김성민의 목소리에 윤형빈의 목소리가 섞이면 그 시너지는 무한이다.
참 가사가 좋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김태원을 작곡가로서보다 작사가로서 더 높이 평가한다.
"한번더 한번더 사랑을 기다리는 날에"
결국은 이별을 한 뒤다. 한참을 홀로 거리를 걷고 난 뒤다. 너무 오래 된 기억이라고.
혼자라는 거다. 다시 사랑을 할 것이라는 말은 아직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솔로다. 그것을 김태원은 이리 표현하고 있다. "사랑을 기다리는 날"이라고.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헤어진 다음이 아니다. 헤어짐의 아픔과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 다시 찾아올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언제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며 지금은 단지 그것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마 모든 솔로들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사랑과 헤어진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단지 혼자 외로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기쁨과 설렘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4집의 "기억이 부르는 날에" 이후 가장 멋진 시적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그만큼 슬프고, 그만큼 외롭고, 그만큼 아프고, 그만큼 힘들고, 여전히 혼자 외로우며 오래된 기억이라 바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것을 아픔 이후라 하기보다 앞으로 있을 새로운 기쁨과 설렘을 위한 기다림이라 표현하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페이소스일 것이며, 인생을 돌아볼 나이가 되어 느끼는 낙천이고 긍정일 것이다. 그러니 멈춰 주저앉지 말고 일어서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라.
물론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이기도 할 것이다. 매력적인 이성일 것이다. 하지만 쫓지 못한 꿈이기도 하다. 이루지 못한 도전이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잃고 살아가는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을 수밖에 없고 놓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것을 그리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후회하고 아파하고. 하지만 살다 보면 언제고 새로운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다. 다지 지금은 그를 위한 과정일 뿐. 언제고 찾아올 새로운 시간을 위한 잠시 쉬어가는 순간일 뿐이다.
한용운도 말했다. 님이란 단순히 님을 말하지는 않는다. 모든 기룬 것을 님이라 한다. 사랑이란 단순히 이성에 대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만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란 가장 포괄적이며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랑타령에 불과한 가사도 이 정도 깊이에 이르면 철학이 되는 것이다.
단순한 멜로디에 실려 더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서툴지만 그래서 단순한 연주이기에 더 신명으로 가슴에 와 닿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가슴이 공감하고 있다. 아직은 더 힘을 내어도 좋지 않겠는가. 아직 시간은, 기회는 얼마든지 더 있지 않겠는가. 남자의 자격이라는 주제와 어우러져.
좋은 노래다. 특별함이나 탁월함은 없지만 어느새 잊고 있던 원초성이 있다. 기교 이전에 가슴이 시켜 부르던 신명이 있다. 그런 것이 아마추어의 맛이겠지만. 60년대, 아니 80년대 인디씬을 이루며 추구하던 바로 그런 정신들이. 락은 음악의 장르가 아닌 삶을 정의하는 양식이다. 그에 충실한 음악이 아닌가.
역시나 김태원이라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노래의 맛을 살려낸 생초짜 아마추어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게도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진정 최근 들어본 음악 가운데 최고였다. 그 맛이. 달다. 아주 깊이. 멋지다.
덧, 대중음악 카테고리에 넣을까.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에 넣을까. 하지만 역시 남자의 자격일 테니까. 남자의 자격만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은 이유가 무얼까. 그래서. 하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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