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다. 가진 게 있고 넉넉하면 사람이 마음도 넉넉해진다. 삶이 각박하면 마음 씀씀이도 그리 여유롭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같이 찢어진 옷을 입고 왔다.
"야, 너 옷 찢어졌어!"
그까짓 옷이라 할 정도라면 웃어 넘기고 말겠지.
"어? 찢어졌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옷도 얼마 없는 처지라면 그게 그리 마음이 쓰일 것이다.
"그래서? 뭐?"
그래서 없이 사는 사람일수록 자존심만 강하다. 자존심 말고는 남은 게 없는 까닭이다.
효도르와 앙리가 무한도전 나와 웃겨주었다고 그들이 세계적인 스타라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스타이기 때문에 나와서 웃음거리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형편이 우울한 비인기종목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인지도도 낮은데 그것이 곧 그들의 전부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어차피 그동안도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예능이나 코미디가 없지는 않았고, 윤강철 선수 자신도 방송 관련해서 아르바이트를 꽤 했던 모양이었다. 벌칙맨으로 갔던 자체가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프로레슬링이 그리 우울하니. 챔피언인 윤강철 선수가 벌써 2년째 시합을 못하고 있다던가.
문제는 아마도 출연료. 13차례나 전화를 했는데 제대로 대답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뭐라도 설명이 있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끌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문득 보게 된 초대장에 쓰여 있던,
"몸개그의 향연"
그 어려운 처지에도 프로레슬링이 좋아 경기도 못하면서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 프로협회에서 주최한 정식 경기보다 더 성황리에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열리게 된 경기에서 몸개그라는 말을 보게 되었을 때 감정이 어땠을까?
하긴 프로축구도 조금 우울한가? 프로야구라면 어떨까? 아니 어떤 밴드마니아들은 씨엔블루 같은 밴드컨셉 아이돌 자체를 밴드음악에 대한 모욕이라 여기기도 한다.
물론 무한도전을 통해서 프로레슬링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지. 무한도전 하는대로 따라서 무한도전의 인기에 편승해서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면 그것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은 누가 하는가? 그리고 프로레슬링에 있어 직접적인 당사자는 누구인가?
무한도전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라? 주관적인 판단이라? 하지만 모든 개인의 감정은 개인적이며, 모든 개인의 판단은 주관적이다. 그것을 말하지 말라는 자체가 그저 파쇼에 불과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윤강철이라는 개인이 그렇게 여겼다는 것 아닌가. 먼저 그것을 전제해야지.
비판을 두고 뭐라는 게 아니다. 솔직히 나로서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부분이 많다. 서로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하지만 윤강철 선수 개인의 입장을 들어보았을 때 그렇게 비난받을만한 일인가. 말의 내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윤강철이라는 개인의 인격에 대해서까지 문제삼을 정도인가.
아마 최소한 출연료 문제에 대해서 작가가 조금만 저 성의있게 대했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예능이더라도 프로레슬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 아니 근본적으로 무도팬들이 설레발쳤던 프로레슬링 살리기 어쩌고 하는 말만 아니었어도. 그냥 예능이었다면. 그저 사람 웃기는 것이 목적인 - 과거 명절이면 코미디언들이 보여주던 프로레슬링 쇼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지했다면 오해도 없었겠지. 몸개그란 코미디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부분일 테니까. 프로레슬링을 조금 더 예우하던가, 아니면 최소한의 홀대는 없게 잘만 처신했다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건 아니었을 텐데. 실제 윤강철 선수가 벌칙맨으로 출연하는 동안에도 그렇게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는 않았던 듯 하니.
결국은 오해로 시작된 것이고, 출연료 관련해서 처리를 잘못한 것이고, 그것이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떠올리도록 만든 것이고. 사람이 서럽다 싶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건 그 당사자만 아는 거다. 남이 이러쿵저러쿵 해봐야.
아무튼 바로 전까지 무한도전에 대해 크게 반감이 없다가 문득 무한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프로그램인가 보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진다. 결국 무한도전이란 성역이라는 것이겠지. 왜 무한도전에 피해를 주는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면서도 여전히 레슬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현역 챔피언과 일회성 이벤트로 단지 웃음을 주려 하는 무한도전, 과연 프로레슬링이라는 한 가지로 놓고 보았을 때 무한도전을 이유로 현역 챔피언이 비난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서라도 프로레슬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에 대해서. 그래도 챔피언인데.
아, 그건 있다. 벌칙맨에 왜 챔피언을 썼는가. 협회 차원에서 그래도 출연료가 40만원이나 나오다 보니 챔피언이라고 챙겨주는 차원에서 내보낸 모양이다. 훈련비에 보태쓰라고 했다던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니까 출연료 지급문제에 대해서만 제대로... 하긴 그게 비인기종목의 설움이다. 프로축구 인기선수가 그랬다면 그랬을까? 여기에 자기가 참가한 경기보다 더 성대한 경기에서 말하는 "몸개그"가 제대로 터졌을 테고.
하여튼 왜 이런 일에는 꼭 끼어드는지. 아침부터 그닥 좋은 내용이 아닌 글들을 보게 된 탓에. 하긴 그런 게 팬이라는 것일 테지만. 이해하면서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반드시 저래야 하는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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