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비슷한 포맷이라 굳이 비교하려 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고 있다 보면 비교가 된다. 어떤 부분이 닮았는가. 어떤 부분이 다른가. 닮은 만큼이나 이렇게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연찮게 거의 비슷한 시기 방송을 타게 된 남자의 자격과 무한도전의 야심찬 장기프로젝트 두 개도 마찬가지다.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을,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 초장기프로젝트. 정해진 녹화일은 물론 남은 짜투리 시간까지 투자해 만들어온 그 거창한 프로젝트가 거의 비슷한 시기 방송을 타며 역시 남자의 자격과 무한도전의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일단 남자의 자격의 경우 첫방송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무려 9개월이나 지나 방송을 타게 되기는 했지만 이후 띄엄띄엄 네 차례에 걸쳐 중간보고 형식으로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무한도전의 경우는 아예 그동안 전혀 노출하지 않다가 거의 완성단계에 와서 한꺼번에 일주일에 일정 분량씩 최종보고형식으로 내보이고 있다. 아마 두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아닐까.
남자의 자격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이라면 바로 시청자와의 공감대일 것이다.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아저씨들의 일상에서 늘 꿈꾸어 왔던 도전들을 통해 내가 저 자리에 있는 것 같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남자의 자격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일 것이다. 그것은 관객과 호흡하며 이루어지는 즉석마당극과도 닮아 있다. 혹은 소극장의 작은 공연이거나.
반면 무한도전이 내세우는 것은 역시 재미다. 남자의 자격이 소극장이라면 무한도전은 대운동장이다. 처음에는 무한도전 역시 소극장에서 시작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무한도전 멤버들이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아니다. 레스토랑의 코스요리처럼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요리사의 의도에 따라, 최고의 솜씨로 완성된 작품을 시청자들에 내보이는 것. 따라서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이미 완성된 뒤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직 한참은 갈 길이 남은 미완성의 상태에서 시청자들에 보여주며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남자의 자격과, 혹은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추구하여 완성된 시점에 최선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하는 무한도전과,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에 대해 최근 지나친 작가주의 예능이 아닌가는 비판 아닌 비판이 가해지고 있기도 하다. 작가주의란 일방적인 전달의 다른 뜻이기도 하니. PD와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있는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명품의 완성된 예능. 그리고 그와는 달리 부족한 그대로를 보여주며 시청자와 함께 같을 걸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상에 꼭 필요한 잡화 같은 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은 담백하고, 무한도전은 야무지다. 남자의 자격이 무색무미한 물과 같다면 무한도전은 색색의 맛이 숨어 있는 탄산음료 같다. 무한도전을 보면서는 놀라며 감탄하고,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는 내 일인 것처럼 공감하고. 극장에서 보게 되는 영화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거리예술가의 판토마임일까?
개인적으로 남자의 자격 방식이 더 끌리기는 한다. 지난 2월 보여준 남자의 자격 밴드의 모습은 한심 그 자체였다. 보컬마저 교체하네 마네 하고 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기약없는 To be countinued...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서 부활의 콘서트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고, 예선을 통과했다 하고, 마침내 동상...
그 사이가 그리 궁금했었다. 사이사이 다른 미션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들이, 짬짬이 기타를 연습하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항상 신경이 쓰이고 했었다. 단지 방송만 타지 않았을 뿐 남자의 자격 밴드는 현재진행형이었으며 나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었다. 남자의 자격 밴드가 나아지는 만큼 내게도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에 반해 무한도전은 굳이 기다려 보지 않아도 되는 재미가 있다. 굳이 궁금해 하지 않아도 일주일단위로 일정분량씩 풀리는 주말연속극을 보는 것 같은 재미다.
아, 그래서 또 하나 두 프로그램의 방식의 드러난 차이가 있다. 남자의 자격은 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완결형이다. To be countinued를 외치기는 하지만 각 에피소드마다 단위로써 이야기가 마무리지어지고 있다. 처음으로 틀리지 않고 연주를 끝까지 마치고, 첫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입상하고,
반면 무한도전은 그런 것 없이 미완의 상태로 "다음주에 계속"이다. 남자의 자격이 어떤 시리즈물 단막극을 보는 것 같다면 무한도전은 장편 연속극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완결되지 않는, 오히려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편집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단축시켜 단단히 엮어준다. 역시 두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일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시청자와 같은 시간을 나아가며 그 사이에 긴 시간을 놓아두었던 남자의 자격에 비해 마무리에 즈음하여 보고하듯 몰아 보여주는 무한도전이라는. 물론 무한도전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번 남자의 자격 "합창"편도 그렇다. "자격증" 역시 그렇게 시청자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자 하는 미션이다. 작년 무한도전의 쌀농사 미션은 쌀농사가 다 지어지고서야 그때서야 시청자들에 보여지고 있었다.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 쪽이 더 나은가는 역시 각자 보고 판단하기 나름일 것이다. 무한도전에서처럼 완결된 형태로 촘촘히 한꺼번에 보여주는 그 치밀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결로 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남자의 자격의 허술한 진지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했듯 나는 후자다. 무한도전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재미있었을 텐데.
아무튼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굳이 시간을 내어 보는 보람이 있다. TV 앞에 - 정확히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한 시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 나의 시간을 멈춘 채 그 시간 속에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시간낭비가 아니다. 시간의 충전이다. 삶의 충전이며 일상의 충전이다. 뭐가 더 낫다 못하다기보다는 어느 쪽이 내게 더 가깝고 좋은가가 아니겠는가.
이번주던가? 아니면 다음주가 될까? 남자의 자격 밴드 미션도 끝났으니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미션을 기대해 보련다. 지난 1년간의 대장정의 끝에 무한도전이 내놓은 답은 무얼까? 설레고 기대되고.
말하지만 무엇이 더 낫다 못하다가 아니다. 단지 이렇게 닮은 만큼 이렇게나 다른 부분이 있구나. 그런 차이들이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개성들이. 시청자와 공유하는 그런 모습들이. 신원호PD와 김태호PD, 그리고 이경규와 유재석, 김국진, 김태원과 노홍철 박명수와, 그런 다름들이.
확실히 최근 무한도전을 다시 보면서 자꾸 남자의 자격과 비교해 보게 된다. 더불어 다른 예능들에 대해서도다. 가장 좋아하는 예능이고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예능이라 여기기에.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말이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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